<제576회> 모든 길은 하나로! (35)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한편, 회사 업무는 대충 접어두고 질투에 눈이 멀어 머나먼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쫓아간 유민 회장은 일생일대의 고민에 젖어있는 중이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이 이렇게 고민했다고 하던가? 하지만 유민 회장은 죽느냐, 사느냐로 결정되는 단순한 문제로 고민하는 게 아니었다. 죽느냐, 사느냐, 미치느냐, 까무러치느냐… 하는 정도로 복잡한 고민에 싸여있었다. 어째서 고민의 갈림길이 네 가지나 되냐고? 그야 물론 주위에 얽혀있는 여자가 네 명이기 때문이었다.
첫째 고민을 안겨주는 여자는… 마누라 신희영이었다. 물건에 비유하자면 바꿔 쓰지도 못하지만 고쳐 쓰지도 못할 폐품.
둘째 고민은… 마누라 신희영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현성애 때문이었다. 미물에 비유하자면 자라이빨. 한 번 물리니 손가락이 잘릴 지경이 되었어도 결코 놓아주질 않았다. 그런 여자를 습관처럼 또 건드렸더니 이번엔… 마누라 신희영을 400미터 벼랑 위에 티잉그라운드가 설치되어 있는 레전드 골프장으로 유인해 오란다. 티업 중에 아내를 슬쩍 밀어버리라는 그녀의 눈빛에는 푸른 독이 흐르곤 했다.
그렇다면 셋째 고민은…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오기처럼, 그 마음을 내어줄듯 말듯 하는 강유리였다. 세상에,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이야 바로 하랬다고 그런 상큼한 여자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하늘을 날 기분이겠지. 그러나 그 여자가 아들 호성이를 좋아한다고 하니 그게 오히려 제일 큰 고민이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고민은 만나볼수록 만만한 양은혜 때문이었다. 광산을 소유하고 있다며 거짓말을 일삼던 여자였지만, 그래도 그중 마음이 편해서 티파니에 데리고 가 다이아 반지와 목걸이를 사준 여자. 차라리 그 여자와 살림을 차릴까? 이런 것이 오히려 큰 고민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오늘 당장 사모님을 이리로 유인해 오세요.”
이리로? 물론 레전드 골프장을 이르는 말이었다. 유민 회장은 벌써 사흘째 현성애와 같은 침대를 쓰는 중이었다. 풋풋했던 과장시절의 그녀를 떠올리기도 했고, 그래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아직도 그녀의 몸이 그리우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진심이야? 꼭 그래야만 할까?”
“회장님이 정말로 누굴 사랑하는지… 그 사실이 궁금해서 그래요.”
“그야 자네를 사랑하지.”
“그런데 뭘 망설이세요? 사모님은 이혼을 원하고 계시잖아요?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재산 때문이라고요. 이혼하면 회장님 재산의 절반이 그분께 날아간다니까요?”
“나도… 400미터 벼랑에서 그 여자를 밀고 싶어. 마누라가 실족사로 인정되면 재산이 반 토막 나긴 커녕 오히려 보험금을 잔뜩 타먹게 되지. 하지만 그게 될 법이나 한 소린가? 어떻게 마누라를 벼랑에서 밀어?”
“누가 밀라고 했나요? 제풀에 저절로 뛰어내리게 해야지요.”
“제풀에 뛰어내려? 그런 방법이 있단 말이야?”
유민 회장은 깜짝 놀란 듯이 이렇게 되물었다.
“그럼요. 우리가 어린앤가요? 아니면 바보 천치? 벼랑에서 남을 밀면 제 인생도 끝장이라는 걸 모르는 얼간이가 아니잖아요.”
“도대체 그 방법이 뭐요? 마술이라도 부린다는 게야?”
유민 회장은 은근히 마음이 쏠리는 눈치였다. 하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마누라가 제 스스로 벼랑에서 뛰어내려준다면 천억 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을 터였다. 어차피 이혼하면 남남인데… 눈 한번 질끈 감으면 크게 남는 장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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