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7회> 모든 길은 하나로! (16)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마누라와는 이혼하기로 정해놓고, 젊은 여자 골프선수에게 넋을 빼앗겨버린 남자. 그 젊은 여자 골프선수가 딴 짓을 하자 질투심에 인도양을 득달같이 가로질러 온 남자. 그 와중에 또 다른 여자를 꼬여내서 원 나잇 스탠드를 하려는 남자. 그가 바로 유민 회장이었다.

재벌 후계자와 잠시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여자. 그러다가 재벌 후계자가 딴 짓을 하자 그의 옛 여자들에게 복수를 종용하는 여자. 변절한 남자는 물론 그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까지 망하도록 무진 애를 쓰는 여자. 그녀가 바로 김지선이었고…

그 김지선과 뜻을 같이 하는 여자가 현성애였다. 하지만 현성애는 김지선에 비하여 너무나도 적극적이었다. 얼마만큼? 스스로 남아공 행 항공 표를 끊고 부나방처럼 유민 회장의 사악한 품속으로 날아들 만큼.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베트남 내해에 머물던 크루즈 여객선 1등석에서 지금처럼 밖을 내다보고 있었나요?”

“그랬었지. 그때가 아마 현양이… 과장 때였을 거야. 참 풋풋했지.”

풋풋했겠지… 현성애 역시 유민 회장의 말끝을 되새기며 그날을 기억해내고 있었다. 40개의 계단이 달팽이처럼 뱅글뱅글 돌아 올라와서야 창문을 마주할 수 있던 크루즈 여객선의 1등실 내부.

풋풋하던 현성애 과장의 엉덩이에 사타구니를 바짝 들이 민 채로 헐떡이던 유민 회장은 이제 막 적진의 골대를 향해 슛을 쏘려는 찰나였을 것이다. 상체가 창문 밖으로 빠져나간 그녀의 뒤태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허벅지를 따라 발목으로 흐르는 선을 내려다보노라면 신음이 저절로 새어나오곤 했지.

하물며 발목에 걸쳐진 분홍 팬티로 인해 부자연스럽게 움찔거리는 발뒤꿈치에 눈길이 닿으면 그만 지겟작대기 끝이 터져버릴 것만 같기도 했다.

“자, 자! 현양, 이 옷자락 좀 손으로 들고 있어 봐요.”

복숭아 빛 엉덩이가 드러났으니…풋풋하던 과장 시절이라면 벌써 유민 회장으로부터는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터져 나왔겠지. 그런데 지금은 그렇질 않으니 문제였다.

‘아! 이게 강유리… 그 애 때문일 거야.’

유민 회장은 이런 생각에 낙심했다. 하지만 그날, 베트남 내해에 정박해 있던 크루즈선 상에서처럼, 상체는 밖을 향한 채 두 팔로 창문틀을 잡고 기역자로 엎드려 있는 현성애도 낙담하긴 마찬가지였다.

유민 회장이 뒤에서부터 끌어안고 목덜미를 핥거나 젖가슴을 움켜쥐는 행위는 같았다. 그러나 그날처럼 목덜미에 와 닿는 숨결 때문에 몸이 비틀리거나, 젖가슴으로부터 느껴지는 황홀함에 다리의 힘이 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유민 회장의 지겟작대기가 힘차게 밀려들어올 때에도 마찬가지. 풋풋하던 과장 시절에는 그의 지겟작대기가 겨우 끄트머리만 들어왔을 뿐인데도 마치 호박이 밀려들어온 것만 같아서 참을 수 없이 비명을 지르곤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뒤에서 난리를 치는 유민 회장의 모든 짓이 그저 가증스러울 뿐이었다.

‘아, 이게…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은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거야.’

머릿속으로는 아무리 철학을 산책해도 몸을 당할 수는 없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강유리를 차지하고야 말겠다던 유민 회장이 허리를 앞뒤로 후려대자 현성애도 하복부가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뜨거움은 미움도 허물어내고야 마는가? 욕정은 복수심도 미루고야 마는가? 유민 회장이 눈을 질끈 감은 채 몰아붙이자 철퍽철퍽! 소리가 나면서 그녀의 사지가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신음은 참아낼 수 있었지만 저절로 생겨나는 흡인력은 제어할 수 없었다. 이 황홀함… 원수 같은 놈에게서 비롯되는 이율배반적인 황홀.

‘으! 그래도 실력은 여전하군’ 어쩌고 하며 맹렬하게 퍼붓는 꼴뚜기짓에 그녀는 허리를 비틀며 신음을 참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