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2회> 모든 길은 하나로! 11
나이트가운을 대뜸 벗겨내자 으흡! 하고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전 같았으면 그 숨소리 하나에도 깊은 의미가 담겨있을 것만 같아 주춤거리곤 했을 것이지만…의미는 얼어죽을 무슨 의미?
“원래 오늘 같은 날은 핑크빛 옷을 입으면 안되는 거예요. 하지만 오늘은 신부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왜 그런지….”
신희영이 얌전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당신에겐 분홍색이 잘 어울려요.”
강준호가 말했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잠시 전의 일임에도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녀가 핑크색 나이트가운을 입고 있었던가? 하긴 별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침대 곁으로 도망가 앉아있었다. 그는 짐승을 쫓아가는 사냥꾼처럼 그녀가 앉아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서 그녀가 풀어내린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퍼머를 했는데도 생머리처럼 늘어지다니…기막히군.”
어느새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앞가슴에 드리워진 브래지어 틈 속을 꼬물꼬물 헤집고 있었다. 게껍데기처럼 단단히 조이고 있는 브래지어 틈으로 들어와 알몸을 건드리고 있는 그의 손가락은 거칠면서도 한편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난, 당신이 너무 좋아요.”
뜻밖이었다. 신희영…그녀는 언제나 ‘갑’이었고 ‘사용자’였으며 ‘권력자’ 아니었던가. 그런 여자가 웬일일까, 오늘은 절절하게 고백을 하고 있다니.
“그것 참 반가운 말이로군.”
강준호는 갑자기 당당해진 기분이었다. 너무 좋다며 대놓고 고백을 하는 여자와는 어떤 식으로 사랑을 나누어야 할 것인가? 가급적 부드럽게, 마치 도자기를 쓰다듬듯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말 타고 초원을 누비는 인디언처럼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후려잡고 괴성이라도 지르면서 섹스를?
“아, 아!”
두 손을 갈퀴처럼 벌려서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자 웬걸,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환희 어린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하, 이런 경우도 있다니….
여자가 환희 어린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할 때, 지그시 실눈을 뜨고 그녀의 몸을 바라보노라면 평상시엔 절대로 느낄 수 없었던 감흥이 저절로 일곤 한다. 봉긋하게 익어가는 젖가슴에서는 광채가 흐르고, 제풀에 단단해져서 오똑하게 솟아오른 녹두알에서는 향기마저 피어오르곤 했던 것이다.
“어쩜 아직도…이토록….”
중력을 이기지 못해 원추형으로 매달린 젖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끝을 제대로 잇지 못하던 그가 어느새 부드러운 허벅지 곡선 틈으로 손가락을 뻗어 연약한 꽃잎을 헤치던 중이었을 것이다.
“아으~강 프로님, 이제 내 곁엔 당신밖에 없어요. 모두 다 떠나갔다고요.”
갑자기 설움이 북받치기 시작했을까? 아니면 새디즘적인 자학의 느낌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것일까?
“강 프로님, 거칠게…마구….”
무얼 원하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난감한 일이기도 했다. 도대체 어찌해야 좋을지 잠시 망설이며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을 때 이게 웬일이냐! 그녀는 재벌 마나님이 아니라 단지 불쌍한 중생으로 보일 따름이었다.
아, 옷 벗고 누워있는 이 불쌍한 여인을 어떻게 구제할까…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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