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과정에 반발하던 낙천 후보자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사퇴를 선언한 이들은 22~23일 진행된 4.11총선 후보자등록장에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들은 고민끝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억울하고 분통하다는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후보는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식의 일견 모순적인 내용의 글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워하지만 같이 살겠다”는 식이다.

당을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린 서울 중구의 신은경 후보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황당하게 낙하산에 당한 아내를 바라보던 신 후보의 남편 박성범씨는 끝내 펜을 들었다. 그의 글은 ‘부당’을 알리는 팩트로 나열됐지만, 행간에는 아내사랑의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났다.

▶신은경 남편 박성범의 ‘팩트가 담긴 애처가(愛妻歌)’ 서울 중구 새누리당 후보로 정진석 전 청와대 수석이 전략공천되자, 나경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전부터 지역민심을 닦아온 신은경 예비후보측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끝내 불출마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신 후보의 남편 박성범 전 의원(전 KBS앵커)은 마치 ‘해설기사’ 쓰듯 팩트를 중심으로 저간의 억울한 사정을 이메일로 호소했다.

박 전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선거 3주 앞두고 나경원씨가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 자체를 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뒤, ▷나경원 불출마 이전 나경원 신은경 모두 상대후보를 앞섰다(모 신문 참조) ▷나경원 불출마 선언으로 신은경만 남게됐다 ▷3월6일자 조간엔 신은경 굳어지는 듯한 보도, 그러나 3월7일 신은경도 배제검토라는 상반된 보도 ▷3월8일 나경원후보가 불출마한 같은 날 약 한 시간 차이로 서울발 연합뉴스는 서울 중구에 정진석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 ▷당 공천심사위는 이같은 연합뉴스 보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가 3월12일 중구를 전략지역으로 결정했다고 발표 ▷3월13일 정진석씨를 중구 공천자로 결정 발표 등의 과정을 설명했다. 사전에 공천자를 미리 내정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박 전 의원은 “MB정권의 정무수석을 지낸 사람, 삼화저축 물의로 물러난 사람, 충남 공주에 공천신청 했다 낙천된 사람 이런 이력은 매체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거대한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음을 쉽게 알 수가 있다”고도 고집었다. 그는 언론인 답게 “잘못된 공천의 대표적 사례가 된다고 판단되어 내용을 알려 드립니다”라면서 끝을 맺었다. ▶이종혁 ‘천리마를 알아본 백락이 새누리엔 없다...그러나 비난 않겠다’ 부산진을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이종혁 후보는 중국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말이 바로 ‘천리마’임을 알아본 백락(伯樂)이 불출마의 변에 등장했다. ‘백락의 눈을 그리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의원은 “상대후보를 12%포인트 이상 앞서는데도 공천을 받지 못한 억울함에 며칠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많은 생각을 했지만 오늘 저는 이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으로 돌리려 한다. 당의 결정을 비난하지 않으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억울하다’ 다음엔 ‘비난 않겠다’고 했고, ‘원통’이라고 해놓고 ‘따르겠다’고 결론짓는 등 복잡한 심경은 내비쳤다.

▶안경률 “최소한의 도의도 없는 표적공천...그러나 원망 않겠다” ‘원통한데 따르겠다’는 식의 소회는 안경률 의원(부산 해운대 기장을)도 그랬다. 안의원은 “지난 10년간 당을 위해 헌신하고,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달려왔던 저의 노력을 철저히 외면한 이번 공천결과는,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표적 공천’이었다”고 당을 비난했다. 안 의원은 또 ‘돌려막기 공천의 전형’,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도, 인간적 배려도 없었다’, ‘각본대로 움직여온 공천연극’이라고 힐난해 놓고는 “그러나 저 안경률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혜숙 “마녀사냥에 당했다...그러나 민주당에 남겠다.” 서울 광진갑에서 탈락한 민주당 전혜숙 후보는 “금품을 건넸다는 음해로 한번 죽었고, 당 최고위가 음해를 확인하지 않고 공천을 박탈해서 두번 죽었고, 당무위원회에서 김한길의 공천보류 결정으로 전혜숙의 공천 원상회복이 명예회복이라는 주문인데도, 최고위원회가 공천을 최종 박탈해서 세 번 죽었다”고 억울해했다.

“마녀사냥식으로 공천을 박탈당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회는 원칙 없고 일관성 없는 공천과정에 반성하고 사퇴하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거짓과 위선에 휘둘리는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냐고 하시며 탈당을 요구하셨다. 피눈물을 흘리며 무소속 출마를 외치셨다’라면서도 “민주당에 남겠다.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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