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선출된 민주통합당 대표 1명과 최고위원 6명 등이 앞으로 국민여망을 떠받들 새로운 야당, 수권 정당의 면모를 만들어가려던 첫 날, 느닷없이 ‘친노’ 프레임이 보수파의 도끼눈처럼 째려본다. 보수 색채의 언론 등이 이 아젠다를 거론했다.
‘친노’가 무엇인가. 구체적 내용을 따지기에 앞서, 큰 틀에서 보면 이명박 정권이 5년전 압도적 지지율로 대권을 잡는데 일부 원인을 제공한 프레임 아닌가.
“몇달간 시민사회 세력과 연대하고 당내 숱한 논란을 겪으며 진통 끝에 얻어낸 ‘통합’의 소담스런 결과를 친노라는 ‘국지적 프레임’에 가둬놓다니...” 민주통합당 관계자들로서는 보수파의 도끼눈이 통탄할 일일 것이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16일 “친노부활이라는 말은 온당한 평가 아니다”고 했고, 한명숙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하지 않는 사람이 (당내에) 있는가”라면서 정치권 안팎의 구도 만들기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내용분석, 질적인 의미부여 등 깊은 생각을 해보기에 앞서 한 대표, 문 최고 등 전당대회 최고득점자의 면면을 보자마자 보수파가 규정한 프레임에 잠시나마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국민도 꽤 있어 보인다.
민주통합당 틀 만들기 작업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한-문 두 거물이 항변한다고 국민이 “응 그래, 친노만은 아니야”라고 흔쾌히 단시간에 100% 이해할 리도 없다.
결국 이런 ‘구태적’ 해석가능성은 앞으로 민주통합당 구성원들이 털어낼 일이다. “오! 얘기되는 정당”, “역시 달라졌네”, “그땐 오해였어”라는 평가가 나오려면, 먼저 ‘프레임’ 편견을 깨고, 거듭나는 모습을 보인 다음,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 국민만을 위한다는 진정성이 우러나와야 한다. 일반적인 정당의 자기 쇄신 과정에 비해 ‘오해의 제거’라는 절차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대표에 대해 기대감도 크지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검찰수사 때문에 상처입고 누명 벗는데 시간을 허비하느라 제대로 된 시대정신 읽기 시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전국구 의원으로 입문해 노무현대통령 재임중 두 자리의 장관과 총리를 역임했지만, 뚜렷한 자기 소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력서는 좋을지 몰라도 지도자로서의 덕목과 정치력을 입증할 히스토리가 그리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정책조정능력, 포용력 만큼은 뛰어나다는 평이 들린다.
문제는 자칫 어설픈 포용이 ‘안철수 바람’에서 나타난 시대정신, 2040의 여망을 파악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전투’에서 어정쩡한 결과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당내에서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여러 계파, 말도 많은 상황임에랴.
참여정부의 시대정신 중 일부는 여전히 효용이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또 다른 시대이다. 참된 대의민주주의의 복원, 집권세력의 잘잘못에 대해 따질 일, 양극화 해소, 공정,상생, 세대이기주의의 추방, 평화 등 시대정신을 읽는 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도모함에 있어 기존의 ‘한명숙스러운’ 자세, 정서, 마인드를 확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새 지도부의 첫날 많은 얘기가 오갔다. MB측근비리 특검 추진, 한미 FTA 폐기, 야권 대통합, 검찰 개혁, 재벌규제, 부자증세, 방북 추진, 복지확대...7명의 새 지도부가 너도 나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20년 안팎 IMF 등 고단한 삶을 살았던 30대후반~40대 중반 ▷앞으로 ‘하우스리스’가 될지 모른다는 20~30대 직장 초년병 ▷당장 취업걱정에 학교 다니기도 버거운 88만원세대 ▷노후대책 없이 ‘귀가조치’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진정으로 무얼 원하는지 알아보려는 일이 더욱 중요할지도 모른다. 산적한 현안들을 잘 정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일단 급선무는 민주당 체제를 확 바꿔, ‘새로운 정치’의 모범을 보이는 일이다. 2040은 한나라당 뿐 만 아니라 기존 민주당도 거부했다는 사실을 민주통합당도 알 것이다.
득표율 2위 돌풍에 빛나는 문성근 최고는 오래전부터 ‘콘텐츠가 있는 스타’로 정평이 나 있던 인물이다. 정치적 진술은 매우 선명하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의 수장을 맡았기에 참여정부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데 그친 ‘실험성’의 이미지도 덧씌워져 있다.
그의 돌풍은 반대로 그만큼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칫 대안없는 주장을 되풀이할 경우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 몰고온 ‘바람’이었을 뿐”이라는 혹평이 반전의 비극처럼 튀어나올 수 있는 것이다. 문성근은 대안을 가져야 한다. 섣부른 일각의 관측처럼 386 운동권과 손 잡는다면, 문 최고의 ‘선명성’ 이미지와 386그룹에 따라다니던 ‘아마추어리즘’이 중첩돼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유념해야 한다. 대안정당의 면모를 지도자급 정치신인 문성근이 이뤄낸다면 이것이야말로 쾌감을 주는 반전드라마가 될 것이다.
랭킹 1,2위 한-문에게 ‘친노’라는 말은 즐거워하기도 답답해하기도 뭣한, ‘애매한’ 용어이다. 전문가와 국민이 바라는대로 대의민주주의를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마음으로 당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꾼다는 쪽으로 생각을 정해야 한다. 박영선의 취재력, 박지원의 지략, 이학영-박용진-청년층 지명직 최고위원의 신선함, 김부겸의 개혁적 실용성...자원도 괜찮다.
탐욕을 버리지 못한채 어설프게 좌충우돌하다가는, ‘남이 헤맬 때 덩달아 헤맸던’ 과거의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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