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4회> 끝까지, 죽을 때까지 9

“크하! 내 이럴 줄 알았지. 전진후 그 친구가 트위터로 중계방송을 하는데… 우리 호성이가 랠리 출발선상에서부터 구름처럼 몰려든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지 뭡니까? 허허허.”

“기립박수요? 원래 랠리경기 출발선에는 모두들 서 있더구먼. F1 경기와는 다릅니다, 회장님. 앉아서 구경하는 관중석이 아예 없다고요.”

“어쨌든 기립박수를 받았다지 뭡니까? 서서 박수 치면 기립박수지 뭐.”

“헛소문이겠지요. 누가 뻥을 쳤거나.”

“이걸 보라고요, 트위터 타임라인에 계속 올라오잖습니까?”

“트위터로 전 국민에게 중계방송을 하는구먼요. 아예 5초 간격으로 도배를 하네. 트위터는 원래 그런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구먼, 쯧쯧….”

유민 회장은 만면에 웃음이 그득한 상태였고 마주 앉은 방송사 상무는 벌레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대화는 까칠했지만 앉아 있는 모양새나 행동으로 보아서는 방송사 상무의 목줄이 유민 회장에게 단단히 걸려 있는 형국이었다. 언제였든가… 혜미라는 술집 아가씨에게 반해서 <내 사랑 혜미! 꿈에도 그리운 혜미!>라는 사랑의 연서를 팬티 위에 휘갈겨 쓴 날 이후부터 연출되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하긴 술을 잔뜩 얻어먹는 자체가 올가미에 얽히는 일이라는 것쯤은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크크크… 뭐가 어쩌고 어째?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상무님과 팬티 벗고 맺은 순정? 순~저엉?’

혜미라는 아가씨는 그 팬티 위에 이런 답글을 휘갈겨 쓰지 않았던가. 방송사 상무가 입고 다니던 그 팬티는 비닐로 두 겹이나 포장된 채로 유민 회장이 보관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방송사 상무에겐 1급 비밀로 숨기고 있었다. 그 팬티야말로 향후 5개국 관통 랠리를 중계방송하고자 할 때 윤활유로 적절히 사용할 예정이었으므로.

‘흐흐흐… 그날, 팬티도 없이 알몸 위에 바지만 걸치고 집에 갔겠지? 바지 갈아입다가 마누라에게 걸려서 된통 혼나지는 않았을까? 팬티를 소매치기 당했다고 변명하지는 못했을 테고… 어떻게 그 위기를 모면했을까? 지퍼에 고추나 찝히지 않았나 몰라.’

유민 회장은 마주 앉아 있는 방송사 상무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 혼자 피식피식 웃곤 하던 중이었다.

“상무님, 어떻습니까? 전진후가 보낸 트윗이 계속 여러 사람에게 리트윗되는 걸 보세요. 이만하면 많은 사람들이 랠리경기에 관심을 가진다는 걸 알 수 있잖습니까?”

“하긴… 그렇기도 합니다만.”

“고무적인 현상이지요. 그러니 곧이어 열리게 될 5개국 관통 랠리 중계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그렇게만 되면 내 아들 호성이는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고, 상무님은 일 계급 특진, 전무가 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지요. 그뿐이겠습니까? 합이 여섯이 되겠지요.”

“합이 여섯이라뇨?”

“에이, 모르는 척하시기는… 랠리 중계를 통해서 내 아들 호성이를 스타로 만들어주실 사례비 말입니다. 먼젓번에 3억… 석 장 드렸고, 성공만 하면 또 석 장을 드리기로 했잖습니까? 그러니 합이 여섯이지요.”

이를테면 이미 가져간 3억원의 기억을 잊지 않도록 복습하자는 의도였다. 오죽하면 공자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뭐, 그건 그거고… 종편 방송사도 서너 군데나 생기고 해서 광고 잡기가 무척 힘들어졌단 말입니다. 광고 수익이 줄어드니 어쩌겠습니까? 우리 방송사 입장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제작비를 마련해야 하는 입장인데….”

동상이몽! 방송사 상무는 여섯 장 정도로는 어림없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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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