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7회>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2

방금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속으로부터 늘씬한 인어 한 마리를 건져 올린 한승우는 막상 백사장에 당도하여 인어의 상태를 보자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정신이 번쩍 들어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발바닥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니 다리를 하늘로 향하게 하여 들쳐 업었을 뿐인데, 그녀의 얼굴이 물속에 잠기게 되리란 생각을 미처 못했던 것이다.

“한솜아…나를 봐, 유한솜!”

한승우는 뭔가 사달이 났다는 걸 짐작했다. 그러나 하나우마 베이로 통하는 하이웨이에서 옆길로 빠져 나온 후 비탈길을 걸어 내려와야 하는 이 해변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911로 구조전화를 걸어보려 했지만 늘 지니고 다니던 핸드폰도 숙소에 두고 온 상태였다.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찢어진 신문을 읽은 사람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태평양 한가운데 추락할 뻔한 비행기’라는 신문기사에서 ‘할 뻔’의 부분이 찢어져 있었다면 ‘태평양 한 가운데 추락한 비행기’가 될 터이니…. 이를테면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나대는 사람을 경계하라는 말일 것이다.

“한솜아, 조금만 버텨봐라. 내가 인공호흡으로 널 살려낼 테니까.”

찢어진 신문을 읽은 사람들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면 무조건 인공호흡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더구나 상대방이 이성일 경우엔 마우스 투 마우스 인공호흡을 해야만 할 것이라며 제 입가를 손등으로 쓱 닦아내기부터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신문을 읽은 사람들은?

일단 눈꺼풀을 벌려 동공이 풀어졌는지를 확인하고,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엔 항문을 벌려서 괄약근의 상태로 환자의 응급 여부를 확인 한 후 손가락을 입 속에 넣어 목구멍에 막힌 이물질을 제거하고, 목을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한 후 수영복 끈을 풀어 호흡을 원만히 이룰 수 있도록 한 다음에야 비로소 인공호흡을 실시하는 것이다.

한승우가 나내는 꼴을 보니 그는 찢어진 신문을 읽은 사람임에 분명했다. 그나마 조금 낫다고 여겨지는 것은 무작정 인공호흡으로 돌입하기 전에 유한솜의 가슴을 옥죄고 있는 비키니 수영복의 윗도리 끈을 먼저 풀었다는 사실이다.

“한솜아!”

그는 이렇게 한 번 부르짖은 후 마우스 투 마우스 인공호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먼저 한 손으로 그녀의 코를 움켜쥔 후 앵두 같은 입술 위에 제 입술을 덥석 포개어 한껏 숨을 불어넣었다. 그 다음엔?

말 타듯이 그녀의 배 위에 올라타서 두 손을 그녀의 탐스러운 젖가슴 위에 포개놓고 내리 누르기 시작했다. 헉헉 콧김을 뿜어대며 말 달리는 전사처럼 그녀의 배 위에서 달리는 동안 손바닥만이나 한 비키니 수영복은 스르륵 미끄러져 내리고….

“한솜아, 정신이 들어?”

가끔 따귀도 철썩철썩 때려가면서 말 달리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월야침침 야삼경에 달빛을 벗삼아 흥겹게 벌이는 상열지사와 다름없었다.

“으응~ 으응~”

소금물을 한 바가지 먹었다 뿐이지 정신이야 멀쩡했던 유한솜은 감독의 허락 없이 베드신을 찍는 영화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입술이 짜릿해지고 온 몸이 노골노골해지니 소리를 질러 쫓아내기엔 안타깝고, 그대로 두자니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심정…. 그러니 으응 으응 콧소리나 내뱉을 수밖에.

2분? 혹은 3분이나 흘렀을까?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유한솜이 몸을 후들후들 떠는 중이었는데…. 그렇지만 왠지 가슴 속으로부터 뜨겁게 치올라오는 열기를 감당할 수 없어서 오금을 조이고 있을 뿐이었는데….

파도만 철썩이고, 멀리 하나우마 베이 전망대의 불빛만 깜박이는 교교한 백사장 저쪽 끝으로부터 한 쌍의 남녀가 바쁜 걸음걸이로 다가오고 있었다. 실루엣으로만 가늠해서는 야밤 데이트를 나선 연인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큼직한 모자를 하나씩 쓰고 있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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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