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만족을 주변 사람과 ‘관계’에서 찾아
해럴드·에리카 부부 삶에서 관계 중요성 조명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 비싼 집, 건강…. 고대부터 인생의 성공 혹은 행복의 조건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있어 왔지만, 현대에 이르는 지금까지도 한 가지로 결론이 나진 않는다. 그만큼 인생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고, 그에 걸맞게 대처하며 살아내는 우리네 인생이 복잡 다단하다 보니 삶의 만족이나 행복에 이르는 조건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든 탓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그의 저서 ‘소셜 애니멀’을 통해 인간의 삶이 만족하거나 행복하려면 그의 ‘관계’를 들여다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높은 지능을 타고 나 명문 대학 졸업장과 좋은 직장을 가지고 풍요로운 삶을 살더라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없으면 그 삶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인간관계’야 말로 우리의 삶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봤다.
저자는 ‘관계’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자 독특한 방식을 가져온다. 바로 가상의 인물인 해럴드와 에리카 부부의 일생을 통해 인간의 탄생부터 결혼, 노년, 죽음에 이르기까지 ‘관계’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저서에서 해럴드는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느긋하고 통찰력 있는 남성으로, 에리카는 멕시코와 중국계 이민자의 가정 출신의 주도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묘사된다. 이 둘은 에리카가 대학 졸업 후 창업한 컨설팅 회사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이 그러하듯 성격 차이와 바쁜 일상 탓에 점차 소원해진다.
저자는 그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을 담담이 서술하면서 어떻게 부모와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미있는 삶을 이끌어 나가는 지 심리학, 사회과학, 신경과학 등 광범위한 학문을 넘나들며 생생히 포착해낸다. 특히 여러 사건으로 부부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 부분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년에 이른 부부는 아스펜에 집을 하나 더 사 여유있는 은퇴의 삶을 보낸다. 어느 한가한 이른 저녁, 해럴드가 에리카의 흐느낌 속에 마지막 인사인 듯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다른 사람들은 삶을 기본적으로 추론할 줄 아는 기계들이 벌이는 체스 게임으로 바라보지만, 해럴드는 영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상호침투로 바라보았다.”
이 책은 지난 2011년 출간됐다가 13년 만에 복간됐다. 출간 당시 미국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서 45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
소셜 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지음·이경식 옮김/웅진 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