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 감추어진 승부 (91)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그러나 디치를 따라가던 1974년 산 치타에는 곧 장애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재벌 2세의 음모에 동참한 현성애가 연료통과 타이어에 구멍을 뚫어놓은 결과였다. 애초에 그녀는 연료통에만 작은 구멍을 내고 스프링으로 마감하여 조금씩 연료가 새나가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만약을 대비하여 왼쪽 앞 타이어에도 나사를 박아놓았던 것이다.

혹시 ‘런플렛 타이어’의 성능에 대해 잘 아시는지? ‘튜브리스 타이어’와는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으나 런플렛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시속 80km 이하 속도로는 거의 150~250km 정도는 달릴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1974년 산 치타에는 이와 같은 런플랫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호성은 시속 180km 속도로 달리던 중이었으니 런플랫 타이어도 결국 무용지물이었다. 만약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중이었다면 유호성은 즉시 앞바퀴 펑크 사실을 알아채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막의 모래밭을 질주하는 경우엔 아무리 경험이 많은 드라이버라 해도 그 사실을 인지하기가 어려웠다. 대부분 이상한 소음이 발생하게 되어 펑크 난 사실을 알게 되지만, 모래바닥을 달리는 경우에야 어찌 소음을 알아챌 수 있을까.

“왜 자꾸만 껄떡대요? 성애 씨?”

유호성은 다짜고짜 이렇게 소리 질렀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코-드라이버 현성애가 반복적으로 자기에게 몸을 기울인다는 사실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껄떡대다니요? 그게 무슨 말예요?”

“아침에 썬라이즈 호텔에서 한 번 했으면 됐지… 왜 은근히 나에게 안기려 드냐고요? 지금 우리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알기나 해요?”

“어머나, 썬라이즈에서 제대로 하기나 했나 뭐? 불났다고 난리치면서 변죽만 건드렸잖아요?”

“그게 내 탓인가? 그러기에 100 초만 참자니까… 먼저 내 배를 걷어 차 놓고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하시는 군.”

“쓸 데 없는 소리 말아요. 누가 누구에게 안기려 든다는 거예요?”

“어허! 봐요. 지금도 나에게 안기잖아?”

유호성은 점점 다가드는 현성애를 오른팔로 밀치며 다시 한 번 소리 질렀다. 하긴 유호성의 느낌이 전혀 엉뚱한 건 아니었다. 왼쪽 앞바퀴에 펑크가 난 타이어는 아무리 런플랫일지라도 이미 공기가 빠져나가 납작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타이어가 찌그러진 채로 달리니 운전석 쪽으로 수평이 기울 수밖에. 수평이 운전석 쪽으로 기울었으니 조수석에 앉아있는 현성애가 조금 씩 조금 씩 유호성에게 밀릴 수밖에. 그러니 유호성이 오해를 할 수밖에.

“뭐야! 난 또 ‘힐 앤드 토’ 실력이 엉망인 줄 알았지요.”

“갑자기 운전 실력이 엉망으로 변할 까닭이 없잖아요?”

“인민병원에서 얻어먹은 약 때문인 줄 알았지요, 뭐. 어쨌거나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 어째서 차가 기울겠어요? ‘블로’ 난 거 아닐까요?”

“블로? 그런 모양이군. 이거 난리 났네.”

유호성은 그제야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섰다. 어느새 중천으로 떠오른 태양은 뜨거운 열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문 밖으로 나서자마자 숨 막히도록 치받아 오르는 지열로 인해 그는 코부터 틀어막아야 했다.

그는 납작하게 주저앉은 왼쪽 앞 타이어를 보고 망연자실 할 따름이었다. 경기 중에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로 인해 블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런플랫 타이어에 설정 된 한계온도와 고비사막의 표면온도와의 상관관계를 경기 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던가.

그는 더 이상의 묘책을 떠올릴 수 없었다. 앞으로 남은 포스트까지의 거리는 요원했다. 그렇다면… 그는 무언가 중대한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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