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본전이 오면 팔겠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으셨으면 합니다. 매도 의사결정은 투자한 국가나 산업의 성장세가 멈췄을 때 해야 합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하반기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태도로 ‘본전 심리’를 꼽았다. 코스피가 9300선을 찍고, 25% 넘게 조정을 받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 회복 구간마다 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지금 팔기에는 한국 증시에 남은 상승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 한국 증시를 이끌어 온 반도체 사이클이 끝났냐고 보면 그렇지 않다”며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충분한 업사이드와 힘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하반기 증시의 상승 탄력 면에서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우위에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장도 좋고 미장도 좋은데, 상승 여력으로 보면 국장이 더 크다”며 “미장은 큰 조정 없이 고점 돌파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장은 고점 대비 25% 이상 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과 대외 변수의 영향력 축소를 근거로 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국내 기업들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 금리, 지정학 리스크 같은 대외 변수는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판단이다.
▶외국인 귀환 열쇠는 ‘이익 안정성’ = 국장의 상승 여력이 현실화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외국인의 귀환’과 ‘이익 안정성’을 꼽았다. 올해 들어 지난 1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만 무려 190조516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인공지능(AI) 투자 속도 조절론, 고금리 등이 겹치자 외국인들이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변동성이 크고 수익률이 좋았던 자산부터 덜어냈는데, 그게 한국의 반도체였다는 분석이다.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을 되돌릴 트리거로는 이익 안정성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이익을 계속 경신하고 있지만, 주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 영업이익의 3분의 1 정도만 지속 가능한 이익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일회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TSMC는 영업이익률이 50% 수준이고, SK하이닉스는 70% 인데, 외국인들이 반응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TSMC가 SK하이닉스보다 훨씬 높다”며 TSMC는 다년간 수주를 통해 꾸준한 이익을 냈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은 실적 변동성이 커 외국인 입장에서 장기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주환원 정책이 뒷받침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주가 실적으로 이어지며 장기공급계약(LTA)까지 확대된다면, 외국인도 한국 기업의 이익을 인정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황 역시 긍정적이다. 김 본부장은 “AI 속도 조절론 등 큰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토큰 사용량 증가가 꾸준히 수요로 반영되고 있고, 빅테크들은 투자를 늦추는 순간 경쟁에서 밀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분기마다 투자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정책적 일관성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나왔지만 중요한 건 일관성”이라며 “이를 뒷받침할 가이드라인 보완과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 등도 한 해의 단발성 이벤트나 정부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하는 문화로 정착돼야 외국인의 시선이 바뀐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6·4·6’ 전략 주목…키워드는 ‘AI 병목’ = 하반기 자산 배분의 기본 축으로는 ‘6·4·6’을 제시했다. 미국과 국내를 6 대 4로 나누고, 미국 비중 안에서는 다시 지수형과 성장 테마를 4 대 6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투자 키워드로는 ‘AI 병목’을 제시했다. 다만 AI라는 큰 틀에서 분산투자를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하반기에는 AI란 큰 카테고리 안에서 병목 현상이 나타나는 반도체, 전력 인프라, 광통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강점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가, 미국에서는 메모리(마이크론·샌디스크)와 중앙처리장치(CPU·인텔), 스토리지(씨게이트·웨스턴디지털) 등이 병목 수혜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현금성 자산도 10~20% 정도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KODEX 미국머니마켓액티브’나 미국 초단기채권 같은 상품을 활용하면, 달러에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금리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어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월배당 커버드콜 쏠림에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게는 유용하지만,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제한되고 하락장에서도 손실을 다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처럼 증시가 상승한 장에서는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도 ‘KODEX 200’의 성과를 이기지 못한다”며 “커버드콜을 전체 자산의 50% 이상 가져가는 건 다소 큰 비중”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루틴·프로세스’로 차별화 = 시장을 뒤흔들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서는 종목 확대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시가총액, 거래량, 신용등급, 파생상품 거래 안정성 등 요건을 감안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추가 상장은 어려워 보인다”며 “추가 확대보다는 기존 상품에 대한 정부 정책이 잘 안착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때”라고 설명했다.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0.7) 완화 논란과 관련해서는 “현 제도와 규제에서 상장한 상품은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며 “상품 개발과정에서 좋은 비교지수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상관계수는 문제 발생 이전에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또 “ETF의 명칭과 투자전략에 벗어나는 포트폴리오는 투자자 보호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며 성과가 부진해지면 신뢰가 흔들리고 포트폴리오 조정조차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차별화된 ETF를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는 비결로 ‘꾸준한 루틴과 프로세스’를 꼽았다. 삼성자산운용이 한 해에 상장하는 ETF는 25개 안팎에 달한다. 그는 “구성원 모두가 투자 환경을 점검하고 산업을 분석해 다음 수혜가 예상되는 섹터와 테마를 끊임없이 발굴한다”며 “내외부 리서치와 국내외 탐방, 줌 미팅을 반복하고, 데이터를 모아 토론하는 과정이 시스템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도 마지막 주주서한에서 ‘시간이 본인에게 관대했다’란 표현을 썼듯 투자는 결국 시간의 싸움”이라며 “AI 성장에 확신과 믿음이 있다면 단기에 성과를 내려는 욕심을 버리고, 시간의 힘을 믿어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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