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진행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은 자동차를 포함해 상품과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정부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상품, 서비스ㆍ투자, 원산지, 무역규범과 비관세조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상 쟁점을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美, 車 비관세 해소 요구 가능성 높아= 미국이무역적자를 기록한 상품 분야에서는 시장개방 요구가 자동차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우리나라의 여러 안전·환경 규제가 비관세장벽이라고 주장해왔다. USTR이 지난 3월 발간한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보면 미국은 국토교통부에 자동차 손상 정도가 생산자 권장가격의 4.5% 이상일 경우에만 수리 이력 고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미FTA는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 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미국 기준에 부합하면 연간 2만5000대까지 수입을 허용하는 데 개정 협상에서 이 쿼터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의 역내부가가치 기준을 기존 62.5%에서 85%로 상향하고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미국에 우회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철강의 경우 한미FTA 발효 이전인 2004년부터 이미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지만 한미FTA 개정 협상을 계기로 미국이 전반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를 더욱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산업부는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금융, 전자상거래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NAFTA 재협상에서 논의된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예컨데 미국은 NAFTA 재협상에서 협정국이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고객 정보를 로컬(현지) 서버에 저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자제하고 전자상거래 기업의 소스코드나 알고리즘 공개 요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韓 농축산물 ‘레드라인’ 추가 개방 불가= 우리 정부는 농업이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 개정이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율은 품목 수 기준 97.9%로 이미 체결한 FTA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농축산물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는 7억5000만 달러 증가했다.
발효 전 5년(2007~2011년) 평균과 발효 후 5년(2012~2016년) 평균을 비교하면 수출은 1억9000만 달러, 수입은 쇠고기ㆍ돼지고기ㆍ아몬드ㆍ체리ㆍ오렌지 등을 중심으로 9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는 올해 9월 기준 한국 내 수입시장 점유율 1위(47.7% 점유율)를 차지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한미FTA 개정 관련 제2차 공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더 이상 관세를 인하할 경우 한우산업의 붕괴가 우려된다”면서 “개정 협상이 불가피할 경우 현 수준(25%)에서 관세 동결과 관세 철폐기간 20년으로 재설정, 쇠고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물량을 대폭 감축해야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미 FTA의 높은 시장 개방률, 농업 분야 무역 적자가 61억 달러에 달한다”며 “농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해서 농업에 있어서 추가 개방이 불가하다는 점을 정부가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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