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권·이호승도 거론, 靑 검증 착수
대미 협상 ‘판갈이’와 ‘연속성’ 딜레마
김정관 이동 땐 ‘김용범 시즌2’ 우려도
공석인 청와대 정책실장 인선이 최근 세종 관가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유력 후보군으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거론되면서 산업부 내부에서는 “후임 장관 인사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책실장은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비롯해 외교·국방·통일을 제외한 모든 부처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자리다.
14일 관가에 따르면 청와대는 신임 정책실장 후보군을 추리고 검증 등 인선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 메가 프로젝트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정책 컨트롤타워 자리를 오래 비워두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사표가 수리된 지 2주째를 맞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일 사표를 수리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실장이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식시장 급변동을 야기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부동산 대책 논란 등을 거치며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정책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김 전 실장이 사실상 경질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관가와 정보지 등에서 거론되는 후보군에는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행시 36회), 고형권 BS그룹 부회장(행시 30회), 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행시 32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장(행시 34회),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도 거론된다.
현직 장관인 김정관 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미 투자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대미 투자 협상의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왔다고 대내적으로 강조해왔다. 이 같은 대미 협상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 김 장관의 이동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협상 테이블의 최전선에 있는 김 장관을 교체해 대미 협상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대미 투자 협상이 ‘슈퍼갑’인 미국의 요구을 저항없이 수용하는 데 치우쳐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수세적인 대미 투자 협상 상황에서 판을 바꾸려면 협상자를 교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현재 러트닉 장관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김 장관을 바꾸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정책실장으로 이동할 경우 ‘김용범 시즌2’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 장관과 김 전 실장은 전남 출신이자 기재부·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로, 그동안 대미 통상·투자 협상 등을 주도해왔다.
또한 김 장관과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모두 기재부 출신 행시 36회 동기다. 김 장관이 정책실장으로 이동할 경우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간 역할 분담과 조율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 주목된다.
세종 관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기재부의 변화를 요구했지만, 결국 주요 장관급 자리에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기용됐다”며 “부동산과 세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등 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경제정책을 어디서 주도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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