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신생아·중증응급 의료 이용 관내 비율 사실상 ‘0’
옹진 응급환자 98.5% 육지 이송
수도권 역차별 규제로 정부 필수의료 지원·특별회계 배제 우려
허종식 의원 “도서지역 현실 반영한 정부 지원 ‘도서지역 필수의료센터’ 세워야”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의 필수의료 기반이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과 신생아 진료는 물론 중증 응급의료까지 상당 부분을 다른 지역에 의존하고 있지만, 행정구역상 수도권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역 필수의료 지원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허종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국립중앙의료원 헬스맵(HealthMap)과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강화군과 옹진군의 분만실 관내 이용률은 모두 0%로 집계됐다.
고위험분만과 신생아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역시 관내 이용률이 모두 0%였다. 출산을 앞둔 산모부터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까지 지역 안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은 셈이다.
권역응급센터 100% 외지 의존
응급의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화·옹진 모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용률이 100% 역외 유출로 나타났다.
특히 섬 지역으로 구성된 옹진군의 경우 관내 응급실 이용률이 1.5%에 그쳤다. 응급환자 100명 가운데 98명 이상이 사실상 다른 지역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응급의료 접근성 역시 전국 최하위권이다. 옹진군은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60분 이내 접근이 어려운 취약인구 비율이 93.5%에 달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를 30분 이내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은 100%로 조사됐다.
옹진군은 분만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료, 인공신장실 등 핵심 의료 분야에서 동시에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분만 취약인구 비율은 95.1%, 소아청소년과는 95.9%, 인공신장실은 93.6%에 이른다.
내과·산부인과 전문의가 전무 의료 공백 ‘심각’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상주하는 내과와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는 점도 의료 공백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2024년 7월부터는 분만취약지 사업을 통해 백령병원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제 분만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 인프라 부족은 주민들의 건강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옹진군의 인구 10만 명당 연령표준화사망률은 381.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강화군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 60분 이내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인구가 42.5%이고 지역응급의료센터를 30분 이내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은 98.9%에 달한다.
특히 강화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7.2%인 초고령 지역이다. 고령층일수록 응급 및 만성질환 관리의 필요성이 높은 만큼 안정적인 의료체계가 필수적이지만, 지역 내 유일한 종합병원 응급실마저 의료인력 부족과 경영난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간 필수의료 격차 심해
전국적으로도 지역 간 필수의료 격차는 심각하다. 2023년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70곳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2명 이하인 ‘소아의료 취약지’로 분류됐다. 강화·옹진의 경우 소아 진료뿐 아니라 분만과 응급의료 등 여러 필수 분야가 동시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기준이 지역의 실제 의료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종합병원 지원사업과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등 각종 필수의료 정책이 대도시와 대형병원 중심으로 설계될 인천에 속한 강화·옹진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7년 신설 예정인 약 1조2천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에도 수도권을 일률적으로 제외하는 기준이 적용될 경우 오히려 수도권 안에서 가장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도서·접경지역이 국가 지원에서 배제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화군의 재정자립도는 12.3%, 옹진군은 8.7% 수준으로 자체 재원만으로 대규모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전문의 확보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 재정 지원 ‘도서지역 필수의료지원센터’ 설립 시급
허종식 의원은 이에 따라 인천시와 정부가 협력해 도서지역의 필수의료를 전담하는 ‘도서지역 필수의료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분만할 곳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신생아를 치료할 시설도 없어 육지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인천 도서지역의 현실”이라며 “단순히 수도권이라는 행정구역만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와 접경지역의 의료 여건을 별도로 평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도권정비계획법상 보건의료 분야 특례를 적용하고, 필수의료 지원사업에서도 도서·취약지역에 대한 별도 배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이송체계 개선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닥터헬기 등 항공응급이송망을 확충하고 지역필수의사제를 의료취약지역에 우선 배치하는 한편 응급환자 이송에 따른 비용 부담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의원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에 따라 주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강화·옹진의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전제로 한 도서 필수의료지원센터 설립과 응급이송체계 확충 등 종합적인 국가 대책을 마련하는 데 국회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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