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테크, ‘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승소
재판부, 이의신청권 전면 배제 및 조기 적용 부칙에 대해 “비례원칙 위배돼 무효” 판단
[헤럴드경제=이홍석 기자]법원이 주연테크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시가총액 기준을 당초 예정된 시점보다 앞당겨 적용하고 시가총액 미달만을 이유로 기업의 이의신청과 소명 기회를 배제한 관련 규정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는 취지다.
주연테크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유) 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일 주연테크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고 정리매매도 금지했다.
재판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가총액이라는 단일 지표가 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의신청이나 소명 기회를 주지 않도록 한 규정이다.
다른 하나는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의 적용 시점을 당초 2027년 1월 1일에서 2026년 7월 1일로 앞당긴 경과조치다.
법원은 이 같은 조치가 충분한 유예기간 없이 기업의 대응 기회를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의신청·소명 기회를 배제한 규정과 300억원 기준의 적용 시점을 앞당긴 경과조치 부칙 모두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봤다.
이번 판단의 배경에는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 개정이 있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퇴출 기준을 300억~500억원으로 높이고 이 가운데 300억원 기준의 적용 시점을 당초보다 6개월 앞당겼다.
주연테크는 지난 7월 21일 관리종목에 지정된 뒤 9월 28일 상장폐지가 결정됐으며 정리매매를 앞둔 상황이었다.
주연테크는 1988년 설립돼 2006년 상장한 컴퓨터 제조·판매 기업이다. 회사는 실적 개선 등을 통해 시가총액을 회복하려 했지만 관리종목 지정 이후 주가 하락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단기간에 시가총액을 회복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연테크 측은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시가총액 미달만으로 이의신청과 소명 기회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점, 시가총액 회복 요건을 ‘연속 45일 유지’로 강화한 점, 충분한 유예기간 없이 기준 적용 시점을 앞당겨 자본확충 등 정상화 계획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점 등을 주요 쟁점으로 제시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동일한 시가총액 기준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들도 해당 규정의 적용 시점과 절차를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법인(유) 린 상장기업 지원 TF(남광민 회계사, 김영훈 변호사)는 “단순히 단기 시가총액 지표 하나만으로 정상적인 기업의 상장적격성을 배제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라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이라면 결정 통지를 받은 직후 정리매매가 시작되기 전에 규정과 절차부터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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