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건보 청구자료(2015~2024년) 분석

치료중단군 의료비, 치료지속군의 4.3배…의료급여 수급자는 건보 가입자의 4.5배

“재활·사례관리 강화가 건보재정 지속가능성 높이는 길”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6일 서울시 중구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40회 세계마약퇴치의 날’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6일 서울시 중구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40회 세계마약퇴치의 날’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마약류 중독질환자를 처벌 중심으로 관리하는 현재의 정책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이 나왔다.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4배 이상 많아, 장기 치료와 재활 중심으로 정책의 무게를 옮겨야 한다는 제언이다.

2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마약류 중독질환자의 치료중단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 가중 현상’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4년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마약류 중독 관련 의료비 부담은 전체 환자에게 고르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중단군과 의료급여 수급자, 동반질환이 많은 환자군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치료를 지속한 환자보다 연도별 환자 규모도 2~3배 많았고, 1인당 연간 의료비와 10년 누적 의료비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회귀분석에서도 2024년 기준 치료중단군의 의료비는 치료지속군보다 약 4.3배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비 역시 건강보험 가입자의 약 4.5배에 달했다.

입법조사처는 마약류 중독질환자가 일반 환자보다 입원과 응급실 이용이 잦고 여러 만성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고비용 환자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결론이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주요국 사례도 마찬가지다. 약물법원, 치료조건부 처분, 지역사회 회복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처벌과 치료를 병행, 참여자의 재범률과 고비용 의료 이용이 모두 감소했다.

입법조사처는 국내 제도도 처벌 중심에서 치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마약류 중독 치료가 일부 지정 치료보호기관에 집중돼 있고 일반 의료기관의 참여는 제한적이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정 의료기관은 전국 30여 곳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전문 인력과 병상 부족도 치료 확대의 걸림돌로 꼽혔다.

이에 따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단속 중심에서 치료·재활 지원 중심으로 개편하고,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도 중독을 장기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치료를 일정 기간 이상 지속하면 본인부담을 경감하고, 재치료 초기 상담·검사 비용과 심리·사회재활 프로그램을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약류 중독 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관련해서도 “치료를 줄이는 것이 비용 절감이 아니라 치료 중단과 재발을 방치할수록 입원과 응급실 이용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더 커진다”며 고비용 환자를 줄이기 위한 예방적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