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달 1.15% 올라 2015년 4월(1.25%) 이후 1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세 상승률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뛰고 월세까지 치솟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송파구가 2.13%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성북구(1.81%), 성동구(1.61%), 광진구(1.54%), 노원구(1.50%)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권뿐 아니라 서울 외곽과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까지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월세도 노원·성동·성북·광진구 등을 중심으로 1%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매매시장 역시 성북·강서·강북·구로구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주택시장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이번 전세가격 급등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시행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유예 기간 동안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처분하면서 전세를 끼고 있던 매물이 시장에서 상당 부분 소화됐다. 그 결과 전세 공급은 줄고 가격 상승 압력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전세 물량 감소에 대해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유예 기간에 집을 팔았기 때문”이라며 “통계상으로는 대폭등이 아니라 정상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전세가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이고 장기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도 일리는 있다.
그렇더라도 현재 시장 불안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주거 안정은 민생의 기본이다. 전세를 단순한 투기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전세는 오랫동안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이 비교적 낮은 주거비로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할 수 있게 해준 주거 사다리였다. 전세 수요자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해 전세 물량이 줄었다고 해서 이를 정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은 높아진 전세금이나 월세를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서울은 여전히 전세 수요가 큰 시장이다. 전세의 부작용은 고치되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까지 걷어차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시행에 이어 보유세 강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규제 일변도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부족을 해소할 실질적 대책이다.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고 주거비 부담을 줄여줄 임대주택도 실수요층에 맞게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치솟는 주거비 부담이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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