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산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발표한 보고서는 우리 기업들이 어떤 환경에서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지 답답한 현실을 보여준다. 금융 접근성 부족, 높은 세금 부담, 과도한 노동 규제가 기업이 꼽은 3대 장애물로 드러났다. 특히 인허가 절차에 2024년 기준 평균 193.1일(세계은행 기업조사)이 소요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0배가 넘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우리 기업이 마치 돌덩이를 달고 뛰는 격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큰 경영상 장애물’로 금융 접근성을 꼽은 기업이 33.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세율 및 세무행정(20.9%), 노동 규제(15.8%) 순이었다. 실제로 금융 접근이 어렵거나 세금 부담이 큰 기업은 관련 부담이 덜한 기업보다 설비와 무형자산 투자 비율이 20%포인트 이상 낮았다. 노동 규제를 크게 느끼는 기업들은 인력을 확충하기보다 자동화·기술 개발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바꾸면서 오히려 설비·무형자산 투자를 늘렸다. 노동 규제가 경제 구조와 고용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로봇주가 급등한 현상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그 부담은 청년층과 ‘귀족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 그대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완화에는 손을 놓고 있다. OECD 상품시장규제지수(PMR)에서 ‘행정 및 규제 부담’은 지난 5년간 개선이 전혀 없었고, 외국인 투자기업 44.4%가 한국 산업 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규제 개선’을 꼽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말로만 규제 완화를 외칠 뿐, 실제 조치는 요원하다. 오히려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 반기업적 입법만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방어권 없이 기업을 사지로 내모는 법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던져지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주요국들이 기업이 더 빨리 뛸 수 있도록 장애물을 치우고 보조금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우리 경제는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전략 경쟁, 관세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가 위태위태하다. 0%대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주요 첨단산업도 중국의 공세에 점차 밀리는 상황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해법으로, 그 짐을 지는 건 결국 기업이다. 금산분리 원칙의 탄력적 운용, 직접 환급 방식의 세제 지원, 전략산업에 한정한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SGI의 제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몇 가지 규제만 풀어도 일자리가 수천 개 늘고, 매출이 1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과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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