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법원이 국민보도연맹 피해자 유족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사건에서 잇따라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증거로 인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박대준)는 국민보도연맹 충청북도연맹에 가입했다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좌익으로 몰려 처형당한 이들의 유족 23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희생자 및 유족들이 겪었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이후 사회와 국가로부터 받았을 온갖 차별과 냉대로 인한 경제적 궁핍, 국가가 6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별도의 조치 없이 희생자들의 손해를 방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정부 측은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만으로는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 스스로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고 증명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과거사위원회를 설치해 망인들을 희생자로 확정했다”며 “지금에 와서 증거력이 부족하다며 망인들을 희생자로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폭력적인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억울함과 분노를 인내한 유가족들의 마지막 기대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 역시 ‘과거사위 조사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 이우재)는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가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당한 고(故) 이홍범 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구속력 있는 행정처분으로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과거사위도 법에 정해진 권한 내에서 사실 조사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 이상, 희생자인지 여부에 관한 증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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