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고(故)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2일 “‘암살자(들)’ 제작사의 요청에 따라 예정돼 있던 제31회 부산영화제 개막식 참석·야외무대인사 일정이 취소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관객·게스트들의 안전과 원활한 행사 진행을 고려한 제작사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관련 일정을 기다려 주신 관객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이민호는 이미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 일정을 취소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영화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당시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제일교포 문세광이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육 여사만 살해한 사건이다. 그러나 사건과 관련한 일부 의문점들을 고리로 배후에 다른 인물(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화는 그 같은 의혹을 다루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배후로 암시했다는 비판에 휘말렸다. 박 전 대통령을 아내를 입은 피해자임에도 가해자인 것처럼 암시한 것은 역사를 왜곡한 것이라는 문제제기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상처를 안고 있는 유족이 살아있음에도 그 같은 의혹을 제기한 것 역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는 비판이다.
반면 영화를 찍은 허진호 감독은 ‘박정희 전 대통령 배후설’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이는 상식적으로 모순되고 개연성도 없기 때문”이라며 “과거 지상파 다큐멘터리 등에서 다뤄졌던 현장 탄피와 총격 궤적 관련 기록을 토대로 영화적 가정을 펼쳤을 뿐, 특정한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을 필두로 한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을 향한 도를 넘은 흑색선전과 비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 보수단체는 주연 배우 유해진의 집을 공개하며 집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전날 관련 입장문을 내고 “작품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제작 과정이나 참여 창작자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거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개별 창작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의 작품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에 대한 평가의 범위를 넘어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개인에 대한 공격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영화의 건강한 제작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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