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1회> 모든 길은 하나로! 10

“벌써… 일주일.”

소가 닭을 종일토록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있어도… 지붕 위의 닭은 종일토록 소를 내려다보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고? 소는 느긋하지만 닭은 성격이 팔팔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강준호 연애전략의 핵심이었다.

“겨우?”

“겨우…라니요? 하루가 일 년 같은 걸?”

그래? 강준호는 승용차 뒷좌석에 앉은 채로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신희영의 어깨를 손으로 바짝 움켜쥐었다.

“그날… 안개처럼 수증기가 퍼져 나오는 유리 욕조가 생각나요. 안에서는 밖이 내다보이지만 밖에서는 거울로 보이는 유리욕실… 팔선녀가 내뿜는 여덟 갈래 폭포! 정말 기막혔어. 그날 유리 욕조 안에서 당신은 폼 나게 인생을 살아보자고 했지. 그런데 이게 뭐야? 호텔비도 없어서 쩔쩔 매다니”

“조금만 참아요. 이젠 고민하지 않을 거야. 더욱 강력하게 이혼을 밀어붙이고… 당장 필요한 돈은 천 부장에게 알아서 조달해 오도록 할게요.”

그럼 그렇지, 이것이 바로 강준호 연애전략의 정점이었다. 상대방에게 집요하게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상대로 하여금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법! 역시 무림에서 익혀 온 고수의 내공이었다.

“이혼허가가 나면 즉시 회사를 접수하고 이미지부터 바꾸는 거예요, 굴뚝산업의 이미지를 벗으려면 애 좀 써야 할 겁니다.”

“그건… 강 프로님이 알아서 하세요.”

신희영이 이토록 고분고분해진 까닭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정일까? 사랑일까? 혹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넘치기 때문?

공항에서 출발하여 피라미드식 리조트 호텔인 캐스케이드 호텔까지는 불과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소위 골프 전지훈련 단원들은 오랜 비행에 지쳐 방을 배정받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호성이 녀석은 어디로 튀었지? 공항에서도 꼴을 볼 수 없었어요. 혹시 강유리 선수와 도피행각을 벌이는 건 아닐까요?”

“비행기에서 그 난리를 피웠으니 오늘은 미안해서라도 나타나지 못할 겁니다. 며칠 뒤에야 나타나겠지요. 그동안 골프는 잠시 접어두고 휴식이나 취하세요.”

“그래요… 가뜩이나 외로워 죽겠는데… 아들 녀석마저 속을 썩이네요.”

“외롭지요? 신 여사님, 방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뒤따라 들어갈게요.”

분위기가 이렇게 흘렀으니 어쩌나. 강준호는 남의 눈을 피해 일단 제 방으로 들어왔다가 호텔 발코니를 슬쩍 넘어서 옆방인 신희영의 룸으로 스며들어갔다. 마침 룸이 2층이었기 때문에 발코니를 타고 넘는 일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발코니를 넘는 까닭은 만에 하나, 유한솜에게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유한솜에게 트집 잡히기는 싫기 때문이었다.

“역시 깨어 있었군. 고단하지 않아요?”

“괜찮아요. 창밖으로 저 멋진 게리플레이어 골프코스가 펼쳐져 있는데 잠이 오겠어요?”

그녀는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게리플레이어 골프장 전경이 아름다운들 월야침침 달도 없는 야삼경에 풍광이 내다보이기나 하려고? 누굴 바보로 아나? 늙은 말이 홍당무를 더 밝힌다는 걸 모를까 봐?

더 이상 무얼 망설일까? 그는 대뜸 신희영의 나이트 가운부터 벗겨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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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