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소송 원고패소

법원이 “공익성을 갖춘 언론보도라면 명예훼손 여지가 있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또 진실이라 입증되지 않은 보도라도 그렇게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언론보도에 관한 법원의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노만경 부장판사)는 16일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H신문사의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신문사와 소속 기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H신문은 지난 2011년 9월 15일자 지면에 폭로 전문 매체 ‘위키리크스’의 문건을 인용해 “김 본부장이 2007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에 쌀시장 개방 확대 협상을 약속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에는 김 본부장이 재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와 있을 뿐, ‘약속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은 없다. H신문은 이 때문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한 바 있다.

재판부는 “H신문이 ‘약속했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명확한 표현을 피하는 것이 외교가의 관행이고, 위키리크스의 문건 역시 추가협상을 우회적으로 시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보도가 악의적이라거나 경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같은 재판부는 C 신문사와 이 신문 대표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관련 보도로 명예가 실추됐다”며 미디어오늘의 B 논설위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 씨는 지난 2009년 3월 24일자 칼럼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유력보수 일간지 대표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8월 “장 씨 핸드폰에 C 신문사 대표와 통화한 흔적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재판부는 “칼럼 내용이 진실이라 입증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장자연 사망 사건은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며 칼럼 역시 공익을 위한 것이어서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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