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도시, 100개의 정체성 필요
고유 문화 유지 이상의 전략 있어야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과거엔 국가가 있고 그 다음에 도시가 있었다. ‘도시의 시대’가 된 지금은 도시가 국가를 앞선다. 자연스레 어느 분야든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도시 간 경쟁이 치러진다.
‘1913 송정역시장(광주)’와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 추진 등 도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최현희는 신간 ‘사랑받는 도시의 선택’에서 “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필수적이며, 도시 각자는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산을 더 드러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부동의 글로벌 도시 1~3위인 뉴욕과 런던, 파리 모두 문화예술이 도시의 독보적 경쟁력을 일궈 준 곳임을 강조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생존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항상 사람들은 그 이상의 것, 즉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싱크탱크 센터포시티의 연구에 따르면, 25~34세 청년층은 거주지를 결정할 때 “문화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즉 예술가 그룹뿐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 예술적’이어야 사람을 불러모으는 도시가 된다는 말이다.
다만 ‘도시 마케팅’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도시 고유의 문화를 ‘유지·보수하는 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도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을 띄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뉴욕의 ‘I♡NY’ 슬로건과 같이 도시의 브랜드가 곳곳에서 느껴지게 하고, 눈에 잘 보이게 만드는 게 도시 마케팅의 제대로 된 예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시의 시립 도서관 사례를 소개하며, 도시 혁신의 시작은 법률과 규제를 푸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인구 5만 명의 중소 도시인 다케오시의 시립 도서관은 대형 상업 서점인 츠타야 서점에서 위탁운영한다. 덕분에 도서관이 여타 지역 시립 도서관들이 고수하던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가 아니라 상업 서점과 같은 ‘오전 9시~오후 9시,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를 입점시켜 커피향이 공간을 채우게 하고, 도서 대출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 사람들이 이 곳의 공기를 떠다니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로 867명에 불과하던 일일 이용자 수가 2529명으로 폭증했다. 저자는 중소 도시의 한 시립 도서관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히와다 게이스케 다케오시 시장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고 언급한다. 히와다 시장은 관례를 깨고 일본 지자체 처음으로 ‘영업부’를 만들어 “도시의 경쟁력을 만들고 팔라”고 지시한 인물이다.
책의 절반은 문화예술을 무기로 도시 혁신에 성공한 네 개 도시를 분석하는데 할애한다. 미국 뉴욕(리틀 아일랜드), 영국 리버풀(비틀즈), 미국 오스틴(음악축제 SXSW), 일본 나오시마(현대미술)를 다이아몬드 프레임워크 분석을 통해 상세히 파헤친다.
사랑받는 도시의 선택/ 최현희 지음/ 헤이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