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은 맛있다”…사람을 향한 강민철의 미식[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미식을 완성하는 최고의 재료는, 어쩌면 사랑일지 모른다. 오래 전부터 미식가들은 음식의 맛에 만든 이의 마음이 담긴다고 믿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에는 사랑의 맛이. 미워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은 미움의 맛이, 슬픔으로 마음으로 만든 음식에는 슬픔의 맛이 난다고 말이다. 부모님이 아이를 위해 만든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건, 결코 과장만은 아니다. 강민철 셰프는 이 이야기가 단순한 감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분명히 달라진다는 것을, 그는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해왔다. 마음을 쓰는 만큼 재료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불을 더 오래 들여다보며, 스스로도 모르게 한 번 더 손길을 보태게 된다. 그 미세한 차이들이 결국 맛을 바꾼다. “똑같은 재료, 똑같은 레시피라고 하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만드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현장에서 늘 목격하고 있습니다. 마냥 미신같은 이야기가
2026.03.22 23:25
사라진 줄 알았는데…서울 꼭대기에서 찾은 정월대보름 잔치상[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정월대보름은 큰 명절이었다. 시골에선 특히 그랬다. 온 마을 사람이 모여 정월대보름 잔치를 벌였다. 잔치의 중심엔 음식이 있었다. 하얀 천막을 커다랗게 치고, 교자상을 깔고 그 위에 온갖 음식이 올라갔다. 지짐이를 지지는 기름 냄새가 마을에 퍼지면, 꼬마 아이들은 참새처럼 그 주위를 옹기종기 둘러쌌다. 커다란 솥에서는 돼지고기가 뽀얗게 삶아졌고, 시루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며 고슬고슬한 시루떡이 익어갔다. 여기에 막걸리 한 사발이 더해지면, 쥐불놀이가 밤하늘을 수놓는 정월대보름의 밤은 비로소 흥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잊힌 풍경이 된 대보름 잔치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최근 서울 롯데타워 81층에 자리한 비채나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파인다이닝 셰프들이 모여 정월대보름을 주제로 한 미식 잔치를 열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셰프들의 요리가 한자리에 모여 조화를 이루며, 잔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향연의 불꽃을 다시 지폈다.
2026.03.08 23:30
“소금빵 원가 400원, 비싸게 팔고싶지 않아”…행복을 굽는 제빵사 김경오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새벽 4시 30분. 새들도 눈을 뜨지 않은 어슴푸레한 시간, 김경오 셰프는 빵을 굽는다. 파주 회동길, 동화같은 마을에 구수한 빵 냄새가 여명(黎明)처럼 퍼져나가면 비로소 어둠이 걷히고 새아침이 밝는다. 행복을 냄새로 표현한다면, 빵 굽는 냄새가 아닐까. 빵은 오랜 시간 행복의 매개체로 여겨졌다. 그건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르지 않았다. 돈이 없어도 빵 하나로 행복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빵은 행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가난한 이들에게 빵은 불행을 체감하는 음식이 되버렸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 때문이다. 한국의 빵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에 따르면 식빵 가격은 2.98달러(약 4300원)로 세계 10위, 아시아 1위였다. 일반적으로 3000원~4000원 수준인 소금빵은 원조인 일본에 비해 4배 정도 비싸다. 빵의 가격 상승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최근 5년간 빵값 상승률만 38.7%에 달한다.
2026.02.15 23:20
삼겹살, 세계적 고급식 가능할까? 답은 “YES”…10전11기 실패의 아이콘, 삼겹살의 전설이 되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삼겹살이 일본의 스시처럼 세계적인 프리미엄 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대답은 ‘예스’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식당이 있다. 삼겹살의 패러다임을 바꾼, 금돼지식당이다. 삼겹살은 단연코 한국의 대표 바베큐다. 돼지고기를 불에 굽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다면, 이는 삼겹살의 깊이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품종과 숙성, 정형, 불의 온도와 열 전달 방식 등에 따라 삼겹살은 천상의 맛에 도달한다. 삼겹살은 유연한 음식이다. 좋은 소금에 찍으면 기름의 풍미가 전면에 드러나고, 과카몰리나 바질페스토, 살사를 곁들이면 이국적인 매력을 낸다. 쌈장과 마늘, 상추와 깻잎에 쌈을 싸면, 한식의 맛이 지닌 조화의 미식을 완성한다. 한 점의 고기가 만드는 수 많은 맛의 아름다움, 그것이 삼겹살의 미식이다. 90년대~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삼겹살은 주로 집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그때를 겪은 이라면 ‘삼겹살 파티’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월급 날 또는, 축하할 일
2026.01.25 23:30
가장 따뜻한 주방 ‘남극’…남극의 셰프 안치영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연평균 기온 영하 50도. 극한(極寒)의 하얀 대륙, 남극.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공허의 땅에서도 미식은 꽃을 피운다. 얼음을 깨고 틔우는 설야(雪野)의 동백꽃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식탁의 온기를 지켜내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남극의 셰프’라 부른다. 남극반점의 안치영 셰프는 제37차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조리대원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남극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마주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 남극에서의 시간을 역경이 아닌 행복으로 회상하는 이유는, 도전을 사랑하는 그의 기질 때문일지도 모른다. “0.001%에 도전하라는 남극세종과학기지 채용 공고를 봤을 때 심장이 뛰었어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극행을 택했죠. 망설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설렘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남극에서 그가 마주한 첫 번째 도전은 ‘식재료와의 전쟁’이었다. 조리대원은 남극 대륙에 입도할 때 1년 동안 사용할 모든 식재
2026.01.11 23:20
“곰탕, 글로벌 ‘스타푸드’ 된다”…미슐랭 3스타 셰프 임정식이 짓는 한식의 미래[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식의 대중화를 이끌 스타푸드, ‘곰탕’ 전세계 미식의 격전지 뉴욕에서 미슐랭 3스타에 오른 레스토랑은 단 5곳뿐이다. 그 중 당당하게 한식으로 미슐랭 정상에 깃발을 꽂은 이가 있다.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다. 한식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그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내세운 음식은 ‘곰탕’이다. 그는 곰탕을 한식의 대중화를 이끌 ‘스타푸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식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스타셰프가 아닌, 스타푸드가 나와야 합니다. 저는 곰탕이 스타푸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의 쌀국수나 이태리의 피자, 일본의 스시 등 스타푸드의 등장은 그 나라 음식문화의 대중화를 여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한국 역시 스타푸드가 등장해 한식의 대중화를 견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곰탕은 절제의 철학이 담긴 한식의 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소고기 베이스 육수를 내는 음식은 전세계에 수 없이 많지만, 곰탕은 그 중에서도 절제의 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음
2025.11.30 23:30
“나는 진짜이고 싶습니다”…장독에서 피어난 숙수 권우중의 ‘신념’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나는 진짜이고 싶습니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다. 유행이 시키는 대로, 돈이 이끄는 대로, 겉만 번지르르한 외피를 두른 가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식 다이닝 권숙수의 권우중 세프는 현재 다이닝 시장이 그러하다며, 그가 목도한 ‘불편한 진실’을 조심스레 꺼냈다. 그가 말하는 가짜란 한식의 근본은 외면한 채, 성공의 도구로만 한식을 이용하는 이들이다. 한류 열풍 속에서 한식은 새로운 미식 장르로 부상하는 한편, 영광과 돈의 냄새가 뒤섞인 수단으로 변모했다. 미슐랭에 이름 하나를 올리기 위해 한식을 만지는 척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을 가감 없이 가짜라 불렀다. “한식 다이닝에 몇년 째 일을 한 셰프조차 장을 담그는 걸 본 적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장 담그는 연출을 찍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장을 담근다고 하고는 제품을 사용하는 곳도 있고요. 한식을 해야 해외나 미슐랭으로부터 인정받기 쉽다는 인식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것
2025.11.16 23:25
“짜장면 맛 없어진 이유, ‘이것’ 때문”…‘철가방 셰프’ 임태훈과 짜장면, 그리고 시래기찌개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짜장면 시키신 분~” 말만 들어도 행복해지는 음식 짜장면, 입 안 가득 한입 먹으면 마음까지도 배부른 기분이다. 그건 아마 짜장면과 함께 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졸업식, 생일, 이삿날 등 좋은 날만 먹을 수 있던 짜장면, 성인이 된 지금도 짜장면을 먹을 때면 우리도 모르게 어릴 적 행복했던 향수가 떠오르는 것 아닐까. 그런데 왜인지 지금의 짜장면은 그 시절보다 맛이 없게 느껴진다. 이제는 흔하게 먹을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단순한 추억의 미화일까. 그러나, 많은 이가 짜장면이 맛이 없어졌다는 데 동의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정말 짜장면은 맛이 없어진 것일지 모른다. ‘철가방 셰프’로 유명한 임태훈 셰프도 짜장면이 맛이 없어졌다는 데 동의한다. 그가 짜장면이 맛 없어졌다고 하는 근거는 재료에 있다. 가장 중요한 향과 고소한 맛을 내는 돼지기름 ‘라드유’가 사라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짜장면이 맛 없어졌다는
2025.10.26 23:30
벼랑 끝에 선 숙수, 사라지는 왕의 밥상을 붙들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600년을 이어온 조선의 궁중요리 역사가 벼랑 끝에 서 있다. 김도섭 셰프는 그 벼랑 위에서 한 줄기 바람 같은 전통의 맥을 붙들고 선 사람이다. 그의 손끝에는 왕의 밥상을 책임진 숙수(熟手)의 숨결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숨결은 이제 희미하다. 현존하는 궁중요리 이수자는 고작 스무 명 남짓. 새로운 제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는 어쩌면 ‘마지막 숙수’로 기록될지 모른다. 김도섭 셰프는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가련한 소년이었다. 청주 외곽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그의 집은 경제적으로 유복한 편은 아니었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포기하려 했다. 큰 형의 결단으로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형들과 자취를 해야 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입학하자마자 결국 학교를 나와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요리를 만났다. “페인트칠, 천장 석고보드, 용접, 목수, 꽃집 심부름까지 할 수 있는
2025.10.12 23:35
“두 유 노우 김치? 이제 그만”…이탈리이에서 온 한식 순례자, 파브리치오 페라리[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식은 아시안 요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입니다.” 파브리치오 페라리(Fabrizio Ferrari) 셰프의 말은 단순한 예찬이 아니다. 이것은 한식을 자신의 숙명처럼 받아들인 이만이 가질 수 있는 결의의 표현이다. 오래된 고택에서 직접 장을 담그고,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산사의 고요한 주방에서 사찰음식을 탐구하는 파브리치오 셰프는 단순한 요리사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는 한식의 길을 찾는 순례자다. 그 여정 속에서 파브리치오 셰프는 한식이 단순한 음식이 아님을 깨닫는다. 자연과 시간, 철학과 정성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서사, 그것이 곧 한식이다. 이 특별한 서사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한국의 맛을 배우고, 느끼고, 다시 빚는다. 파브리치오 셰프의 손끝에서 한식은 세계 미식의 지도 속에서 자신만의 좌표를 찾아가고 있다. “제 목표는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
2025.09.28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