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쉐린☆ 셰프들 줄줄이 곰탕집 오픈…‘한 그릇’에 한식의 미래 담았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국의 최정상급 셰프들이 잇따라 곰탕집을 열었다. 고급 문화의 대명사인 파인다이닝 셰프들과 곰탕의 만남은 와인과 막걸리의 조합만큼이나 의외다. 그들은 곰탕이야말로 시간을 응축한 한식의 정수이자, 한식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셰프들이 선보이는 곰탕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곰탕에 빠진 이유도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고, 또 다른 이는 미식의 대중화를 이야기한다. 또 어떤 이는 한식의 재발견을 꿈꾼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곰탕이 지닌 한국적 가치다. 곰탕에는 절제와 인고라는 한국의 미학이 담겨 있다. 얼핏 보면 소고기를 넣고 끓이는 단순한 음식 같지만, 절대 만만하지 않다. 재료는 소고기와 물, 소금 정도로 단출하다. 그만큼 맛을 감출 장치도 없다. 좋은 곰탕은 오랜 시간 약한 불에서 육수를 우려내며 재료의 풍미를 끌어내야 한다. 단순하기에 더 어렵고, 소박하기에 더 정직한 음식이다.
2026.07.05 23:30
주방에서 펼치는 최현석의 ‘코미디’, 뉴욕 진출한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웃기지만, 우습지 않다. 최현석 셰프의 요리는 무대 위 펼쳐지는 감동의 코미디다. 파인다이닝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흔히 예술적 표현과 감성적 해석을 중시하는 ‘아트하우스(Art House)’나, 치밀하게 계산된 스타일로 의미를 전달하는 ‘미장센(Mise-en-scène)’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최현석 셰프의 요리는 오히려 ‘코미디’에 가깝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위트 있는 형태의 음식은 손님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동시에 맛으로 감동을 전한다. 웃기지만 결코 우습지 않은 코미디의 정의가 그의 요리에 그대로 적용된다. 파인다이닝은 때때로 손님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긴다. 높은 가격과 낯선 분위기 속에서 위축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현석 셰프는 그런 현실에 의문을 던진다. 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찾은 손님들이 불편해야 하느냐고.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웃고 즐기다 가기를 바란다. “요리 30년 차에 깨달았어요. ‘나는 감동 있는
2026.06.21 23:00
“나는 먹을 때마다 괴로워야 했다”…미식계가 경악한, 김진혁의 ‘창작론’[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제가 만든 요리를 먹을 때, 단 한 번도 괴롭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김진혁 셰프의 자기 평가는 자조적이고 염세적이다. 냉혹을 넘어 잔혹하다. 그리고 나는 그 말 속에서 요리를 향한 그의 애증과 고뇌를 읽었다. 그의 만족은 마치 우주의 끝을 찾아 떠나는 항해와도 같다.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처럼,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 역시 끊임없이 멀어져 갔다. 미식계는 그를 창작에 사로잡힌 예술가라고 평가한다. 즉흥적이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요리를 마주하면, 그가 왜 미식계의 예술가라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셰프로서 그의 삶은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속 주인공인 스티븐 디덜러스를 떠올리게 한다. 스티븐은 종교와 사회가 만든 규범 속에서 고뇌한다. 그리고 끝내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달고 미궁 같은 제약을 벗어난다. 그것은 곧 자아의 해방이었다. 김진혁 셰프 역시 정해진 장르의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청담동
2026.06.07 23:20
“대기실 셰프 모습에 깜짝”…박은영의 ‘스타셰프’ 필수조건[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스타는 대중의 꿈을 비추는 거울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만큼 스타의 존재를 잘 정의한 말이 있을까. 우리의 꿈을 대신한 동경의 대상,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하늘 위의 반짝이는 별 ‘스타’라 부른다. 한류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스타의 힘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그 영향력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문화와 사회, 경제 전반으로 뻗어간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은 문화적 영향력이다.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의 영역이다. 한번 마음속에 자리 잡은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굉장히 무섭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뒤, 애써 잊으려 해도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사회와 경제의 변화 역시 문화적 영향력 아래에서 가능하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에야 사회를 움직일 수 있고, 경제적 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K팝 스타들의 선한 영향력이 사회를 바꾸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소비와 산업의 흐름까
2026.05.24 23:20
“아이 잃은 슬픔, 또 겪고 싶지 않아”…마녀의 숨겨진 눈물[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사람들은 그를 마녀라 부른다. 그러나 내가 본 그는 수십 년 전 상처에 눈물짓는, 따뜻한 온기를 지닌, 어쩌면 여리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지금 요식업계에서 신성(新星) 스타셰프를 나열하자면, 이문정 셰프를 빼놓을 수 없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연예인을 연상시키는 외모, 위트를 머금은 거친 화법. 그의 매력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그러나 그 당당함 이면에는 이 짧은 글로는 다 담기 어려운 26년의 세월이 있다. 아픔과 성취, 상실과 회복이 뒤얽힌 세월.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또렷이 느껴지는 건 단 하나였다. 시련을 대하는 태도, 그 단단함이었다. 이문정 셰프는 대학을 졸업한 후 2001년 워커힐호텔 중식당 ‘금룡(金龍)’에서 요리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당시 중식 주방은 철저한 남성 중심의 세계였다. 작은 체구의 그가 뜨거운 불길 앞에서 무거운 웍을 다룰 것이라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손재
2026.05.10 23:20
78조 시장 두고 韓 ‘떡’ VS 日 ‘모찌’ 승부는 시작했다…‘혁신가’ 박경미의 승부수[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간식이 귀했던 시절, 떡만큼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준 음식도 드물었다. 부엌에서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손을 맞대고 떡을 빚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봄이면 논둑에서 캔 쑥으로 쑥개떡을 만들고, 비 오는 날이면 찹쌀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지진 뒤 설탕에 찍어 먹었다. 이제 떡은 한·중·일 동북아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듯하다. 무려 78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떡 시장에 전세계 미식계가 주목을 하고 있다. 일찍이 떡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은 일본의 모찌(餅)를 넘어 한국 떡이 세계 시장에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가 2023년 발간한 ‘떡·한과류 세부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떡·한과의 수출 규모는 7000만 달러(2만551톤)로 2017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는 한국 문화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떡 수출액이 급성장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대 수출국이 같은 떡 문화권인 아시아가 아
2026.04.26 23:20
공짜 취급한 김치, 진짜 중국에 뺏긴다…김치명인의 섬뜩한 경고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역사 이래 이렇게 김치가 맛없었던 시절은 없었을 겁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58호 이하연 명인의 말은 충격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 명인이자, 김치 사업가인 그가 김치를 ‘최저’라고 평가하다니, 자승자박 아닌가. 하지만, 나는 곧 이 말이 김치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뼈 아픈 호소임을 깨달았다. 무너지는 둑을 온몸으로 막듯, 그는 지금의 김치 문화에 닥친 위험을 목청껏 경고한 것이다. “적어도 제가 태어난 70년 가까운 세월을 돌이켜보면, 가난했던 과거보다도 지금이 더 김치의 품질은 낮아졌습니다. 추억을 미화한 게 아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말입니다.” 김치의 품질을 무너뜨린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김치를 한국의 얼굴이라 말하면서도, 식탁 위에서는 공짜 반찬 이상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 모순된 태도가, 김치를 서서히 추락시켰다. “좋은 김치를 찾는 사람도, 값을 지급하려는 사람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공짜가 당연한 싸
2026.04.12 23:20
“사랑은 맛있다”…사람을 향한 강민철의 미식[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미식을 완성하는 최고의 재료는, 어쩌면 사랑일지 모른다. 오래 전부터 미식가들은 음식의 맛에 만든 이의 마음이 담긴다고 믿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에는 사랑의 맛이. 미워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은 미움의 맛이, 슬픔으로 마음으로 만든 음식에는 슬픔의 맛이 난다고 말이다. 부모님이 아이를 위해 만든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건, 결코 과장만은 아니다. 강민철 셰프는 이 이야기가 단순한 감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분명히 달라진다는 것을, 그는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해왔다. 마음을 쓰는 만큼 재료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불을 더 오래 들여다보며, 스스로도 모르게 한 번 더 손길을 보태게 된다. 그 미세한 차이들이 결국 맛을 바꾼다. “똑같은 재료, 똑같은 레시피라고 하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만드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현장에서 늘 목격하고 있습니다. 마냥 미신같은 이야기가
2026.03.22 23:25
사라진 줄 알았는데…서울 꼭대기에서 찾은 정월대보름 잔치상[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정월대보름은 큰 명절이었다. 시골에선 특히 그랬다. 온 마을 사람이 모여 정월대보름 잔치를 벌였다. 잔치의 중심엔 음식이 있었다. 하얀 천막을 커다랗게 치고, 교자상을 깔고 그 위에 온갖 음식이 올라갔다. 지짐이를 지지는 기름 냄새가 마을에 퍼지면, 꼬마 아이들은 참새처럼 그 주위를 옹기종기 둘러쌌다. 커다란 솥에서는 돼지고기가 뽀얗게 삶아졌고, 시루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며 고슬고슬한 시루떡이 익어갔다. 여기에 막걸리 한 사발이 더해지면, 쥐불놀이가 밤하늘을 수놓는 정월대보름의 밤은 비로소 흥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잊힌 풍경이 된 대보름 잔치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최근 서울 롯데타워 81층에 자리한 비채나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파인다이닝 셰프들이 모여 정월대보름을 주제로 한 미식 잔치를 열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셰프들의 요리가 한자리에 모여 조화를 이루며, 잔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향연의 불꽃을 다시 지폈다.
2026.03.08 23:30
“소금빵 원가 400원, 비싸게 팔고싶지 않아”…행복을 굽는 제빵사 김경오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새벽 4시 30분. 새들도 눈을 뜨지 않은 어슴푸레한 시간, 김경오 셰프는 빵을 굽는다. 파주 회동길, 동화같은 마을에 구수한 빵 냄새가 여명(黎明)처럼 퍼져나가면 비로소 어둠이 걷히고 새아침이 밝는다. 행복을 냄새로 표현한다면, 빵 굽는 냄새가 아닐까. 빵은 오랜 시간 행복의 매개체로 여겨졌다. 그건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르지 않았다. 돈이 없어도 빵 하나로 행복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빵은 행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가난한 이들에게 빵은 불행을 체감하는 음식이 되버렸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 때문이다. 한국의 빵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에 따르면 식빵 가격은 2.98달러(약 4300원)로 세계 10위, 아시아 1위였다. 일반적으로 3000원~4000원 수준인 소금빵은 원조인 일본에 비해 4배 정도 비싸다. 빵의 가격 상승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최근 5년간 빵값 상승률만 38.7%에 달한다.
2026.02.15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