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겹살, 세계적 고급식 가능할까? 답은 “YES”…10전11기 실패의 아이콘, 삼겹살의 전설이 되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삼겹살이 일본의 스시처럼 세계적인 프리미엄 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대답은 ‘예스’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식당이 있다. 삼겹살의 패러다임을 바꾼, 금돼지식당이다. 삼겹살은 단연코 한국의 대표 바베큐다. 돼지고기를 불에 굽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다면, 이는 삼겹살의 깊이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품종과 숙성, 정형, 불의 온도와 열 전달 방식 등에 따라 삼겹살은 천상의 맛에 도달한다. 삼겹살은 유연한 음식이다. 좋은 소금에 찍으면 기름의 풍미가 전면에 드러나고, 과카몰리나 바질페스토, 살사를 곁들이면 이국적인 매력을 낸다. 쌈장과 마늘, 상추와 깻잎에 쌈을 싸면, 한식의 맛이 지닌 조화의 미식을 완성한다. 한 점의 고기가 만드는 수 많은 맛의 아름다움, 그것이 삼겹살의 미식이다. 90년대~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삼겹살은 주로 집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그때를 겪은 이라면 ‘삼겹살 파티’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월급 날 또는, 축하할 일
2026.01.25 23:30
가장 따뜻한 주방 ‘남극’…남극의 셰프 안치영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연평균 기온 영하 50도. 극한(極寒)의 하얀 대륙, 남극.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공허의 땅에서도 미식은 꽃을 피운다. 얼음을 깨고 틔우는 설야(雪野)의 동백꽃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식탁의 온기를 지켜내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남극의 셰프’라 부른다. 남극반점의 안치영 셰프는 제37차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조리대원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남극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마주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 남극에서의 시간을 역경이 아닌 행복으로 회상하는 이유는, 도전을 사랑하는 그의 기질 때문일지도 모른다. “0.001%에 도전하라는 남극세종과학기지 채용 공고를 봤을 때 심장이 뛰었어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극행을 택했죠. 망설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설렘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남극에서 그가 마주한 첫 번째 도전은 ‘식재료와의 전쟁’이었다. 조리대원은 남극 대륙에 입도할 때 1년 동안 사용할 모든 식재
2026.01.11 23:20
“곰탕, 글로벌 ‘스타푸드’ 된다”…미슐랭 3스타 셰프 임정식이 짓는 한식의 미래[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식의 대중화를 이끌 스타푸드, ‘곰탕’ 전세계 미식의 격전지 뉴욕에서 미슐랭 3스타에 오른 레스토랑은 단 5곳뿐이다. 그 중 당당하게 한식으로 미슐랭 정상에 깃발을 꽂은 이가 있다.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다. 한식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그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내세운 음식은 ‘곰탕’이다. 그는 곰탕을 한식의 대중화를 이끌 ‘스타푸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식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스타셰프가 아닌, 스타푸드가 나와야 합니다. 저는 곰탕이 스타푸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의 쌀국수나 이태리의 피자, 일본의 스시 등 스타푸드의 등장은 그 나라 음식문화의 대중화를 여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한국 역시 스타푸드가 등장해 한식의 대중화를 견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곰탕은 절제의 철학이 담긴 한식의 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소고기 베이스 육수를 내는 음식은 전세계에 수 없이 많지만, 곰탕은 그 중에서도 절제의 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음
2025.11.30 23:30
“나는 진짜이고 싶습니다”…장독에서 피어난 숙수 권우중의 ‘신념’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나는 진짜이고 싶습니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다. 유행이 시키는 대로, 돈이 이끄는 대로, 겉만 번지르르한 외피를 두른 가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식 다이닝 권숙수의 권우중 세프는 현재 다이닝 시장이 그러하다며, 그가 목도한 ‘불편한 진실’을 조심스레 꺼냈다. 그가 말하는 가짜란 한식의 근본은 외면한 채, 성공의 도구로만 한식을 이용하는 이들이다. 한류 열풍 속에서 한식은 새로운 미식 장르로 부상하는 한편, 영광과 돈의 냄새가 뒤섞인 수단으로 변모했다. 미슐랭에 이름 하나를 올리기 위해 한식을 만지는 척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을 가감 없이 가짜라 불렀다. “한식 다이닝에 몇년 째 일을 한 셰프조차 장을 담그는 걸 본 적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장 담그는 연출을 찍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장을 담근다고 하고는 제품을 사용하는 곳도 있고요. 한식을 해야 해외나 미슐랭으로부터 인정받기 쉽다는 인식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것
2025.11.16 23:25
“짜장면 맛 없어진 이유, ‘이것’ 때문”…‘철가방 셰프’ 임태훈과 짜장면, 그리고 시래기찌개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짜장면 시키신 분~” 말만 들어도 행복해지는 음식 짜장면, 입 안 가득 한입 먹으면 마음까지도 배부른 기분이다. 그건 아마 짜장면과 함께 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졸업식, 생일, 이삿날 등 좋은 날만 먹을 수 있던 짜장면, 성인이 된 지금도 짜장면을 먹을 때면 우리도 모르게 어릴 적 행복했던 향수가 떠오르는 것 아닐까. 그런데 왜인지 지금의 짜장면은 그 시절보다 맛이 없게 느껴진다. 이제는 흔하게 먹을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단순한 추억의 미화일까. 그러나, 많은 이가 짜장면이 맛이 없어졌다는 데 동의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정말 짜장면은 맛이 없어진 것일지 모른다. ‘철가방 셰프’로 유명한 임태훈 셰프도 짜장면이 맛이 없어졌다는 데 동의한다. 그가 짜장면이 맛 없어졌다고 하는 근거는 재료에 있다. 가장 중요한 향과 고소한 맛을 내는 돼지기름 ‘라드유’가 사라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짜장면이 맛 없어졌다는
2025.10.26 23:30
벼랑 끝에 선 숙수, 사라지는 왕의 밥상을 붙들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600년을 이어온 조선의 궁중요리 역사가 벼랑 끝에 서 있다. 김도섭 셰프는 그 벼랑 위에서 한 줄기 바람 같은 전통의 맥을 붙들고 선 사람이다. 그의 손끝에는 왕의 밥상을 책임진 숙수(熟手)의 숨결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숨결은 이제 희미하다. 현존하는 궁중요리 이수자는 고작 스무 명 남짓. 새로운 제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는 어쩌면 ‘마지막 숙수’로 기록될지 모른다. 김도섭 셰프는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가련한 소년이었다. 청주 외곽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그의 집은 경제적으로 유복한 편은 아니었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포기하려 했다. 큰 형의 결단으로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형들과 자취를 해야 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입학하자마자 결국 학교를 나와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요리를 만났다. “페인트칠, 천장 석고보드, 용접, 목수, 꽃집 심부름까지 할 수 있는
2025.10.12 23:35
“두 유 노우 김치? 이제 그만”…이탈리이에서 온 한식 순례자, 파브리치오 페라리[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식은 아시안 요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입니다.” 파브리치오 페라리(Fabrizio Ferrari) 셰프의 말은 단순한 예찬이 아니다. 이것은 한식을 자신의 숙명처럼 받아들인 이만이 가질 수 있는 결의의 표현이다. 오래된 고택에서 직접 장을 담그고,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산사의 고요한 주방에서 사찰음식을 탐구하는 파브리치오 셰프는 단순한 요리사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는 한식의 길을 찾는 순례자다. 그 여정 속에서 파브리치오 셰프는 한식이 단순한 음식이 아님을 깨닫는다. 자연과 시간, 철학과 정성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서사, 그것이 곧 한식이다. 이 특별한 서사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한국의 맛을 배우고, 느끼고, 다시 빚는다. 파브리치오 셰프의 손끝에서 한식은 세계 미식의 지도 속에서 자신만의 좌표를 찾아가고 있다. “제 목표는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
2025.09.28 23:00
세계가 놀란 일식의 극의(極意)…카이세키 신화, 시노하라 타케마사[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꾸준함(継続),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힘이다.’ 카이세키(会席)는 일본의 맛과 미(美)를 집약한 일식(日式)의 극의(極意)다. 일본의 자연과 계절을 담은 이 장르는 절제미와 화려함, 양극의 아름다움을 고루 갖추고 있다. 최상의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다채로운 조리법으로 미각의 지평를 넓힌다. ‘혼을 바쳐야, 완벽에 가까워 진다’는 일본의 장인정신, 쇼쿠닌다마시(職人魂)에 이르러야 카이세키를 완성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서방의 미식가들이 카이세키를 두고 ‘인류 최고의 미식’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마냥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시노하라 타케마사(篠原武将)는 카이세이의 최정점에 이른 명장 중 한 명이다. 그가 운영하는 ‘긴자 시노하라(銀座しのはら)’는 단순히 유명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진짜 카이세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대답하는 공간이다. 미쉐린 2스타, 타베로그 일본요리 부문 3위. 숫자는 그의 실력
2025.09.14 23:20
“남자에게 의지 마라”…중식여제 정지선, ‘여자라서’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삶[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중식의 여제(女帝)’ 한국의 여성 중식 셰프라고 하면, 단연코 첫 번째로 거론될 인물이 정지선 셰프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공고한 중식계에서 열정과 노력으로 정상에 선 정지선 셰프는 포기하지 않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존재만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메시지의 키워드는 ‘도전’과 ‘끈기’와 ‘희망’이다. 스타셰프로 거듭난 정지선 셰프가 정상에 오르기 위해 멈추지 않아야 했던 인생담을 풀었다. ‘중식의 여제’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정지선 셰프지만, 지나온 길은 가시덩쿨에 둘러쌓인 절벽과도 같았다. ‘여자이기 때문에 곧 포기하고 말 걸’이라는 주변의 편견이 늘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고난에도 단 한 번도 포기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하며 편견을 깨려했다. 정지선 셰프의 성공은 열정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초월적인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지선 셰프는 고등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컴퓨터 공학도였다. 공부를
2025.08.31 23:00
“맛만 있으면 그만? 아름다움도 ‘미식’이다”…셰프가 된 패션디자이너[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음식이 예뻐서 뭐해, 배만 부르면 됐지.’ 가난이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했기에, 외적 요소를 신경쓰는 건 사치로 여겼다. 해외에서 비웃음을 사고 있는 ‘스뎅 밥그릇’은 고달팠던 그 시대의 상징이다. 한국의 경제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온 이제는 ‘배만 부르면 됐다’는 서글픈 관념을 버릴 때다 아름다워야 맛있다. 미식(美食)의 ‘미(美)’가 ‘맛(味)’이 아닌 아름다움을 뜻하는 것은 요리의 가치가 맛에만 포커싱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예쁘기만 한 음식이 미식이란 의미는 아니다. 맛이 첫 번째다. 여기에 음식의 담김새, 음식을 담은 그릇과의 조화, 공간의 분위기, 조명, 음악, 서비스 등 음식을 둘러싼 모든 것이 더해져 미식을 완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 비스트로 데비스는 아름다운 미식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보석같은 공간이다. 건축물로서 데비스의 정체성은 ‘시공간의 뒤섞임’이다. 창덕궁 돌담
2025.08.17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