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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JTBC 캡처(왼쪽), 온라인커뮤니티]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아파트에서 청국장 조리는 안 하는 것이 이웃 주민을 생각해 좋은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청국장 냄새로 머리가 지끈지끈 합니다."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입주민의 성화가 담긴 메모 한장이 화제가 됐다. 이미 지난해 찍힌 사진이지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시 올라오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대부분이 "청국장을 먹었다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이었다.

우리는 이처럼 사소한 일에도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을 두고 '프로불편러'라 부른다. 악의적이고 극단적인 프로불편러들은 때때로 근거 없이 맹목적 비난을 하며, '마녀사냥' 선봉에 서기도 한다.

하지만, 때론 불편러들이 있기에 묵과했던 사회 문제가 해결될 때도 있다.

과연 우리는 불편을 늘어놓는 불편러들의 입을 틀어 막아야 하는 걸까. 이 시대의 불편러들을 파헤쳤다.

"이거 나만 불편하냐"…사회를 좀 먹는 불편함

[인스타그램 캡처]

'신생아가 병원에서 집으로 이동 중입니다. 느려도 양해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며칠 전, 차량 뒤에 붙여 놓은 안내문구로 온라인이 발칵 뒤집어졌다. 일부 사람들이 해당 문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편함을 토로하고 나섰다.

그들은 "저런 부모 밑에서 자라면 '금쪽이' 될 확률이 높다", "아기 하나 가지고 유난 떤다", "내 새끼만 소중하단 거냐"며 부모와 신생아를 향해 악담까지 퍼부었다.

신생아는 뼈가 아직 단단하지 않고 근육 발달이 부족해 작은 충격에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이에 가급적 차량으로 이동이 불가하며, 부득이하게 차량을 이용할 때는 저속주행이 필수다.

몇몇 누리꾼들이 이 사실을 설명하며, 무분별한 비난을 해선 안 된다고 주의했지만 프로불편러들의 불편한 심기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페이스북 캡처]

"119구급대 사이렌 소리 시끄러워요. 끄고 이동해주세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달리는 119구급대도 예외는 아니다.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119구급대 사이렌 소리를 꺼달라는 민원이 잦다"며 "본인의 집이 불타거나 혹은 가족이 응급한 상황에서 병원에 가기 위해 달려와 준다면 소음이 아니라 고마운 소리 아니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119구급대와 같은 응급차량은 주행 시 사이렌과 경광등을 켜야 긴급차량 지위를 얻어 예외적인 교통법규를 적용받을 수 있다. 분초를 다투는 긴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법적 보호장치다.

그럼에도 실제 119구급대 사이렌이 시끄럽다며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병원 측에서 관할 소방서에 사이렌 소리를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프로불편러=악플러'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극단적 프로불편러는 구체적 근거보다는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해 불편함을 쏟아낸다. 여기에 부정적 추측과 의심이 더해져 상대를 음해하고 사이버불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마녀사냥'의 시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수 타블로의 학력을 의심해 시작된 '타진요 사건'이다. 평소 방송에서 가볍고 유쾌한 이미지를 보였던 타블로가 미국 스탠포드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꼈던 이들은 온갖 추측으로 타블로가 학력을 위조했다고 맹신했다. 스탠포드대학이 사실을 증명했음에도 이들의 만행은 멈추지 않았다. 타블로는 온갖 욕설에 살해협박까지 시달렸으며, 타블로의 부친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했다.

불평이 세상을 바꾼다…'화이트불편러' 키워야

"근거 있는 불평은 세상을 바꿉니다."

'프로불편러'가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면, 반대되는 신조어가 '화이트불편러'다. 합당한 불편함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찾는 이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사회의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는다. 기업의 부조리에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인종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도 묵인하지 않고 변화를 촉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부고발자' 역시 화이트불편러라 볼 수 있다.

한 종합병원 17년차 간호사 A씨는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 고충처리부서에 문제를 신고하고 국민신문고, 언론 등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끝내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시각장애인 김혜일(43) 씨의 민원에 힘입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신용카드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 김혜일(43) 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를 확산하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내에 시각장애인용 백신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문제를 제기해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상용화에 성공했다.

김씨는 피자프랜차이즈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해달라 요청했고, 웹페이지 본인인증 절차인 ‘캡차(CAPTCHA)’의 그림문자를 읽어주는 음성지원 기능을 모바일 버전에서도 가능하게 해달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넣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화이트불편러의 순기능 때문이라도, 불편을 토로하는 이들의 입을 막거나 귀를 닫아선 안 된다고 진단한다. 또, 마음 속에 화를 일으키는 외부적요인이 제거되면, 사람들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장기화된 경제불황, 코로나 펜데믹 여파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화(火)'가 쌓여 있어, 거친 표현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이 개선되면, 사람들의 마음에도 차츰 여유가 생길 것이고 악의적인 불편을 표출하는 것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다만, 익명성 뒤에 숨어 사이버불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 악의를 가지거나 지나치게 거친 표현을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