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타코, 양배추 김치찌개 같았죠”…페루에서 온 ‘타코 장인’[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양배추와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 음식을 김치찌개라고 하는 것과 똑같았어요.” 이태원에 위치한 유명 타코집, 크리스피포크타운의 유호성 셰프는 90년대 후반 처음 한국에서 타코를 먹었을 때 받은 충격을 회상했다. 어줍잖게 흉내낸 타코가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보고 실망감도 컸다고 한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난 유호성 셰프는 3살에 페루로 가, 한평생을 중·남미에서 자랐다. 페루뿐 아니라 멕시코 등에서도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자연스레 타코는 그의 주식이었다. 타코는 그에게 고향의 음식이자, 추억과 애정이 깃든 향수로 자리잡았다. 그런 타코를 한국인들에게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당시 한국에는 멕시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마저도 타코를 흉내냈을 뿐 완전히 다른 음식이나 다름없었죠. 제대로 된 고향의 음식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요리사를 동경해 온 유호성 셰프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일찍
2025.08.03 22:30
진흙 속에 핀 꽃…나이트 웨이터 출신 미슐랭 셰프의 꿈[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매일 라면을 먹었던 7살 소년이 있다. 그는 진창에 묻혀 있던 한없이 여린 잎이었다.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 멋져보이고파 휘갈기던 명언이, 그에게는 현실이었다. 국내에서 시오라멘으로 첫 미슐랭에 오른 담택의 조원현 셰프는 해외 유학파, 고급 레스토랑 출신이 넘치는 미슐랭 세계에 이방인이다. 조원현 셰프의 출신은 나이트클럽 웨이터다. 웨이터가 되기 전 중고등학교 때에는 노가다꾼이었다. 조원현 셰프는 과거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경의 시간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지금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고통의 시간이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었으니깐요.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이 작은 행복을 누리는 것 아닐까요.” 1994년 조원현 셰프가 7살이 됐을 무렵,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해외에 억류돼 갑작스럽게 이산가족(離散家族)이 됐다. 집 안 곳곳에 빨간딱지가 붙고, 그리 유복하지 않았던 가정 환경은 더 깊은 수렁으로
2025.07.20 22:30
우린 오늘도 아기를 살해하려 한다…죽음을 막으려는 셰프 김태윤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우린 매일 살인(殺人)을 준비하고 있다. 대상은 요람 속 아기다. 극악무도한 일이지만 놀랍게도 죄책감은 없다. 살인의 행위가 일상 속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환경파괴, 과잉생산·소비 등 개인의 편의와 이익을 지나치게 좇는 모든 일들이 살인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살인도구는 환경파괴의 결과물인 기후위기다. 기후위기야 말로 그 어떤 흉기보다 무서운 살인도구다. 우린 아기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매일 더 무서운 기후위기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며 118년 관측 사상 최고(最高)를 기록했다. 재난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홍수와 가뭄, 극한의 폭염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런 재난은 매년 더 끔찍하게 찾아올 것이다. 올해가 대한민국의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몇십년 후에는 여름철 외부 활동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디까지 살아남을 때 일이겠지만. 일상 속 숨어있는 환경파괴 행
2025.07.13 22:40
“셰프의 진심, 손님께 닿기를”…틈이 없는 농밀함, 김도형의 ‘정성’[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정성(精誠) 어린 음식의 필수 재료는 진심(眞心)뿐이다. 정성이란 누군가를 위해 온갖 힘을 쏟아내는 참된 마음이다. 진심은 참된 마음의 본체(本體)다. 정성 어린 음식은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지어내는 밥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오롯히 그를 위해 쏟아내는 부모의 사랑이야 말로 진심이다. 정성 어린 음식을 찾는 길은 그만큼이나 어렵다. 이탈리안 다이닝 서촌김씨의 김도형 오너셰프는 정성 어린 음식을 만들기 위해, 그만의 진심을 찾고 있다. 그것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아가페는 아닐 것이다. 자신의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미식으로서 행복을 선사하고픈 거짓없는 마음일지 모른다. 레스토랑 문을 여는 순간부터 돌아가는 순간이 추억으로 남도록 바라는 간절함일 수도 있다. 24일 마곡에 위치한 서촌김씨 오스테리아에서 만난 김도형 셰프는 묵묵한 표정으로 라자냐를 뽑고 있었다.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마치 가죽공예를 하는 장인처럼 가만히 집
2025.06.29 21:30
한국빵, 가격 세계 8위·맛은 ‘70점’…디올·에르메가 픽한 셰프의 ‘심회(心懷)’[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국에서 디저트는 어쩌면, 영원히 비주류로 남을지 모릅니다.” 살롱 드 뮤흐의 최규성 셰프는 염세주의자 같았지만, 인터뷰의 끝에서 나는 그가 지독히도 현실주의자란 것을 깨닫고 한국 디저트의 어두운 미래를 그려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디저트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 같다. 엔딩 크레딧을 보지 않았다고,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린, 엔딩 크레딧을 영화의 없어도 될 존재로 여긴다. ‘이제 나가세요’라는 무언의 시그널이라면 모를까. 최규성 셰프는 한국의 디저트 역시 ‘식(食)문화’ 개념에 포함시키기 무안할 수준의 마이너한 장르가 됐다고 했다. 특별한 날을 케이크로 장식하던 문화조차, 한국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4~5만원에 달하는 케이크를 살 바에 차라리 더 멋진 레스토랑을 찾는다. “생존을 위한 식(食), 그리고 많은 사람이 맛과 즐거움을 찾는 미식(美食)이 모여 식문화를 형성한다고 하면, 한국에서 디저트는 생존을 위한 것도, 많
2025.06.22 22:00
500년 지켜온 ‘정씨家’ 농장, 세계가 감동한 요리로 꽃피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경기도 군포 수리산 자락에는 수려한 자태의 동래정씨(東萊鄭氏) 동래군파 종택(宗宅)이 있다. 중종 때 영의정을 지낸 정광필(鄭光弼·1462~1539)이 자리를 잡은 뒤, 후손들은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터를 지켜오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6.25 등 끔찍한 참변에서도 흔들림 없이 터를 지켜온 정씨 집안의 강직한 가풍의 상징이기도 하다. 종택의 한 켠에는 그 긴 시간을 함께 한 작은 텃밭이 있다. 쌈채소, 딸기, 콩, 온갖 허브들까지 계절에 따라 수십 종의 작물이 이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가족의 밥상을 책임졌던, 텃밭의 작물들이 세계인을 감동시킨 요리로 재탄생했다. 이를 실현한 인물은 동래군파 18대손 정하완 셰프다. 미슐랭 1스타와 그린스타에 오른 그의 요리에는 500년을 살아온 텃밭의 혼(魂)이 깃들어 있는 듯 하다.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정하완 셰프 요리의 주인공은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들이다. 그가 하는 지중해 요리는
2025.06.08 21:30
누구나 미식의 권리가 있다…요리하는 혁신가 김병진의 ‘꿈’[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가난한 이들에게도 미식을 즐길 권리가 있다. 찬 바람이 몰아치는 깊은 밤, 소녀는 어느 집 앞에서 성냥에 불을 붙였다. 성냥의 불길 속에서 따뜻한 난로와 근사한 거위 요리, 갓 구운 빵이 나왔다. 굶주림 속에서 꿈꿔왔던 만찬에 손을 뻗었다. 불길이 꺼지고, 동시에 음식도 연기처럼 사라졌다. 안데르센의 단편 ‘성냥팔이 소녀’의 대목이다. 어떤 이에게는 원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소녀에게는 신기루와 같은 허상이었다. 그것만큼 끔찍한 설움이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좇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이건 식욕이라는 원초적 생리와도 연결돼 있다. 살기 위해 음식을 찾고 그 중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선택하는 건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만고의 진리다. 현대 사회에서 가난은 이런 인간의 본능을 참아야만 하는 가장 참혹한 족쇄다. 상당히 대중화가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파인다이닝은 누군가에게는 성냥 불길의 만찬처럼 바라만 봐야 하는 존재다. 한 끼에 30만원에 달하는
2025.06.01 22:30
푸아그라 맛 토종닭, 곰탕에 빠진 파스타 ‘서교난면방’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내가 어디 출신인 게 뭐 그리 중요하오. 맛있으면 됐지.” 음식의 국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제는 음식의 국적이 어딘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여러 나라 전통에 뿌리를 내린채, 새로운 요리가 꽃을 피우는 것이 하나의 미식 문화로 자리잡았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대해 편견이나 거부감을 갖지 말고 오로지 ‘맛’에 집중해야 한다. 음식의 국적에 매몰돼, ‘네 것인지, 내 것인지’ 따지다간 음식의 본질인 맛을 놓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서교난면방’에서는 한식과 이태리식이 혼재된 새로운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식을 한식으로 재해석했다든가 하는 부류가 아니다. 두 나라의 전통에 기인하지만 국적을 따질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음식의 탄생이다. 어딘가 낯익지만, 한편으로 생소한 맛의 경험은 신비로운 여행지를 방문한 여행자의 설렘을 느끼게 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서교난면’은 1450년대 작성한 ‘산가요록(山家要
2025.05.18 22:00
“비싼 한국빵, 맛 없는 이유”…제빵계 에르메스 출신 셰프의 ‘소신발언’[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국빵은 비싸고 맛이 없다.’ 한국빵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하다. 맛은 떨어지면서 비싼빵으로 취급받고 있다. 실제 통계적으로 한국빵이 비싼 것이 입증됐다. 맛은 과거에 비해 일취월장한 게 사실이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단과자 반죽으로 만든 푸석한 빵이 많았지만, 세계적인 제빵기술이 유입되면서 이제는 한국빵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빵계 내부에서는 맛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제빵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피에르 에르메 도쿄(Pierre-hermes Tokyo)’ 출신의 방준호 셰프 역시 한국빵 맛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쪽이다. 국내 제빵업계에서 뜨는 신성(新星)인 그가 느낀 일본과 한국 빵 맛의 근본적 차이는 ‘재료’에 기인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일본과 그렇지 못한 한국의 빵맛은 시작부터 너무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2025.05.11 22:07
못생겨서 죽어야 하는 운명, 미식으로 다시 태어나다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삐뚤어진 나의 얼굴을 마주잡고 그는 말했다. “당신도, 아름다운 삶을 살 자격이 있어.” 못생겨서 죽어야 하는 운명이 있다. ‘외모지상주의’는 사람에게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미식의 세계에서 외모지상주의는 더없이 잔인하게 적용되고 있다. 외형이 못나거나, 지나치게 작거나 큰 식재료가 마주칠 운명은 폐기된 삶 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2019)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농산물이 한 해 13억톤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더러운 외모지상주의’라는 표현이 통용될 만큼, 우리는 외형에 취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 지에 대해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아름다운 채소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못생긴 채소가 버려지고, 그만큼이나 광활한 토지가 황폐화되고 있다. 농지에서 발생한 비닐 등 온갖 쓰레기는 땅뿐 아니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비닐하우스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태우는 검은 연기는 숨쉴 수 없도록 뿌옇게 하
2025.05.04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