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길래 사람은 운때가 좋아야 하는 벱이야. 안그렇갔어?’ 도형철이 떠나자 제6사단장은 너무나 기뻐서 눈물이라도 쏟을 기세였다. 그에겐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공지호, 곽승철이 누구냐? 그 둘만 손아귀에 쥐면 군사정책을 결정하는 일이든, 군사업무를 집행하는 일이든 모두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 소위 빠다를 바른 것처럼 미끌미끌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이다. ‘자고로 정치는 밤에 이루어지는 법이디. 대낮에 그까짓 공알치기좀 했기로서니 기억에 남기나 하갔어?’ 이를테면, 죽 쒀놓았더니 옆집 개가 홀랑 집어먹더라는…뭐 그런 경우와 같았다. 원래 이번 라제니 골프장의 누드 라운드는 북한 땅에 골프바람을 새로 일으키기 위한 기획으로서 도형철의 단독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그 절호의 기회를 제6사단장이 날름 집어삼키려 하는 중이었다. ‘이건 천지신명이 나를 선택하신 거이가 분명하디. 아무렴! 오늘밤에 점수를 왕창 따놓으면…진급해서 별 하나 더 달기란 식은 죽 먹기란 말이디.’ 그는 라제니 골프클럽의 라커룸 앞에서 홀로 싱글벙글하며 공지호와 곽승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에미나이 동무들도 나름대로 입성을 차려입고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옷을 벗어도 예쁘고 입어도 예쁜 모습이었다. 하물며 갓 씻어낸 자태에 비누향을 풀풀 날리는 그들의 모습은…에그, 보고만 있어도 오금이 저려왔다. “동무는 연예단에서 주특기가 뭐이디?” 공지호와 곽승철은 한참이 지나도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에 기다리기가 지루했던지 제6사단장이 노란모자 연예단 아가씨에게 물었다. “내레 거꾸로 벽타기랍네다. 일명 쥐잡기 선수라고도 합네다.” “오호라, 고거이 좋은 재주로고만. 거꾸로 뒤집어져서 벽도 타고, 철창도 타고…뱅뱅 돌기도 하고 그런단 말이디?” “날래기도 합네다, 사단장 동무.” “좋았어. 동무는 오늘밤에 그 묘기로 공지호 부부장 동무의 마음을 홀랑 사로잡으라우. 잘만 하면 내레 크게 한 턱 쏘갔어. 그 다음, 빨간모자 동무! 동무가 남들보다 잘하는 묘기는 뭐이가?” “내레 불춤을 잘 추디요.” “불춤? 동무 지금 뭐라 했네? 불춤이라 했네?” “그렇습네다. 불춤! 횃불을 빙빙 돌리기도 하고, 입으로 불을 토하기도 하는 신기한 묘기를 자랑하고 있습네다.” “고래? 하지만 그거이는 실내에서 써먹디 못하지 않갔니? 그런 묘기로 어찌 호텔방에서 곽승철 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갔네?” “충분히 써먹을 수 있습네다. 번개딱딱이…라이타만 있으면 호텔방에서도 휘번덕하게 불쇼를 할 수 있단 말입네다.” “그런가? 좋다우. 동무도 휘번덕한 불쇼로 곽승철 위원 동무의 마음을 사로잡기만 하면 내레 좋은 자리로 옮겨주갔어. 인심 팍팍 쓰디.” 제6사단장은 이렇게 연예단 아가씨들을 구슬렸다. 그 역시 속으로는…연예단 에미나이들이 모두 곡예사 출신이라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식초를 먹어서 그런가? 태어날 때부터 연체동물을 닮아서 그런가? 허리를 360도 비틀고 가랑이를 180도로 펼치는 놀라운 기술을 발휘할 것이란 그런 기대감 말이다. ‘흐흐흐, 가랑이를 180도로 펼칠 수 있단 말이디?’ 그 에미나이들이…스포츠 섹스 도중에 그런 곡예기술을 발휘하리라 생각하니 숨이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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