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준비해야 내 뜻대로 가능
최근 10년간 상속사건 건수 5.6만건
‘마지막 유언장’ 문제로 수조원 쌓여
유언대용신탁 대안 4.5조→7.7조 증가
이은정 하나은행 WM본부장 강연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이런 거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며 상속 관련 준비를 하지 않는 분들이 있어요. 근데 다들 생각이 달라요. 합의가 안 돼서 좀처럼 나눌 수가 없습니다.”
금융권 신탁 전문가인 이은정 하나은행 WM본부장은 ‘헤럴드머니페스타2026’에서 슬기로운 자산 상속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신탁’으로 꼽았다.
지난 2일 헤럴드머니페스타2026 1일 차에서 ‘나와 온 가족의 미래를 잇는 자산 설계’로 강연에 나선 이 본부장은 “자산 상속, 준비하지 않으면 법이 정한 순위와 지분대로 이뤄지고 미리 준비하면 내 뜻대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자신에게 70%의 유산을 남겼다며 받을 수 있냐고 문의해 온 남자 고객이 있었지만 끝내 받지 못했다”며 “가장 마지막 유언장만 효력이 있는데, 은행 입장에선 그것이 정말 마지막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법원에서 판결문을 받아와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쌓여있는 돈이 수조원”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최근 10년간 상속사건 건수는 5만6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5년 기준으로 소가가 1억원 이하 사건 비중은 84.5%로 나타났다.
이 본부장은 초고령 사회에서 ‘신탁’이 이같은 분쟁을 막아줄 최고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탁은 계약이어서 바로 내 뜻대로 된다”며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내 뜻을 반영한 승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한국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신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약 101만명이고, 이들의 자산은 172조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인 ‘하나 리빙트러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생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산을 관리·운용하고 사후에는 배우자나 자녀 등 제 3자를 수익자로 선정해 신탁 재산이 이전되도록 하는 상품이다.
은행권 유언대용신탁 규모는 2024년 3조5058억원에서 2025년 4조5023억원, 2026년 7조67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본부장은 “유언장은 돌아가셔야만 효력이 생기는데 리빙 트러스트는 가입 하는 순간 효력이 발생한다”며 “본인이 아프거나 필요할 때 금융회사에 원하는 대로 돈을 사용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유언대용신탁이 보편화돼 있다. RBC에 따르면 500만달러 이상 자산가의 유언대용신탁 보유율은 84%로 나타났다.
이 본부장은 “이 돈은 누구를 위한 돈인가, 언제·어떤 용도로 필요한가, 가족에게 무엇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