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0회> 총칼 없는 전쟁 (3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여자가 예쁘면 무죄다. 아무리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일단 예쁘면 무죄를 선고받기 쉽다. 반면에 그런 예쁜 여자를 건드린 놈은 할아버지 코털 한 가닥을 뽑았더라도 능지처참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게 남자들의 심리다.
“불편하셨지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묶인 팔부터 풀어드릴게요.”
“죄송해요. 저희들… 애정표현이 조금 심…했…지요?”
“네? 강제로 당하신 게 아니고… 스스로 애정을 표현하신…겁니까?”
경찰관들은 강유리의 근처에만 다가가도 벌벌 떨었다. 어찌어찌 해서 롤 바에 묶인 손목은 풀어내었지만 누구 하나라도 엑스 자로 묶인 4점식 안전벨트를 풀어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왜냐고? 안전벨트를 풀어내려면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알몸에 손을 대야하기 때문이었다. 누가 감히 천하일색 8등신 양귀비의 몸에 솥뚜껑 같은 손바닥을 들이밀 수 있으랴. 하지만 유호성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딴 판이었다.
“거 봐요. 어째서 양민을 범죄자로 몰고 그러세요?“
“시끄러워 이 양반아. 입 닥치세요.”
유호성이 벙긋 입을 열기만 해도 득달같은 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자칫하면 수갑이라도 채울 기세였으므로 유호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소위 범죄현장인 1974년 산 치타의 내부를 둘러보던 경찰관들은 서로 눈을 마주보며 표정을 바꾸곤 했지만 말은 한 마디도 끄집어 낼 수 없었다. 왜냐고? 그것도 물론 상대 여자가 너무 예쁘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시적 마비 현상이었다.
치타 내부에 흐트러져 있던 옷가지를 챙기면서도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오묘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모르긴 해도 그 바디 랭귀지를 번역하면 대충 이런 뜻이었을 것이다.
‘이것 좀 봐, 브래지어가 잠자리 날개 같아. 게다가 프랑스제야. 미치겠네.’
‘아이고… 팬티는 이태리 제인데요, 거미줄 뭉친 것 같아요.’
어쨌거나, 그녀의 손목을 풀어주면 제 스스로 헬멧을 벗을 줄 알았던 생각은 전혀 빗나가고야 말았다. 오히려 그녀는 한 손으로 스프링코트 자락을 여미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헬멧을 더욱 단단히 틀어잡고 있었다. 그래도 여자가 예쁘면 역시나 무죄! 누구 하나 그녀를 탓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찰관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권도일과 현성애 사이에도 어색함이 흐르고, 바짓가랑이 사이를 비집으며 아직 쌀쌀한 막바지 겨울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쯤 해서야 경찰관의 무전기가 쉭쉭거리며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네, 신분증을 확인한 바로는 유호성이 분명합니다. ‘유들유들하다’ 할 때의 ‘유!’, ‘호들갑 떤다’ 할 때의 ‘호!’ ‘성질 더럽네’ 할 때의 ‘성!’… ‘유호성’입니다.”
“확실하군. 피해자, 아니 상대방 여자는 뭐래?”
“본인들끼리 좋아서 18금 영화 좀 찍었다고 합니다.”
“특별한 거 없으면 훈방 해. 어떻게 알았는지 저 높은 곳에서 전화가 왔어.”
“알겠습니다.”
저 높은 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본청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의 요지는 분명했다. 목숨을 담보잡고 말고개 내리막길에서 추격전을 벌인 결과 치고는 종결이 허무했다. 그나마 근무 중에 18금 영화라도 관람한 게 어디냐…
“다음부터는 장소 선택에 심혈을 기울여 주십시오. 그만들 돌아가세요. 두 분 구경꾼들도 어서 가던 길 가시고요.”
경찰관의 이 말 한 마디로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구경꾼들로 분류된 권도일과 현성애는 못내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누구일까? 틀어잡은 헬멧 아래로 긴 머리채를 휘날리는 저 아가씨는… 과연 누구일까? 유난히 젖가슴이 탐스럽던 8등신 미모의 저 아가씨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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