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6회> 총칼 없는 전쟁 26
말고개 벼랑길을 쏜살같이 내달리는 1974년산 치타는 그야말로 초원을 질주하는 치타와도 견줄 만큼 빨랐다. 하긴 우물쭈물할 게재가 아니었다. 하필이면 극적인 순간에 경찰이 들이닥쳤기 때문에 조수석에 매달아놓은 강유리의 손을 풀어줄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이 꼴을 뭐라고 변명할 수도 없었으니….
“유리 씨, 조금만 참아요. 경찰부터 따돌리고 풀어줄게요.”
“몰라요, 옷이나 입혀줘요.”
“하지만 지금은…조금만 참아봐요.”
아무리 홀랑 벗고 있다한들…지금은 손을 뻗쳐 그녀의 젖가슴조차 가려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말고개 내리막 비탈길은 그 경사도가 거의 30%에 이르렀으므로 자칫 핸들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황천길 행이었다.
“아이, 몰라요. 이걸 어째?”
“어이쿠! 낭떠러지! 끝장나는 줄 알았네.”
유호성은 언뜻 그녀의 젖가슴이라도 가려주려고 했다가 즉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핸들에서 손을 놓는 순간 차체가 외로 쏠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 뒤에 쫓아오는 놈은 또 누구야?”
“경찰 말고 또 누가 따라와요?”
유호성은 룸미러를 통해 뒤를 보며 소리쳤고, 강유리는 드라이빙 헬멧을 쓴 채로 가까스로 목을 돌려 뒤를 돌아보며 되물었다. 그러고 보니 경찰차 앞에 산악용 SUV 한 대가 계속 치타의 뒤를 밟고 있었다.
경찰차에서는 이내 확성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삐요 삐요! 울리는 경광음에도 귀가 찢어질 판에 확성기 소리까지 울려오고, 급제동 급발진을 계속하는 차량에서 쇳소리가 터져 나오고, 라이닝 타는 냄새에 타이어가 찌그러지는 느낌에 온전히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이 차가 코너에서 왜 이리 답답하게 돌지? 휠얼라인먼트를 토 아웃, 네거티브 캠버로 맞춰놓은 거 아냐?”
옷 벗은 유관순 열사처럼 매달려 있는 강유리에게 유호성이 푸념을 쏟아내었다. 이런 처지에서 제대로 도망치지도 못하는 실력을 애써 자동차 튜닝 상태로 변명하려는 의도였다. 마음이 급하고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휠 스티어링 조작에 미스가 생긴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토 아웃이면 원래 핸들 응답이 늦어지잖아요. 하지만 그립이 증가하니까 미끄러질 염려는 없어요. 다행이야. 난 이 꼴로 죽기 싫어요.”
“죽다니…누가 죽어?”
“사고 나서 이 상태로 기자들에게 사진이라도 찍히면…어휴, 어떡해! 오빠, 빨리 달려봐요. 저것들 좀 멀리 떨쳐내라고요.”
강유리는 롤바에 매달린 채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차가 요동을 칠 때마다 그녀의 훌륭한 젖가슴이 아래위로 출렁였지만…이젠 그런 것을 부끄러워할 상황도 못 되었다. 그저 이 꼴로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 여겨질 뿐.
내리막길은 기역(ㄱ)자, 에스(S)자, 크랭크, 유(U)자 등등이 골고루 이어지고 있었다. 에스자 길에서는 첫 코너 이후의 코스 일부를 가상으로 잘라내서 도로를 좁게 만든 후 라인을 잡아야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유자 길에서는 ‘아웃 인 아웃’이 아니라 정중앙 주변으로부터 진입해야 빠르게 턴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꽁무니를 빼는 상황이었지만 유호성의 정신은 또렷했다. 하긴 이대로 황천까지 가기에는 시쳇말로 쪽 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으므로. 알리바바 더보기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