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4회> 총칼 없는 전쟁 (14)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그런가 하면, 머나먼 지구 저편 N-DOS단 본부에서도 거성그룹 랠리선수단의 목숨 줄을 끊기 위한 준비가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색 군복에 같은 형태의 모자를 쓰고 있으면서도 유독 계급장이나 명찰도 없는 이상한 군인들이었다. 오로지 한 명… 우두머리만이 대령계급장을 어깨에 붙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랍 부자 녀석들을 한 번 혼내줘야겠어. 이게 뭐야? 고철덩어리 몇 개로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라는 거지?”
그는 요르단을 통해 들여온 구형 바추카 포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스폰서 역할을 하는 아랍 석유재벌들에게 불만을 털어놓는 중이었다.
“이번 임무를 깔끔하게 수행해 주면 5천만 달러에 이르는 무기를 보조해 준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옆에서 장부를 뒤적이던 민간인 복장의 남자가 역시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어느새 귀밑에 희끗희끗 흰머리가 자라난 제임스 리 박사였다.
“그 돈으로 헬기 한 대나 제대로 살 수 있어? 그까짓 껌 값으로 에어 뮬을 타고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며 방방 뜨는 코리언들과 상대하라고? 염병!”
“그래도 껌 값이나마 대주는 게 어딥니까?”
“시끄럽소. 노스 코리아에 가있는 후밍 박사는 어째서 소식도 없는 게야? 노스 코리아 정부 계좌로 보낸 100만 불은 잘 받은 거야?”
대령의 목소리가 쇠를 비비는 것처럼 들려왔다. 보나마나 그는 굵은 시거를 물고 있는 모양이었다. 시거 연기를 들이키기만 하면 느닷없이 쇳소리를 내는 그의 목구멍이 간혹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어제 연락을 받았습니다. 노스 코리아에는 개마고원이라는 산악지대가 있지요. 랠리 카들이 그 지역을 통과할 때 알아서 해치우라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우리 요원 세 명까지는 입국을 눈감아 주겠답니다.”
“그래? 그랬어? 그런데 어째서 이제야 보고를 하는 겐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특공조직으로서 그따위 콩가루 보고체계가 말이나 돼?”
N-DOS 단의 우두머리는 공연히 이를 갈며 성질을 돋우었다. 언젠가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주겠노라는 조건을 걸고 자기들을 하인처럼 부려먹는 아랍 석유카르텔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대령님, 사실 저는 불만이 많습니다. 까짓 거성그룹의 자동차 운전수들 쯤이야… 고비사막이든 몽고 평원이든 아무 곳에서나 쓱싹 해치울 수 있을 텐데 뭐 하러 100만 달러나 들여가면서 노스 코리아의 허락을 받으려 했습니까?”
“글쎄 말이야. 내 말이 그 말이라고. 사실 바추카 포도 필요 없어. 싸구려 수류탄 한 방이면 그놈들 순식간에 황천으로 보내버릴 텐데… 아랍의 부자 할아범들이 노스 코리아에서만 작업을 해야 한다고 떠든다니까?”
“서방 세계에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처치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아니면?”
“노스 코리아에서 사고를 친 후에 오히려 사방에 떠벌여서 노스 코리아 정부를 곤욕에 빠뜨리려는 건 아닐까요?”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초점을 흐려놓자는 계산인지도 모르지요. 노스 코리아의 테러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떠들어대야 이번 작전의 근본이 흐지부지 묻혀버릴 테니까요.”
우두머리는 시거를 질겅질겅 깨물며 깊은 생각에 잠겨들었다. 하긴… 신개념 자동차 개발을 원천봉쇄하려는 흑심이 밝혀지게 되면 큰 낭패였으므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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