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0회> 총칼 없는 전쟁 (5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은 유민 회장이었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핵폭탄 급의 뉴스를 터뜨려서라도 유민그룹의 공을 크게 떠벌려야만 했던 것이다. ‘나 유민이 이렇게 큰 공을 세웠소!’ 하고 만방에 알리는 수단이 바로 5개국 관통 랠리대회 아니던가.
“기자들이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군. 랠리 카들이 북한 영내를 통과하게 되면 그제야 호들갑을 떨며 난리 블루스를 추겠지?”
호출되어 온 비서들 앞에서 이렇게 허세를 떨었지만… 유민 회장은 이미 마음이 초조해진 상태였다. 랠리 대회가 언론으로부터 이렇게 찬밥 대접을 받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외국 언론은커녕 국내언론, 심지어 지하철에 공짜로 뿌려지는 신문과 인터넷 기사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랠리 경기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좀 해봐.”
“회장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미 갖은 노력을 다 해봤습니다. 그런데 FIA 공식 경기도 아니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출전하는 것도 아니고, 또…”
“또 뭐야? 뭐가 그렇게 잔말이 많아?”
“무엇보다도 언론이 잠잠한 까닭은 랠리 카들이 북한 영내를 통과할지에 대한 진위를 아직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 때문입니다.”
“이런 돌대가리들 같으니… 북한의 채널 11번! 거 뭐냐? ‘조선중앙텔레비전’과 ‘만수대 텔레비전’에서 보도했잖아? 그뿐인가? 대표적인 라디오방송… 거 뭐야? ‘중앙라디오’에서도 보도하지 않았어? 그런데 뭐가 불만이야?”
유민 회장은 주먹을 말아 쥐고 책상을 땅땅 두드리면서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비서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홍보팀을 통해 아무리 나발을 불어대 봐야 쇠귀에 경 읽기인 것을.
“북한을 들먹이는 게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자칫 오보로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시끄러워, 이 밥버러지들아. 당장 묘안을 강구하라고. 내일부터 테레비 방송에 빵빵 뉴스가 터져나갈 방안을 만들어 내란 말이야.”
이렇게 고함을 질러댔지만 답답하긴 매일반이었다. 한편으로는 대선주자를 둘러싼 높은 양반들이 야속하기도 했다.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텔레비전을 5개국 관통 랠리 뉴스로 달굴 수도 있으련만.
“저, 회장님.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한동안 십전대보탕 훔쳐 먹은 생쥐처럼 쓴 입맛만 다시고 있던 비서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생살이라도 씹어 먹자는 건데요… 우리가 자체적으로 CF 광고를 제작하는 겁니다. 20초 광고 내내 5개국 관통 랠리대회로 도배하는 거지요. 물론 CF 모델은 아드님인 호성 군을 내세우고요. 그런 뒤에 우리 돈으로 각 방송국에 광고를 걸면 되잖습니까? 신문광고로도 활용하고 말입니다.”
잠자코 듣기만 하던 유민 회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힘차게 박수를 치며 파안대소하기 시작했다.
“우하하! 그거 왔다다, 왔다야. 자네 이름이 뭐야? 자네 천재지?”
유민 회장은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정말 기막힌 방법이었다. 내 돈으로 내가 CF를 제작해서 방송에 걸겠다는데 누가 말려? 이 불경기에 돈 버는 일 마다할 방송국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CF 제작이야 광고회사 감독을 조지면 하루 만에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주인공 유호성은 중국에서 경기 중이잖아?”
이번에도 해답을 구할 수 있을까? 소위 천재 비서를 향해 유민 회장이 재차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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