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55% “돈 때문에 인생계획 미뤄”
주거비는 재정적 성공의 ‘최대 장벽’ 인식
기분전환 위한 ‘작은 소비’는 아끼지 않아
커피숍 지출은 1년 새 25% 이상 증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결혼이나 출산 같은 인생의 큰 결정은 미루지만 10달러(약 1만4000원)짜리 말차 라테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000고물가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커피나 디저트처럼 비교적 적은 돈으로 당장의 만족을 얻는 ‘리틀 트리트(little treat·작은 사치) 경제’가 확산하고 있다. 목돈이 필요한 계획은 뒤로 미루는 대신 일상에서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 Z세대의 92%는 힘든 날 기분을 전환하거나 좋은 일을 축하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을 한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와 디저트다. Z세대가 아이스크림과 베이커리 제품을 한 번 구매할 때 쓰는 금액의 증가 속도는 다른 세대의 두 배에 달했다. 중소형 커피숍에서 Z세대가 지출한 금액도 1년 전보다 25% 이상 증가했다.
CNBC는 귀리우유를 넣은 10달러짜리 말차 라테처럼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는 사치품에 대한 소비가 이어지는 현상을 ‘리틀 트리트 경제’라고 소개했다.
작은 사치가 늘어나는 이면에는 Z세대가 마주한 팍팍한 경제 현실이 있다.
딜로이트가 올해 44개국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2만2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Z세대의 55%는 경제적 이유로 중요한 인생의 결정을 미룬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족을 꾸리거나 추가 교육을 받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주거비 부담도 크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별도 조사에서는 Z세대의 29%가 임대료나 주거비를 재정적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다. 신용평가업체 익스피리언에 따르면 Z세대는 소득의 평균 51.9%를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다. 통상 권고되는 3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상적인 생활비조차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8~29세의 24%는 조사 직전 한 달 동안 청구서를 전액 납부하지 못했다. 47%는 최근 1년간 휴대전화 요금이나 임대료, 공공요금 등 일상적인 비용을 내는 데 가구 밖 사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Z세대가 모든 소비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KPMG 조사에 따르면 Z세대 가구소득 가운데 여행이나 외식 등 비필수 상품과 서비스에 쓰이는 비중은 22%로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은퇴 저축을 일찍 시작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저축액을 지출액과 비교한 비율은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낮다고 분석했다.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속에서도 현재의 만족을 위한 소비는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 침체기에 자동차나 주택 같은 고가품 대신 립스틱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치품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은 이른바 ‘립스틱 효과’로 불린다. CNBC는 Z세대의 ‘리틀 트리트 경제’를 이와 비슷한 소비 현상으로 설명했다.
차이가 있다면 Z세대의 작은 사치는 단순히 불황기에 나타나는 소비 현상을 넘어 일상의 소비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최근 분석에서 Z세대가 낮은 저축 여력에도 커피와 여행, 미용 등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소비를 우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C는 이런 소비를 무조건 낭비로 볼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작은 사치는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만족을 얻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소액 결제가 반복되면 한두 차례 큰돈을 쓰는 것보다 전체 지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과 가족, 교육처럼 큰돈이 필요한 선택에는 경제적 부담을 느끼면서도 일상의 작은 만족에는 지갑을 여는 미국 Z세대의 소비 방식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10달러짜리 말차 한 잔은 높은 주거비와 빠듯한 생활비 속에서도 현재의 만족을 포기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소비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