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소니를 제치는 등 한국의 각종 ICT 수준과 지표가 일본을 앞선 것은 한국인 특유의 열정 DNA가 잘 발현된 결과이다. 지금도 일본은 ICT에 관한한 한국을 한수 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나라의 미래 시스템을 결정지을 ‘빅데이터’에서는 다르다. 이 분야에 오래전부터 인프라 투자를 해온 일본의 빅데이터시장은 오는 2016년 8억달러 규모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그들의 3분의1에 불과한 2.6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ICT에 관한한 일본에 연전연승하다가, 막판 빅데이터 싸움에서 낭패를 보면서 향후 ICT를 활용한 국가시스템 부문에서 연전연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는 이미 빅데이터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어 우리로서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2016년 우리의 7배인 17억달러 가량을 빅데이터에 투입할 계획이어서 세계적 ICT 강국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조차 기를 펴지 못하는 초라한 신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1년 동일본 재지진을 계기로 빅데이터 활용에 눈을 뜬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빅데이터 활용 기본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그해 7월 총무성 주관하에 마련한 차기 ICT 전략인 ‘액티브 재팬(Active JapanICT)’ 5대 중점영역에 ‘빅데이터 이용과 활용에 의한 사회 경제 성장’을 포함시켰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 총무성 산하 정보통신심의회에서 빅데이터 활용 특별부회를 운영중이며, 국가적 활용을 위해 후지쯔, 일본전신전화 등 10개 관련 사업자가 참여하는 대대적인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일본정부는 민간분야 빅데이터 연구 및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데이터 개방 ▷기반기술 연구개발․ 표준화 ▷해석전문가 등 인재 양성 ▷통신 촉진 ▷규제 개선 ▷산학관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빅데이터를 직접 관장한다. 대통령실 내 과학기술정책실은 지난해 3월 빅데이터 기술 연구개발에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빅데이터 연구개발 이니셔티브’를 발표한데 이어 한달후 대통령 직속 빅데이터 협의체(Big Data Senior Steering Group)를 발족했다. 이 협의체는 연구개발 조정, 이니셔티브 목표 확인 및 실행 계획 입안 등 기능을 맡게 된다. 상무부(국립표준기술연구소, 국립해양대기청), 국방부(국방고등연구계획국, 국가안보국), 보건후생부(의료관리조사품질국), 국토안보부 등도 참여해 세밀한 부분까지 ‘국가 개조’ 차원의 빅데이터 활용 계획을 점검하게 된다. 미국 행정부는 빅데이터를 안보강화, 교육개혁, 과학기술 발전 등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 국세청은 이미 빅데이터를 이용한 탈세방지 등 시스템을 개발해 연 3450억 달러의 누수를 막은바 있다. 미시간주는 의료보장 부정수급 탐지시스템을 통해 하루 1백만 달러의 예산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이미 2004년 최신 과학이론과 데이터분석을 정부 혁신 및 정책개발에 활용키로 하고 정부내 HSC(Horizon Scanning Center) 설치했던 영국은 기업혁신기술부(BIS)는 지난해 3월 빅데이터를 통한 가치창출을 목적으로 ‘데이터 전략위원회(Data Strategy Board)’ 만들어 데이터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특히 민관의 다양한 연구개발붐 조성을 위해 데이터 개방에 역점을 두고 플랫폼(data.gov.uk)을 정비해 접근성을 강화했다. 다소 민감한 의료, 세금, 고용 데이터는 충분한 법률검토와 조율을 거쳐 순차적으로 개방할 방침이다. 영국은 현재 기후변화 대응, 신종 전염병 예방, 제조업의 미래 등을 집중 연구중이다.
싱가포르는 미래에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한 대비와 현재적 위기관리를 위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미 2004년 7월 총리실 산하 국가안보조정국이 국가 위기관리 정책지원을 위한 RAHS(Risk Assessment and Horizon Scann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1월에는 ‘국가 안전을 위한 전략적 예측의 전문 기구’ 출범을 목표로 빅데이터 분석과 결과물의 적용을 주도할 운영기관, ‘RAHS Programme Office’를 설치했다. 이 기관은 환경 및 이슈 분석, 정책 수립 능력 강화, 기술 실험 등 3개 센터로 구성됐으며, 테러, 인구, 교육 등 모든 위기와 기회요인을 종합 분석해 정책개선 및 새정책 입안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ICT 1등 국가라는 한국은 그러나 주요 국가에 비해 2년6개월가량 뒤처진 채 서둘러, 그리고 대대적으로 따라잡기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김주현ㆍ김지연 기자/
abc@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