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갑부 리카싱(李嘉誠ㆍ85) 청쿵(長江)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열린 반기실적발표회에 불참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리 회장은 지난 15년 동안 단 한번도 이 회의에 불참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리 회장이 후계자인 장남 빅터리(李澤鉅ㆍ49)에게 경영을 물려주고 자신은 일선에서 후퇴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청쿵그룹은 전세계 52개 국가에 분포해 있고, 부동산ㆍ생명공학ㆍ항만ㆍ전화ㆍ유통ㆍ방송 등 전분야에 걸쳐 있다. 그런만큼 리 회장의 발언은 홍콩 및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2일 홍콩 및 외신들은 리카싱이 자신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자리를 일부러 피한 것이라며, 2세 경영에 본격 돌입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조만간 회사 경영진이 새로운 인사들로 재편될 것으로 언론들은 내다봤다.
리카싱 회장은 이미 지난해 5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두 아들에게 직접 사업 분할에 나서며 후계 작업을 준비해 왔다.
장남인 빅터리는 부동산회사인 청쿵실업과 14개국에서 항만과 통신 사업 등을 하는 허치슨 왐포아를 승계했다. 홍콩 최대 통신회사 PCCW의 회장인 둘째 아들 리처드리(李澤楷ㆍ46)는 형과 사업이 겹치지 않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자금 지원을 약속 받았다. 두 아들의 영역에 확실히 선을 그어 줌으로써 경영권 승계로 인한 형제간 싸움을 예방한 것이다.
광둥(廣東)성의 가난한 이민자 출신인 리카싱 회장은 홍콩에서 ‘재물의 신’ 또는 ‘초인(수퍼맨)’으로 불린다.
15세에 가장이 되면서 플라스틱 외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2세에 돈을 빌려 플라스틱회사인 창장실업을 창업하며 ‘리카싱 왕국’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30세에 부동산에 뛰어들며 사업 다변화를 이룬데 이어, 1979년 영국계 기업인 허치슨 왐포아를 사들이면서 재벌 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홍콩인들은 리카싱의 회사가 운영하는 수퍼마켓 파큰숍에서 생활용품을 사고, 약품과 화장품은 왓슨, 전자제품은 포트리스에서 구입한다. 심지어 전기마저 리카싱 소유인 홍콩전등홀딩스에서 공급받고, 인터넷회사인 PCCW와 통신회사인 홍콩텔레콤도 리카싱 소유다.
홍콩에서 1달러를 쓰면 5센트는 리카싱의 주머니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있을 정도로 리카싱 왕국은 홍콩인들의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가 발표한 ‘2013년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리카싱 회장은 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 310억달러(약 34조8130억원)에 달했다. 세계 8위, 중화권에서는 1위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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