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 등록금 무상화 방안이 2027년 예산안에 담길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무상교육이 추진된다는 점만으로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 수시 원서 접수를 불과 2주 앞두고 발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에서도 대형 이슈가 되고 있다. 지원 대상과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입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갑자기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에서 대학에 다닌 청년이 지역 기업에 취업해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 대학을 살리겠다는 방향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등록금 무료가 과연 지방 국립대를 선택할 만큼 강한 유인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도 상당수 지방 국립대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것이 기존 장학금과 비교해 학생들의 선택을 바꿀 만큼 큰 차이를 만들어낼지도 따져봐야 한다.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졸업 후 일자리와 대학의 교육 경쟁력, 전공의 취업 전망, 생활 여건일 것이다. 등록금이 무료라고 해서 이런 조건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립대가 반수생들의 천국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등록금 부담이 없다면 지방 국립대에 입학한 뒤 수도권 대학 재도전을 준비하는 학생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책 취지와 달리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재정만 투입하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예산의 지속성도 문제다. 신입생뿐 아니라 재학생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면 연간 수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번 집행하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매년 반복해서 들어가는 지출이다. 학생 유입 효과가 크지 않고 지역 기업 취업이나 정착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돈을 계속 투입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등록금을 지원하더라도 일정한 학점·재학 요건 등을 두는 등 정책 효과를 높일 연계 장치도 필요하다.

단순히 ‘지방에 있는 대학’이라는 이유로 등록금을 무료로 하기보다는 대학 지원을 산업과 연계하는 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AI·반도체·로봇 등 국가전략산업에 재정을 집중하겠다면 지방 국립대와 지역 기업의 계약학과를 대폭 확대하고, 지역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지원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산업 수요가 많은 분야에 정부 지원을 집중하기도 한다. 예컨대 호주에서는 인력 수요가 큰 의대·간호대와 공대의 등록금이 인문·사회계열보다 훨씬 낮다. 한국과 사회·교육 여건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어디에 있는 대학인가’만이 아니라 ‘무엇을 배우고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에 재정을 연결하는 발상은 눈여겨볼 만하다.

결국 이번 정책이 ‘청년 복지’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지역과 산업을 살리는 ‘성장 투자’가 될 것인지는 얼마나 많은 학생의 등록금을 대신 내주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그 지원이 지역의 인재와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제한된 재정이 단순한 예산 지출에 그치지 않도록 지원 방식을 조정할 수 있는 관리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한희라 정책부장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