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곤두박질 저축은행, 저신용자 대출 문 닫히나 [머니뭐니]
지난해 저축은행 금리인하요구 수용에 따른 이자감면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6일 서울시내 저축은행.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저축은행들의 이익이 급감하면서 저신용자의 대출 문이 닫히고 있다. 연체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줄이는 대신에 중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모든 금융권에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등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저신용자들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올 1분기 자산 상위 10위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저축은행·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신한)의 순이익은 총 92억원으로 1년 전(2399억원)보다 2307억원(-96.2%)이나 급감했다. 이중 페퍼·애큐온·상상인·다올 등 저축은행 4곳은 적자로 전환했다.

저축은행은 수신(예·적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여신(대출) 등 영업활동을 벌인다. 이같은 영업실적 악화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와 경기 악화로 취약계층이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의 대손비용도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에 따라 저축은행이 손실 위험이 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인하 요구권 공시를 강화하는 등 서민 이자 부담을 내리라고 압박하는 것도 2금융권에서마저 저신용자가 설 곳을 좁히고 있다. 당국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실적을 공시해 자체적인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이 대출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한 건수는 1만594건으로 상반기(9049건) 대비 14.58% 증가했다. 가계대출만 살펴보면 상반기 8436건에서 하반기 9577건으로 11.91% 늘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저축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0% 였다. 은행의 경우 신용도가 높고 우량한 고객이 오기 때문에 신용점수 개선 등 금리 인하가 가능한 상황이 생기지만 저축은행은 저신용자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최근에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사례가 나오는 것은 저축은행들이 저신용자 대상 고금리 대출보다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늘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5대 저축은행 중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에게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뿐이었다. 같은 기간 중금리신용대출의 경우에도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만 대출을 취급하고 있었다. 이들 차주에게 적용되는 평균금리는 가계대출금리의 경우 19.9~19.96%, 중금리대출은 16.3~17.39%다. 법정최고금리(20%) 수준이다.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은행별 금리대별 신용대출 취급비중을 살펴봐도 대부분 저축은행이 16~18% 이하(SBI 60.04%·OK 54.04%·한국투자 63.05%·웰컴 53.34%·페퍼 60.53%)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이후로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 업권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최근 저축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서 비용이 상승하자 고금리보다 중금리 대출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저신용자 취급을 더 줄이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공시 자체가 은행 간 비교를 통해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것인데, 최근에는 저축은행 상황이 어려워져 영업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금 여건에서는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가 오히려 저축은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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