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은 여성 역할, 가정 가치 전면 부인” 항소 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좌)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우) [연합]
최태원 SK그룹 회장(좌)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우)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근의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여성의 역할과 가정의 가치를 전면 부인했다"고 비판했다. 노 관장은 "34년간 가정을 지키고 SK의 문화적 자산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최태원 회장 측은 "일방적 주장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라며 맞받았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1심 재판부는 지난달 6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고, 위자료로 1억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내고, 2019년 노 관장이 반소를 제기한 이후 각각 5년과 3년여만이다.

노 관장은 2일 공개된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상 못한 결과였다"며 "5년 동안 이어온, 국민들도 다 지켜보는 재판인데 판결이 이렇게 난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5조원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제가 분할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 34년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 낳아 키우고, 남편 내조하면서 사업을 현재 규모로 일구는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이번 판결로 수십년을 함께 한 배우자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받으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힘들게 가정을 지켜온 많은 분들이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당하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대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이혼을 '축출 이혼'(잘못한 배우자가 잘못이 없는 배우자를 내쫓는 이혼)이라고 표현하며 "1심 판결로 인해 앞으로 기업을 가진 남편이 가정을 지킨 배우자를 헐값에 쫓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성의 역할과 가치가 전면 부인됐다"라고 주장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

노 관장은 '판결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뭐냐'는 질문에 "1심에서는 '가사노동 등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영자 내지 소유자와 별개의 인격체로서 독립하여 존재하는 회사 기타 사업체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의 내밀하고 사적인 분쟁에 좌우되게 하는 위험이 있고 기타 이해관계인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 "(1심 판결문에서는) SK 주식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영권 행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뿐 가정경제공동체와는 뚜렷하게 구분해 관리 운영되었으므로 가정주부이자 아트센터 나비 관장인 제가 SK주식의 유지·관리에 관여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도 봤다. 제가 SK주식의 가치 상승이나 관리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심 논리에 따르면 사업체를 남편이 운영하는 부부의 경우, 외도를 한 남편이 수십년 동안 가정을 지키고 안팎으로 내조해 온 아내를 거의 재산상의 손실 없이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1심은 특유재산인 SK주식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의 미술품과 부동산 등을 전부 분할대상에서 제외했다"라며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배우자가 그 유지와 존속에 기여했으면 분할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으로 알고있다. 같은 가정법원 다른 재판부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에서도 최 회장의 350만주(약27%) 주식을 처분하지말라는 결정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노 관장은 '회사 성장에 어떻게 기여했냐'는 질문에 "1988년 결혼해서 큰 딸, 둘째 딸, 막내아들을 낳아 잘 키웠고 34년 간 가정을 지켜왔다. 최 회장이 두차례나 구속되고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의 곁을 지켰다"라고 말했다. 또 "저는 가사에만 종사한 사람은 아니었다. 최 회장을 만났을 때부터 미래와 사회에 대한 꿈과 비전을 함께 나눈 파트너였다"라며 "결혼 후 자녀들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저는 육아와 내조를, 남편은 밖에서 사업을 하는 역할 분담을 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SK의 문화적 자산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며 "아트센터 나비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서 불모지였던 미디어아트 영역을 개척한 SK그룹의 문화적 자산이다. 기술 중심의 미래지향적 기업 이미지와 맞는 영역으로 시작부터 남편과 의논하며 설립했고 20년 가까이 SK 그룹과 협력하며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제가 요구한 것은 '재산 분할'이지 '회사 분할'이 아니다. 함께 이루었지만 최 회장의 명의로만 되어 있는 공유재산이자 사유재산을 분할해 달라는 것이다"라며 "제 아이들 셋이 다 SK에 적을 두고 있다. SK주식을 분할받으면 SK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적극 협조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소송대리인단은 노 관장의 인터뷰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 일방이 언론을 이용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라며 "심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 측은 또 "1심 판결은 재산분할에 관한 새롭거나 특이한 기준이 아니고 이미 오랜 기간 확립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사소송법은 가사 사건 보도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다"며 "당사자 일방의 주장만 기사화한 법률신문의 보도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위법한 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도에 법적 조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