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존폐 위기 앞에선 노사가 따로 없다.”
쌍용자동차가 한창 어려운 시기였던 4년 전 사령탑에 올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의 성공적 부활을 이끈 최종식 전 쌍용차 대표이사 사장은 평소 이같은 말로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경영의 최우선으로 강조했다고 알려진다. 시시각각 변하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의 신뢰 구축과 상생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전 사장의 이러한 신념은 여러 지표로 증명됐다. 지난해 쌍용차는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14만3309대(반조립제품 포함)를 판매하며 창사 최대인 3조70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내수에서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한 1만984대를 판매하며 월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39개월 만에 최대 실적이다.
작년 6월부터 노조가 “근로강도가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작업 전환배치 시 노조 합의권을 요구하면서 임단협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6.2% 감소한 6540대를 판매하며 크게 고꾸라졌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내수시장에서 감소세를 기록했다. 뚜렷한 신차가 없는 가운데 임단협으로 인한 부분파업이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출시장의 타격은 더 컸다. 부산공장 파업 여파로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와 QM6가 생산 손실 등을 겪으며 수출 판매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2.3% 급감했다.
지난해 심각한 노사 갈등 및 ‘존폐 위기’를 겪은 한국지엠(GM)은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전년 동월보다 2.4% 증가한 총 6420대를 판매했지만,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최저 판매량을 기록했다.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쌍용차 노사 역시 매우 큰 아픔을 치뤘던 곳이다.
지난 2009년 대주주였던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손을 떼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행됐고, 당시 전체 근로자의 30% 이상인 2600명이 회사를 떠났다. 존폐 위기를 느꼈던 이 때의 경험은 쌍용차 노사 모두에 ‘회사 없인 노동자도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후 쌍용차 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해 독립노조가 됐고 최근까지 9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최 전 사장의 ‘1년 1신차 전략’을 실현, ‘만년 꼴찌’에서 국내 완성차 브랜드 3위로 도약했다.
작년 10월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 르노삼성 노조는 이달 19일까지 총 62차례, 250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파업으로 인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차량 대수로만 1만4320대의 손실을 입었다. 금액으로는 2806억원에 달한다.
르노삼성이 ‘파업 리스크’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사이 한국지엠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법인이 분리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 대해 ‘사측이 기존 단체협약과 크게 달라진 협약 개정안을 제시했다’는 것에 대한 반발에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자신이 운영했던 펜실베니아 가제트지에 이런 정치 카툰을 게재했다.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Join, or Die)’.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불확실한 자동차 산업에서도 꼭 필요한 명언이다.
노사가 하나로 뭉쳐 달려온 쌍용차는 대규모 해고 사태 이후 9년만인 지난 9월, 노사 합의로 해고자 복직 문제를 매듭지었다. 작년 12월 31일 해고 노동자 60%를 채용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나머지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킨다. 올해는 코란도 등을 앞세워 글로벌 판매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자동차 산업의 ‘전진 열쇠’는 노사의 화합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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