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파이낸싱의 성사 조건 들어보니

매도인, 매수인 상환 능력 직접 평가

70~90년대생 고소득자가 주로 희망

#.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면적 59㎡ 한 가구가 3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주택에는 매도인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7억2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주택 매매대금 일부를 직접 빌려주는 이른바 ‘셀러파이낸싱(매도인 금융)’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매수자와 주택을 처분하려는 매도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개인 간 금융거래가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매도인이 근저당권 설정을 조건으로 매수자에게 수억원의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강화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8월 세제개편안에 따른 고가주택 보유세 인상 부담까지 맞물려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매수자와 세금 부담 등을 고려해 집을 처분하려는 매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매도인 금융이 거래 성사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매도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묻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겼고, 매도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요즘에는 근저당 설정이 가능한지를 먼저 묻고, 안 된다면 집을 볼 필요도 없다는 매수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포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집주인 대출’을 문의하는 사람들은 주로 1970~1990년대생으로, 고소득 전문직이나 직장인들이 대부분”라며 “과거에는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금융기관에서 수억원대 신용대출을 내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소득자조차 주택 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대출을 제한하더라도 매도인은 매수자의 직업과 소득을 보고 상환 능력을 판단해 돈을 빌려줄 수 있다”며 “금융기관에서 막힌 자금 수요가 결국 개인 간 금융거래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장에서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대여 규모는 대체로 5억~10억원 이내이며, 금리는 연 5% 안팎, 만기는 6개월 이내로 설정하는 사례가 많다”며 “실제로 매도인이 매수자로부터 최근 2년 치 근로소득 명세서를 직접 제출받아 상환 능력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성현·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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