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서울 임장 끝 28억 트리마제 낙점

‘상급지 갈 기회’ 토지거래허가 신청 직전 계약 포기

‘집주인 대출’ 알게 되자 예산 40억대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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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포기할게요. 1억2000만원.”

올해 봄 20대 직장인 ‘시오리’(@c.ori.money, 인스타그램 활동명) 부부는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 20평대를 20억원대 후반에 매수하기로 했었다. 약정금 1억원을 먼저 지급했고, 기존 주택 처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매도인에게 월세 보상금 2000만원도 별도로 건넸다.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위한 서류까지 준비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들은 마지막 단계에서 마음을 바꿨다.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시오리는 “당시 세제 개편 논의가 이어지면서 강남권에서 더 좋은 조건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앞으로 수십억원의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했다.

경기 용인 수지, 성남 분당 집을 처분하면서 서울 갈아타기에 나선 이들의 종착지는 반포였다. 20억원대 아파트를 찾던 두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40억원대 반포 아파트로 들어가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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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분당 거쳐 반포 자가 20대 부부, 부모찬스 1.5억…나머지는 어떻게? [월급 모아 반포까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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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직장인 부부(@c.ori.money)는 2024년 경기 용인 수지와 성남 분당에 각각 6억원대·9억원대 첫 집을 마련한 뒤 약 2년 만에 서울 반포를 선택했다. 부동산 인플루언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13301

서울 성동구 서울숲트리마제 및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서울 성동구 서울숲트리마제 및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현금 20억 들고 임장, 1년 넘게 돌아다녔다

시오리 부부가 다음 집을 찾기 시작한 건 첫 집을 매수한 직후부터다.

결과적으로 수지와 분당 아파트 모두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당시 선택에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 집을 마련할 때 더 많은 지역과 단지를 비교했다면 처음부터 더 좋은 주택을 살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었다.

시오리는 “첫 집에 100% 만족하지는 못했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1년 넘게 임장을 다녔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서울을 목표로 삼았다. 부부가 돌아본 지역은 옥수·잠실·개포·대치·청담·성수 등이다. 옥수에서는 옥수하이츠 84㎡(이하 전용면적)을, 개포에서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59㎡를 살펴봤다. 대치 도곡렉슬과 청담자이,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도 후보에 올렸다.

지역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의 크기와 연식은 달랐다. 옥수에서는 3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었지만 강남권으로 들어갈수록 선택 가능한 평형이 줄었다. 부부는 가격뿐 아니라 장기적인 자산가치와 거주 여건까지 비교했다.

당시 부부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은 약 20억원이었다. 여기에 은행 대출을 더해 서울 상급지 진입을 계획했지만 강화된 대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했다. 이어 10·15 대책에서는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해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부부가 눈여겨보던 20억원대 후반 아파트는 최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했다.

“저는 40~50대보다 현금 자산은 훨씬 적지만, 고소득이라는 장점이 있었어요. 좋은 집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레버리지인데, 그걸 막아버렸잖아요. 당시에는 정말 암담했고 너무 속상해서 울기까지 했어요”

시오리

오죽하면 경매로 눈을 돌리기까지 했다. 일반 주택 매수와 달리 경매 낙찰자금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며 법원까지 찾아다닐 정도였다. 여러 고민 끝에 장기보유할 집을 사기로 결정했고, 그때 성수동이 눈에 들어왔다.

“10년은 갖고 가자”…28억 트리마제를 고른 이유

트리마제를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시오리는 향후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이 완료되면 성수동 일대가 대규모 신축 주거지로 바뀌면서 지역의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봤다. 약점으로 꼽히는 학군 역시 새로운 주거단지가 들어서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높게 평가한 것은 한강 조망이었다. 트리마제가 인근 재개발 구역보다 한강 쪽으로 돌출돼 있어 향후 개발 이후에도 조망 가치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애초에 10년 정도 보유할 생각이었던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시오리는 “30억원짜리 집을 사면 다음 갈아타기는 40억원대로 해야 하는데, 5년 안에 근로소득만으로 10억원을 더 모으기는 어렵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장기적으로 가치가 더 높아질 지역에 들어가 10년 정도 보유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선택한 아파트가 트리마제 20평대였다. 당시 매수하기로 한 가격은 20억원 후반이었다. 매도인과의 약정도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다. 올해 4~5월께 부부는 매매에 합의하고 약정금 1억원을 지급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한 뒤 잔금을 치러야 하는 만큼 매도인에게 잔금 일정을 길게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기다려준 답으로 3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2000만원도 줬다.

그 이후 부부는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준비했다. 관련 서류도 마련됐고, 중개업소를 방문해 도장을 찍는 절차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부부는 끝내 그 도장을 찍지 않았다.

결정을 바꾼 계기는 지난 7~8월 경 있었던 세제 개편 논의였다. 당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오리는 강남권에서도 매도자들이 세 부담 등을 이유로 집을 내놓을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돈이었다. 약정을 취소하면 1억2000만원을 포기해야 했다. 시오리는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중개사에게 약정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고 회상했다.

시오리가 첫 집을 살 때 투입했던 자기자본은 취득세와 수리비 등을 포함해 약 1억5000만원이었다. 불과 2년 전 첫 집을 마련하는 데 썼던 돈에 가까운 금액을 한 번의 결정으로 잃은 셈이다.

하지만 시오리에게는 이전과 다른 선택지가 생길 가능성이 보였다.

청담과 잠실 등 서울 주요 지역을 임장하면서 중개업소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매수 약정을 취소하면서 약정금을 포기한 상황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ChatGPT로 제작]
아파트 매수 약정을 취소하면서 약정금을 포기한 상황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ChatGPT로 제작]

도장 찍기 직전 뒤집은 결정…1억2000만원을 포기했다

이 쯤 강남 일대에는 ‘셀러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이라는 단어가 이따금씩 들렸다. 매도인이 매매대금 일부를 매수인에게 빌려주고, 매수한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매도인이 사실상 대출자 역할을 한다.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약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일정 기간 안에 원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시오리는 도곡렉슬과 청담자이 등 강남권 아파트를 둘러보면서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는 매물을 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포에서 들은 금액은 예상보다 컸다. 그는 “처음에는 집주인이 근저당을 잡아준다는 얘기를 들어도 20억~30억원씩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반포 부동산을 찾아가 보니 10억원은 흔하고 20억원, 30억원을 빌려주겠다는 매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오리가 현장에서 접한 사례 중에는 오랫동안 강남권 주택을 보유해 온 고령 자산가들이 있었다. 매도 이후 다른 주택으로 곧바로 갈아타야 하는 경우와 달리 잔금 전액을 즉시 확보할 필요가 없는 집주인들이었다.

물론 이런 거래는 모든 매물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매도인의 자금 사정에 따라 대여 가능 금액과 기간이 다르고, 매수인 역시 상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부부에게는 집을 고르는 기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현금 20억이면 40억 집을 봐야죠”…달라진 매수 기준

시오리는 한 선배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집은 본인이 가진 현금의 두 배 정도는 사는 것이다.”

당시 부부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은 약 20억원이었다. 선배의 조언대로라면 40억원 안팎의 집을 살펴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대출을 많이 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남편과 달리 시오리는 처음부터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편이었다. 첫 수지 아파트 역시 자기자본 약 1억5000만원을 넣고 5억원이 넘는 주담대를 받아 매수했다.

이번에도 매수 가능한 가격대를 높이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그때부터 부부는 40억원대 아파트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권의 한 아파트 매물이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 등록돼 있다. 매물 설명에는 ‘입주협의 근저당매매가능’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네이버 부동산]
서울 강남권의 한 아파트 매물이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 등록돼 있다. 매물 설명에는 ‘입주협의 근저당매매가능’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네이버 부동산]

반포의 한 중개업소와는 약 두 달 동안 꾸준히 연락했다. 여름휴가로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새로운 매물이 나오면 전화와 메시지로 조건을 확인했다.

매수 가능한 금액이 커지면서 선택지도 늘었지만 그만큼 가격 협상은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집을 고르는 기준도 달라졌다. 얼마나 비싼 아파트인지보다 매도인이 얼마를 빌려줄 수 있는지, 그 돈을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시오리에 따르면 셀러파이낸싱을 제시하는 매도인들은 6개월이나 1년 이내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부부는 향후 임대나 대환 등 자금 계획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2~3년 이상의 상환기간을 원했다.

“저희가 단지를 선택한 게 아니라 근저당을 많이 해주고 기간도 길게 줄 수 있는 집을 골랐어요. 사실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죠.”

시오리

그리고 마침내 반포에서 조건에 맞는 매물을 발견했다. 매도인이 빌려주겠다고 한 금액은 20억원이었다. 연 5%의 금리를 적용하면 월 이자만 약 833만원에 달하는 돈이었다.

처음 3억5000만원의 주담대도 부담스러워했던 남편은 이번에도 크게 반대했다. 반면 시오리는 지금이 아니면 반포에 들어갈 기회를 다시 잡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부부의 선택은 다시 한번 갈렸다.

다음 편에서는 매도인에게 20억원을 빌리는 조건으로 반포 아파트 매수를 추진한 시오리 부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월 이자만 833만원에 달하는 빚을 20대 부부는 어떻게 감당하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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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지금의 일상도 좋아요. 다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학군지로 갈아타려고 준비 중입니다.” 강 차장의 컴퓨터에는 수년뒤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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