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넘어 경영 전면 배치

SK, 정승일·박성택 전 차관 영입

최남호 전 차관, SGR 상임고문

정승일 [SK그룹 제공]
정승일 [SK그룹 제공]

산업통상부(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들이 SK와 삼성, 현대, 효성 등 주요 그룹의 핵심 임원으로 잇달아 영입되고 있다. 과거 고위 관료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주요 사업과 미래 성장전략을 직접 총괄하는 중책을 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정경제부(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이 금융지주 수장을 맡는 것과 달리 산업부 출신들은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에너지 신사업 등 산업 현장의 핵심 과제를 담당하며 재계의 전략 수립을 뒷받침하고 있다

2일 관가와 재계에 따르면 산업부 차관과 한국전력 사장을 지낸 정승일 전 SK㈜ 미래성장 담당 사장은 전날부터 SK이노베이션 사장 업무를 시작했다. 전력사업 전환과 미래 성장전략을 총괄할 예정이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인 정 사장은 산업부에서 가스과장, 반도체전기과장, 에너지산업정책관, 자유무역협정정책관, 무역투자실장, 에너지자원실장 등 산업·통상·자원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에너지 양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 두곳 사장을 지낸 기록을 세웠다. 정 사장은 산업부 차관 재임기간(2018년 9월~2020년 11월) 에너지 전환 , 일본 수출규제 등 주요 현안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SK는 올해 초에도 박성택 전 산업부 차관을 중국 사업 컨트롤타워인 SK차이나 사장으로 영입했다. 행정고시 39회 출신인 박 사장은 산업부 전력산업과장과 에너지정책관, 산업정책관, 무역안보정책관,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거친 최고 엘리트로 꼽힌다. 차관 재임 당시에는 한미 관세협상 대응과 조선업 협력사업인 ‘마스가(MASGA)’ 기획 등에 관여했다.

박 사장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한미 조선업 협력사업인 ‘마스가(MASGA)’를 기획한 주역으로도 꼽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4월 백악관 브리핑에서 한국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는데, 당시 언급된 제안이 박 사장이 차관 재임 시절 기획한 마스가였다는 게 관가의 설명이다. 무역정책과장 시절에는 수출기업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업무를 전환하고, 기업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는 ‘수출카라반’ 사업을 추진했다. 수출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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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호 전 산업부 차관은 2일부터 삼성글로벌리서치(SGR) 고문으로 출근한다. 산업부 차관 출신이 삼성에서 사외이사가 아닌 상임 고문으로 영입된 건 처음이다. 최 전 차관은 에너지자원정책관과 시스템산업정책관, 산업정책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삼성의 용인 국가산업단지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전력 공급망 확보를 비롯해 재생에너지·소형모듈원전(SMR)·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신사업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과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도 산업부 차관 출신 경영인이다. 행정고시 25회인 조 부회장은 산업부 제2차관을 지낸 뒤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거쳐 2019년 HD현대일렉트릭에 합류했다. 취임 당시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를 이듬해 흑자로 전환해 ‘HD현대 경영인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2024년에는 영업이익을 6690억원 규모로 끌어올렸다. 원전·에너지 정책과 공기업 경영 경험을 민간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한 사례로 꼽힌다.

행정고시 27회 최연소 수석합격자인 우 대표는 산업부에서 통상교섭실장과 통상차관보, 제2차관 등을 지냈다. 이후 연세대 특임교수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거쳐 효성중공업 대표를 맡았다.

미국 상무관으로 일할 때 펴낸 ‘세계경제를 뒤흔든 월스트리트 사람들’, 주력산업정책관 당시 ‘주력산업경쟁력보고서’ 등 주요 보직을 옮길 때마다 업무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담아 책을 펴냈던 것은 관가에 유명한 일화다.

이호준 [연합]
이호준 [연합]

이호준 전 산업부 기획조정실장도 2일부터 포스코홀딩스 글로벌통상정책 담당 부사장으로 일한다. 행정고시 34회 출신인 이 전 실장은 산업부 구미협력팀장,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정책과장, 장관비서관 등을 역임하고 2014년부터 3년간 외교부 주중 대한민국대사관 공사참사관직을 수행했다. 2017년 복귀 이후에는 산업부 통상협력국장, 투자정책관, 정책기획관,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지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