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신체 접촉·성희롱 발언

감봉 6개월 처분에 불복 소송 냈지만

1·2심 모두 패소…“비위 정도 무겁다”

Gemini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와 기사는 직접 관련 없음.
Gemini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와 기사는 직접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자신보다 26살 어린 계약직 방송작가를 수차례 성희롱하고, 2차 가해까지 한 MBC PD에 대한 징계가 감봉 6개월 처분으로 확인됐다. 징계 처분에 대해 해당 PD는 “성적 동기 없이 이뤄진 사소한 행위”라며 불복 소송까지 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 15-2부(부장 신용호)는 현직 MBC 라디오 프로그램 메인 PD A씨가 “감봉 6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2심 소송을 지난 9월 초 A씨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2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A씨가 재심을 신청한 결과, 받아들여졌다. 재심위원회는 “최초 징계 사유에 변함은 없다”면서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의 책임은 업무 공간의 특성에 의한 부분도 일부 있다”며 감봉 6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A씨는 감봉 6개월 처분에 대해서도 불복했다. 지난 2024년 3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부적절한 신체 접촉에 대해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희롱 발언 등에 대해선 “사소한 행위인데 피해자가 과장했다”며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비위행위 이후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1·2서 모두 패소

법원 [헤럴드경제DB]
법원 [헤럴드경제DB]

1·2심은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사위원회가 인정한 7개의 직장 내 성희롱 비위행위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3년 4월께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며 피해자와 매우 가깝게 붙어 앉은 채 신체를 접촉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프로듀서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신체를 계속 닿게 했다”며 “너무 아니다 싶어서 의자를 가져와서 피해자 옆에 제가 앉았다”고 할 정도였다.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지난 2023년 10월에도 있었던 것으로 인정됐다. A씨는 피해자의 옷에 묻은 콩고물을 털어준다며 피해자의 신체 부위에 수차례 접촉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동료 작가가 “해당 장면을 목격해 A씨의 행위를 저지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비슷한 시기, 5회에 걸친 성희롱 발언도 모두 인정됐다. A씨는 약 3개월간 매주 월요일마다 피해자에게 “주말에 클럽에 갔냐”고 물었다. 피해자가 참은 끝에 “가본 적 없으니 대답 못 드린다”고 하고 나서야 A씨는 질문을 멈췄다.

이밖에도 A씨는 피해자에게 “(20대로 돌아가면) 클럽에서 더 많은 여자와 성관계를 가질 것”, “(특정 가수를 언급하며) 유흥업소에 데려가 대접했어야 했다”고 하거나, 특정 영화 제목이 성인물의 패러디였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과일 깎는 방법을 배워서 과일을 깎아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당초 피해자는 적극적인 공론화를 피하려고 했다. 인사팀에 신고하는 대신 노동조합 성평등위원에게만 신고했다. 그런데 오히려 A씨가 피해자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결국 인사팀을 찾았다.

하지만 돌아온 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아니었다. A씨의 2차 가해였다. A씨는 피해자가 프롬프터 업무를 못하도록 배제했다. 몇 분에 한 번 꼴로 피해자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자신의 자리로 가져갔다. 그외에도 “피해자가 일 많이 하는 곳 가면 많이 배우겠네”라며 다른 팀 이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직장 내 성희롱, 2차 가해 행위 모두 인정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모습. [연합]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모습. [연합]

1·2심 법원은 A씨의 이러한 직장 내 성희롱과 2차 가해 행위를 모두 인정했다. A씨는 비위행위 이후에도 피해자와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며 소위 ‘피해자다움’이 없었다고 했지만 기각됐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해당 프로그램의 메인 PD로서 6개월 단위로 피해자와 프리랜서 계약을 연장할지를 사실상 결정할 권한을 가진 자”라며 “피해자가 고용상 불이익을 우려해 즉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피해 직후 가해자와 접촉을 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는 때도 빈번하게 발견된다”며 “실제 A씨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메시지는 대부분 업무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적정하다고 판단됐다. 법원은 “해당 비위행위는 업무 과정에서 일상적·반복적으로 이뤄진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이라며 “2차 가해해위는 피해자의 신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 조치의 가능성을 내포한 발언이므로 비위의 정도가 무겁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MBC가 성희롱 또는 성추행이 문제된 사례에서 단 한 건을 제외하면 정직 또는 해고 처분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에게 비교적 가벼운 감봉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했을 때 6개월 감봉 처분이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MBC 라디오국 라디오팀장, 라디오국장도 각각 근신 15일 징계를 받았다. 해당 사건을 보고 받고도 인사팀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치해 관리책임을 어긴 비위 행위가 인정됐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씨가 불복해 사건이 대법원에서 머물러 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