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진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인터뷰

“소비자 가격 인하·부품업계로 혜택”

“中 전기차, 국내 생산기반·일자리 위협”

“배터리 지원만으론 한계”…통상 마찰 우려 반박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전기차 생산세액공제가 도입되면 그 혜택은 완성차업체에만 머물지 않고 소비자와 부품업계 후생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국내생산기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지난달 2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이 세액공제 도입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중국산 전기차의 거센 공세가 있다. KAMA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신규 등록된 전기차 29만6801대 중 중국산은 11만2968대로 38.1%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포인트 높아졌다. 여기에는 BYD 등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한 테슬라 등 글로벌 브랜드도 포함된다.

정 회장은 “중국 브랜드의 올해 9월까지 판매 실적이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의 3배를 넘어섰다”며 “새로운 중국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도 준비되고 있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원자재 채굴부터 배터리·완성차 생산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공급망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안전성과 사후서비스(AS) 등에서 여전히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이차전지·반도체 등 6개 분야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으로 포함했지만 완성 전기차는 제외했다.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의 판매 실적에 따라 법인세를 공제하는 제도다.

국회에서는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지난달 16일에도 여야 의원 19명이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앞서 발의된 법안에는 전기차 1대당 400만원을 기준으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도 담겼다.

5년 새 벌어진 中전기차 침투 격차
5년 새 벌어진 中전기차 침투 격차

정 회장은 “협회에서도 2024년부터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세액공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생산비용 격차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협회는 국내에서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는 전기차에 한정해 세액공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수출 물량까지 포함해 달라는 입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배경에 대해서는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충분하다는 판단과 통상 마찰 우려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배터리 생산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어 배터리 세액공제만으로는 국내 전기차 생산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통상 마찰 가능성도 낮다”고 반박했다.

이어 “구매보조금은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정책이지만 생산세액공제는 그 시장을 어느 나라에서 생산한 차량이 차지하느냐의 문제”라며 두 제도의 차이를 강조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중국산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등을 역임한 산업·통상 정책 전문가로, 올해 3월 KAMA 회장에 취임했다.

주요국 中전기차 ‘방어벽’ 비교
주요국 中전기차 ‘방어벽’ 비교

그는 “미국이나 유럽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라며 “우리 자동차의 해외 수출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관세 인상 등 무역구제 조치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기반 유지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약 410만대로, 이 중 67%가 해외로 수출됐다. 올해 1~9월 생산량은 약 301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연간 생산량은 전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 회장은 “정부와 업계 모두 국내 생산 400만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내수시장 확대가 어려운 만큼 수출 물량을 지키기 위해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관계 안정과 국내 연구개발(R&D) 기능 강화, 첨단 제품을 국내에서 먼저 생산하는 마더팩토리 역할 확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협력 부품업체와 지역경제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특히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업체는 전체의 6.1%에 그쳤다.

정 회장은 “부품업체들을 만나보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자금 지원뿐 아니라 전환 방향을 제시하는 컨설팅과 기술·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구매보조금 제도에서는 국내 산업 기여도에 대한 평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량 자체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국내 고용과 지역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연구개발을 얼마나 국내에서 하는지 등을 보조금 산정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차 세제 혜택 축소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 세제개편안대로라면 내년부터 하이브리드차의 개별소비세 감면(최대 70만원)이 종료된다. 전기차 감면 한도는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수소차는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정 회장은 “세제 혜택 축소는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산차와 수입차를 떠나 자동차 시장 전체의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수소 지원 예산 추이
정부 수소 지원 예산 추이

내년 협회의 주요 과제로는 자율주행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자율주행이 다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속도와 안전을 함께 확보하면서 데이터 수집·활용 규제를 완화하고 실증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소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 추이
수소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 추이

오는 4~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6(WHE 2026)’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수소 산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수소는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당장의 경제성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에 수소차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국가다. 이러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수소 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