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정 주도한 한국경제

3분기 민간소비, 4년만에 0.2% 감소로 전환

증시 조정·자동차 업계 파업 등 감소 주요인

60조~70조원 규모 주요기업 특별성과급 예정

대규모 배당·법인세 증가, 소비여력 키울 것

3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기 대비 1% 성장했다. 소비는 증시 조정과 파업 여파로 위축 됐지만 4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  [헤럴드DB]
3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기 대비 1% 성장했다. 소비는 증시 조정과 파업 여파로 위축 됐지만 4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 [헤럴드DB]

한국 경제가 3분기 반도체와 정부 소비를 중심으로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효과로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에 그쳐도 올해 성장률이 3.6%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IMF(국제통화기금)가 전망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3.3%보다 높은 수준이다.

민간소비는 주식 시장 하락세와 주요 산업 파업 여파로 약 4년 만에 감소했지만, 대규모 성과급과 배당금이 풀리면 4분기부터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8월 전망치(0.3%)의 3배를 웃돈 1%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와 정부지출이 많이 늘어난 결과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이날 오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3분기 수출과 투자 호조가 이어지면서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애초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라며 “만약 4분기에 전기비 성장률이 0.0%면 산술적으로 연간 3.6%가 나온다. 만약 4분기 전기비 성장률이 1.4% 이상 되면 연간 4%도 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IMF는 7월 한국 성장률 전망치 2.6%보다 0.7%포인트 높은 3.3%로 제시한 바 있다.

반면 민간소비는 승용차·가전제품 등 재화와 금융·음식 등 서비스가 모두 줄며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2022년 4분기(-0.1%) 이후 15분기 만의 감소이자, 2022년 1분기(-1.0%)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1.1%로 2분기(2.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비스업 중 도소매 및 숙박음식(-0.4%), 금융 및 보험업(-4.3%), 부동산업(-0.2%) 등 항목이 줄어든 것도 민간소비 부진의 영향이다. 이 국장은 “서비스업 부문의 감소는 민간소비 감소 영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3분기 민간소비 감소 배경으로 주가 조정에 따른 금융서비스 감소, 그리고 승용차 제조사들의 파업에 따른 인도 지연 등을 꼽았다.

이 국장은 “3분기 민간소비가 줄어든 것은 우선 작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던 주식 거래량이 7월부터 주식 시장 조정의 영향으로 줄면서 금융서비스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10년 만에 승용차 제조업체가 전면 파업하면서 완성차 인도가 지연돼 소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특이 요인이 없었으면 민간소비는 0.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국장은 “지금까지 민간소비의 개선세가 강하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높은 가계부채 부담과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월별 소비 지표들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7월 소매판매는 2.4% 줄었고, 승용차 판매는 11.1% 급감하며 2024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8월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1.8% 줄며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특히 증시 조정의 여파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경기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 전월 대비 1.2포인트 떨어졌다.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했다. 김세용 한은 경제심리조사팀 과장은 “국내 증시 조정, 중동지역 충돌 지속 등으로 비관적 경기전망이 다소 늘면서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소득과 소비의 간극도 벌어졌다. 생산 주체가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인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8.8%로 약 49년 만에 가장 컸지만, 같은 기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국가 전체의 구매력은 커졌지만, 그 소득이 아직 임금·배당 등을 통해 가계로 흘러가지는 못하는 양상이다.

성장의 주체도 뒤바뀐 양상이다. 지출 주체별 성장 기여도를 보면 3분기 성장률 1% 중 정부가 0.8%포인트를 차지했다. 민간은 0.2%포인트에 그쳤다. 지난 2분기 민간이 1.1%포인트로 성장을 이끌고 정부는 -0.5%포인트로 오히려 성장률을 깎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의 기여도가 민간보다 높았던 것은 2025년 4분기 이후 3분기 만이다. 당시 GDP 성장률은 -0.1%였는데 그중 민간 기여도는 -0.2%포인트, 정부 기여도는 0%포인트였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3분기 정부가 0.8%포인트 기여한 것의 가장 큰 이유는 2분기 중동전쟁이 터지면서 상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상반기 예산을 아껴둔 측면이 있었다”며 “3분기 들어서 대형 건설 공사나 설비투자 부문에 지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4분기부터 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은은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 보고서를 통해 “내년으로 갈수록 반도체 경기 호조의 영향이 파급되면서 민간소비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0조∼70조원 규모의 주요 기업 특별 성과급이 예정된 데다 올해 4분기 이후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배당과 법인세수 증가에 따른 가계 이전지출 확대도 소비 여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약 0.35% 개선될 것으로 추정했다.

성장과 소비의 방향이 엇갈린 상황에서 한은은 다음 달 26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7·8월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린 뒤 이달에는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신 총재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함께 3분기 GDP 등을 확인한 뒤 11월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