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이전 11건 중 집주인 대출 5건
20억~60억원대 빌려 대출규제 우회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규제에 강남·서초 등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집주인에게 자금을 빌려 주택을 매수하는 ‘셀러 파이낸싱’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거래금액이 50억~100억원에 달하는 압구정 일대는 매수대금 절반 이상을 셀러 파이낸싱을 활용해 사들이는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25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대출한도가 최대 2억원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규제를 우회해 잔금을 치르려는 매수자와 세금 부담으로 빠르게 집을 처분하려는 매도자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2면
3일 헤럴드경제가 올해 8~10월 50억원 이상 압구정 아파트 매매거래 26건 중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11건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5건(45%)이 셀러 파이낸싱을 통해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주인을 채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례 대부분 매매금액 자체가 높은 만큼, 채권최고액 역시 수십억원에 달했다. 그 외 5건은 전액 현금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였고, 1건은 시중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아 매수했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초 압구정 한 아파트를 93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B씨 부부는 12일 만에 잔금을 치러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소유권 이전 당시 채권최고액 51억6000만원의 셀러 파이낸싱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채권최고액이 통상 대출금의 120% 수준으로 설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50억원은 자기자금, 43억원은 집주인에게 빌려 잔금을 치른 것으로 추정된다.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방송인 김동현도 지난 9월 23일 압구정 신현대12차 182㎡(이하 전용면적)를 100억원에 매입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주택을 공동 소유하던 직전 집주인 4명 전원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렸는데, 총 채권최고액이 60억원에 이른다.
압구정의 또다른 아파트 1채를 69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지 4일 만에 소유권 이전을 완료한 C씨 부부 또한 집주인에게 약 20억원가량을 빌려 매입했다. 지난달 말 압구정 아파트를 55억9000만원에 매수한 D씨는 약 일주일 만에 잔금을 치렀는데 등기상 채권최고액 39억3100만원의 셀러 파이낸싱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이렇듯 ‘집주인 대출’이라 불리는 셀러 파이낸싱 사례가 압구정 일대에서 주요 자금 조달 방식으로 떠오른 건 고가주택을 겨냥한 대출규제와 세제개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7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을 29억원에 매도하면서 매수자의 사정을 고려해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바 있다.
이자 부담 능력이 되는 고소득 자산가들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매도인에게 높은 이자를 지급하더라도 사금융을 활용해 일단 잔금을 치르고, 대금 마련 기간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매도인의 경우, 단계적으로 고가주택의 보유세·양도소득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이 현실화되기 전에 처분하려는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더해 정비사업 단계상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시한 내에 매각을 마치려는 사정까지 겹치면서, 여유 자금을 갖춘 매도인들을 중심으로 이자수익을 얻는 동시에 매매 계약을 신속히 매듭짓기 위해 매수자에게 잔금을 빌려주는 거래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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