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시민이 병원 밖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서울 만들겠다”
서울형 통합돌봄 정착 최우선…퇴원 후 치료·재활·일상생활까지 연계
초고령사회 복지정책 전환…시설 의존 줄이고 지역사회 돌봄 강화
저출생 해법은 양육 부담 완화…장애아동 전문 돌봄·자립 지원 확대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서울에서 병원 치료를 받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퇴원한 뒤의 생활일 수 있다.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는 하루 세끼 식사와 약 복용이 걱정이고,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에게는 방학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이 절실하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청년은 도움을 요청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시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필요한 순간에 의료, 복지, 돌봄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경우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동작2)은 이러한 문제를 서울시 복지정책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복지시설을 늘리고 새로운 지원사업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시민의 삶을 충분히 바꿀 수 없다는 판단이다. 치료 이후의 회복, 출산 이후의 양육, 장애인의 성장 이후 자립까지 생애 전반에서 발생하는 돌봄의 빈틈을 메우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형 통합돌봄 정착, 공공의료 기능 강화, 저출생 대응,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을 주요 과제로 설명했다.
특히 서울이 갖춘 의료·복지 인프라를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 보건소, 복지관, 돌봄기관이 시민의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 해법은 시설 확충보다 돌봄의 연결
그가 가장 먼저 손보겠다고 밝힌 분야는 퇴원 이후의 의료·돌봄체계다.
현재 의료서비스는 병원에서 이뤄지는 치료에 집중돼 있지만 환자의 회복은 퇴원 이후에도 계속된다. 급성기 치료를 마쳤더라도 약물 복용과 재활, 식사관리, 건강 상태 점검이 필요한 환자가 적지 않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간 이후다. 가족의 돌봄 여건이 충분하지 않거나 지역 의료기관과의 연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건강 상태가 악화돼 다시 병원을 찾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악순환을 줄이기 위해 퇴원 단계부터 지역사회 의료·복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가 차원의 통합돌봄 정책이 본격화한 만큼 서울은 풍부한 의료자원과 지역별 특성을 활용해 한 단계 발전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환자가 완전히 치료된 상태에서만 퇴원하는 것은 아니다”며 “퇴원 후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지, 식사와 재활은 잘 이뤄지는지 관리하지 못하면 상태가 악화돼 재입원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지역 의료기관, 보건소, 방문의료·간호, 요양 및 돌봄서비스를 연계하는 서울형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노인복지 정책 역시 같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초고령사회에서는 고령자를 얼마나 많은 시설에서 보호하느냐보다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얼마나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독거어르신과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의 건강 악화나 사회적 고립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경로당과 복지관 등 지역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문건강관리와 자가돌봄 지원을 강화해 질병이나 위기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예방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살아온 동네에서 존엄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노인복지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료 경쟁력, 병상 숫자보다 지역 연계에 달려
서울의 의료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대형병원과 전문 의료인력이 집중된 도시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시민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자, 만성질환자, 거동이 불편한 시민에게는 병원 접근성뿐 아니라 치료 이후 관리와 지역사회 지원이 중요하다.
그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병원 안에서 지역과 가정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참고 사례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가상병동과 재택병원 모델을 제시했다.
의료진의 관리 아래 환자가 가정에서도 필요한 치료와 건강 상태 점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서울의 의료환경에 맞게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외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국내 의료제도와 서울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보라매병원을 비롯한 서울시립병원의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보건소와 지역 의료기관, 약국, 방문간호·재활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안에 주목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역시 지역사회 의료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공공의료는 아프면 병원에 가는 의료에서 지역과 가정에서도 치료와 건강관리가 이어지는 의료로 발전해야 한다”며 “예방부터 치료, 재활과 건강관리까지 연결되는 서울형 공공의료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도시…출산보다 양육의 현실 살펴야
저출생 정책에서는 지원금 규모보다 실제 양육환경 개선에 무게를 뒀다.
서울의 높은 주거비와 양육비, 맞벌이 가정의 돌봄 부담 등이 출산과 양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출산지원금 확대만으로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부모가 일하는 시간과 돌봄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간·긴급돌봄과 틈새돌봄을 확대하고 영유아 보육의 질을 높여 부모가 필요한 순간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의 경력단절 예방과 맞벌이 가정의 경제활동 유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김 위원장은 출산, 보육, 교육, 주거정책을 각각 분리해 추진하는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낳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실효성 있는 저출생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저출생 문제는 출산지원금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전 과정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장애아동 돌봄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일반 아동을 위한 돌봄시설은 확대되고 있지만 장애아동 가정은 방과 후와 방학 기간에 이용할 수 있는 전문 돌봄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기존 돌봄시설의 장애아동 이용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전문인력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갖춘 장애아동 전용 키움센터와 같은 시설 확충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돌봄공간이 단순한 보호 기능에 머물지 않고 놀이와 교육, 사회성 발달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애인복지관의 기능을 재활과 건강관리, 가족지원, 사회참여를 아우르는 지역 거점으로 확대하고 직업재활시설과 보호작업장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장애 특성에 맞는 직업훈련과 적응훈련이 실제 취업과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움 요청 못 하는 시민까지…복지의 출발점 바꾼다
그는 새로운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원 대상자를 찾아내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립·은둔 청년과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시민,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1인 가구 등은 기존 신청 중심의 복지체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무리 지원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시민이 신청하지 못하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동주민센터와 복지관뿐 아니라 의료기관과 학교, 지역사회가 협력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서비스로 연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정책 역시 주거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식생활과 건강, 안전, 사회적 관계망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그 제도까지 찾아오지 못한다면 복지 사각지대는 계속 존재한다”며 “기다리는 복지에서 먼저 찾아가는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정책 구상은 지역구인 동작구의 의료·복지 환경 개선과도 연결된다.
김 위원장은 보라매병원을 중심으로 보건소, 지역 의료기관, 약국, 복지관, 돌봄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해 주민들이 생활권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대응한 방문건강관리 확대, 장애아동 가정을 위한 돌봄 인프라 확충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지역에서 확인한 복지 수요를 서울시 차원의 제도 개선과 예산 확보로 연결하는 것이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역구 의원으로서 동작구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는 그 문제를 서울시의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복지정책이 공급자 중심에서 시민의 일상을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의료와 돌봄, 주거와 자립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복지의 성과를 사업의 숫자보다 시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현장에서 발견한 복지의 빈틈을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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