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의 집중력 개선 효과 주장 나와
스트레스 완화 역할 내세워 시장 확대
전문가들 “인지기능 향상 근거 부족”
기존 연구서 금단 해소 효과와 구분 어려워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담배의 대표적 중독성 물질로 알려진 니코틴이 최근 ‘집중력 향상’, ‘스트레스 완화’, ‘운동 능력 개선’ 등을 내세운 웰니스 제품으로 재포장되고 있다. 니코틴 파우치와 패치, 카페인·누트로픽과 결합한 제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호주 비영리 학술·언론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운동과 맞물려 소셜미디어와 팟캐스트, 웰니스 커뮤니티, 기술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니코틴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니코틴을 담배와 연관돼 부정적으로 인식돼온 ‘오해받은 물질’이라고 주장한다. 흡연을 하지 않고 니코틴만 섭취하면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심지어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니코틴이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주장은 웰니스 시장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니코틴이 일시적으로 주의력과 경계심, 반응속도, 작업기억의 일부 기능을 개선할 가능성도 나타났다고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니코틴 중독과 담배·니코틴 제품의 건강 영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이 현재 인간 대상 연구에서 입증된 수준을 넘어선다고 지적한다. 건강한 사람의 인지기능을 뚜렷하게 향상시킨다는 근거는 부족하고, 원래 인지 수행능력이 높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련 연구 상당수에는 이미 니코틴 의존성이 있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연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니코틴 사용을 중단하면 집중력 저하와 짜증, 불안, 초조함 등의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후 니코틴을 다시 투여하면 이런 증상이 완화될 수 있어, 연구에서 확인된 집중력 향상이 니코틴 자체의 긍정적 효과인지 단순한 금단 해소 효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니코틴이 스트레스와 기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일시적인 쾌감과 안도감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니코틴에 장기적으로 노출될수록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오히려 방해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는 흡연을 중단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가 줄고 기분과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일부 웰니스 업계에서는 니코틴이 기억과 주의력에 관여하는 신경회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제시한다. 동물실험 결과 등을 근거로 니코틴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노화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를 막아준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임상 연구에서는 니코틴이 치매를 예방하거나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고 장기적인 인지기능을 보호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 니코틴이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거나 수명을 연장한다는 주장 역시 실험실이나 동물 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