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신촌푸르지오’ 34㎡ 지난달 9억선 돌파
‘돈암현대’ 41㎡도 6억선 넘겨…외곽 신고가多
정책대출 기준 맞춰 실수요 생존 매수세 쏠림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어린 자녀를 둔 30대 여성 A씨는 가파르게 오르는 서울 집값과 전셋값 속에 ‘나만 집이 없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내집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자금 여력상 현실적인 선택지는 39㎡(이하 전용면적·14평형) 안팎의 초소형 아파트뿐이지만, 아이를 키우기엔 턱없이 좁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A씨는 아이를 부모님 댁에 수시로 맡기거나 육아 도움을 받아서라도 초소형 매수를 강행하기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A씨는 “지금 사두지 않으면 서울에서 영영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놓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전세, 매매가 함께 오르는 ‘트리플 상승’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매수 수요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초소형 아파트로 쏠리며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권·한강벨트를 넘어 서울 외곽, 서대문·성북 등 중저가 단지 곳곳에서도 초소형 면적 상승거래가 체결되는 모습이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대문구 북아현동 ‘신촌푸르지오’ 34㎡는 지난달 18일 9억원에 팔려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직전 거래가 지난해 2월(7억5500만원)인데, 1년 반 사이 약 1억5000만원 뛰었다. 현재 시장에 등록된 같은 타입 매물은 9억1000만~9억2000만원으로 신고가보다 높은 호가가 형성돼 있다.
또 다른 중저가 단지인 성북구 돈암동 ‘돈암현대’ 41㎡도 지난달 6억선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18일 6억700만원에 팔려 올 1월 실거래가 4억7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강서·중랑구 등 최근 몇 달 새 실수요 매수세가 쏠리고 있는 외곽 자치구에서도 초소형 신고가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강서구 방화동 ‘마곡중앙하이츠’ 39㎡는 지난달 19일 6억2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져 6억선을 넘겼다. 중랑구 면목동 ‘현대휴온’ 30㎡는 지난달 29일 신고가 2억3700만원에 거래됐다.
도봉구 쌍문동에서도 ‘솔밭노블리안’ 36㎡가 지난달 14일 3억3500만원에 매매되며 3억선을 처음 돌파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송파 등 상급지 초소형 아파트 또한 15억선, 20억선을 넘보며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27㎡는 지난달 28일 19억5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3월 같은 동, 같은 층 매물이 15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반 년 만에 4억원 올랐다. 서초구 잠원동 ‘킴스빌리지’ 30㎡도 지난달 30일 15억5000만원 최고가에 매매됐다.
이렇듯 초소형 아파트에 매수세가 쏠리는 건 강남권 고가주택과 외곽 중저가 단지 등 지역별로 다른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노도강과 강서·중랑구를 비롯한 중저가 지역의 경우 정책대출 기준선인 6억원 이하 매물이 다수 포진해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의 추격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 등 저리 정책금융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선에서 실거주 내집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전월세난이 극심해지면서 임차 수요가 매수 수요로 전환되는 ‘생존 매수’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강남·송파 등 고가 초소형 아파트는 현금 여력을 어느 정도 갖춘 수요층의 ‘상급지 갈아타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대출 규제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낮아 강남권 진입 문턱을 낮춰주는 데다, 향후 더 넓은 면적으로 갈아타기 위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 역시 초소형 아파트의 강세를 뒷받침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북권·동북권·서북권 등 권역은 40㎡ 이하 초소형 아파트 상승률이 전 면적 중 가장 높았다. 특히 마포·서대문·은평이 속한 서북권의 40㎡ 이하 상승률은 0.42%를 기록해 전 권역 중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수요자들이 가격에 맞춰 지역과 평형을 낮추는 하향 매수 경향이 뚜렷하다”며 “상승 피로감이 누적된 선도단지 대신 가격 진입장벽이 낮은 9억 원 이하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실수요가 꾸준히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 외곽지역은 세제개편안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2030세대 무주택자들의 대기수요도 두터운 편이라 가성비 단지의 가격 강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wsh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