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샬롬 샤프링크 대표 인터뷰

전 세계 이더리움 보유량 2위 상장사

89만ETH 운용…기관 비중 6%→60%

K-비들, 수익률보다 스테이블코인이 우선

토스·카카오페이 차세대 금융인프라 기업 지목

조셉 샬롬 샤프링크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조셉 샬롬 샤프링크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규제 당국은 항상 세 가지에 관심을 둡니다. 첫째는 투자자 보호, 둘째는 시장 건전성, 셋째는 혁신입니다. 문제는 기업은 혁신에만 집중하고 당국은 투자자 보호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조셉 샬롬 샤프링크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규제당국이 서로의 우선순위를 이해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단순히 시장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과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샬롬 대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20년간 일하며 디지털자산 전략을 총괄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IBIT’와 이더리움 현물 ETF ‘ETHA’,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의 설계와 출시를 이끌었다. 현재는 이더리움을 주요 자산으로 운용하는 나스닥 상장사 샤프링크를 맡고 있다.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두 행정부를 경험한 샬롬 대표는 디지털자산 정책의 무게중심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전 행정부가 시장 내 사기와 시세조종의 재발을 막는 데 무게를 뒀다면 지금의 행정부는 새로운 금융기술이 가져올 경쟁력에 주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크립토를 국가의 전략적 강점으로 보고 있다”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통화 주권을 유지하려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앞으로 토큰화될 한국 자산의 결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 막힌 비트코인 ETF 문 연 비결은=앞서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ETF 출시 신청이 약 10년간 번번이 거절됐다. 그 사이 캐나다 등에서 먼저 시장이 열렸지만 미국 규제당국의 문턱은 높았다. 샬롬 대표는 크립토에 신중했던 바이든 행정부와 게리 겐슬러 당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상대로 약 1년 반 동안 협의를 이어갔다.

블랙록이 협상 과정에서 앞세운 것은 혁신 자체보다 투자자 보호였다. 샬롬 대표는 “18개월에 걸쳐 규제당국에 ETF가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납득시켰다”며 “투자자는 간편하게 비트코인을 보유하면서 직접 키를 관리하거나 자산 보관을 책임질 필요가 없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상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시장 보호장치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브로커딜러와 은행이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시세조종을 감시할 체계를 구축했다. 비트코인이 24시간 거래되는 만큼 매일 정해진 시각에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지도 과제였다. 블랙록은 규제를 받는 적격 수탁기관에 자산을 맡기고 다른 고객 자산과 분리해 보관하도록 했다.

미국 ETF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상품으로 언급되는 IBIT는 출시 이후 228일 만에 자산 규모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아이셰어즈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IBIT의 순자산은 약 69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30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도 약 4520만주를 기록했다.

샬롬 대표는 “블랙록이 비트코인 수요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부터 연기금, 보험사, 운용사까지 더 간편하고 좋은 상품을 기다리던 수요가 수년간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5개월 뒤 이더리움 ETF를 출시했을 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고 100억달러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고 덧붙였다.

블랙록 내부의 시각도 크게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은 급등 기대와 회의론에서 벗어나 변동성이 크더라도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할 만한 자산이라는 판단으로 바뀌었다. 샬롬 대표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이더리움은 새로운 인터넷으로 여겨지면서 논의의 중심도 크립토 자산에서 미래 금융서비스를 뒷받침할 디지털 인프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었다. 블랙록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프라이빗 허가형 블록체인에 솔루션을 구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참여자 간 합의가 필요한 데다 다른 시스템과의 연결에도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샬롬 대표는 “기관은 반드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다”고 돌아봤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
[챗GPT를 이용해 제작]

▶원조 BUIDL 설계자가 바라본 ‘K-비들’=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금융사는 현재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을 본뜬 한국판 비들을 준비중이다. 샬롬 대표는 “블록체인 안에서 거래하던 투자자들이 기존 금융시장으로 자금을 옮기지 않고도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상품이 바로 비들”이라고 소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 반면 비들은 펀드 수익을 받으면서 온체인 담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이자가 붙는 국채를 담보로 맡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K-비들의 목표수익률 하한으로 4%대를 제시했다. 샬롬 대표는 “개별 상품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면서도 “머니마켓펀드(MMF)나 국채 펀드 투자자는 고정금리가 아니라 국채와 단기 금융상품을 통해 무위험에 가까운 수익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는 수익률보다 시장의 기반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다. 결제수단인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마련하고 비들과 같은 단기 수익상품을 거쳐 주식과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으로 토큰화를 확대하는 순서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24시간 거래할 플랫폼까지 갖춰지면 향후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거래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비들을 이더리움에 구축한 이유로는 운영 이력과 풍부한 유동성을 들었다. 블랙록은 1년간 실사를 거쳐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 활동이 집중된 생태계를 살폈다. 샬롬 대표는 “이더리움은 가장 오래된 프로그래밍 가능한 블록체인으로, 11년간 중단 없이 운영됐다”며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절반 이상과 토큰화 자산의 약 60%가 이더리움 생태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래는 프라이버시 기능을 갖춘 퍼블릭 블록체인이 (주도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많은 업계 관계자로부터 당국에 ‘규제 준수 장치를 갖춘 퍼블릭 블록체인을 허용해달라’는 입장을 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조셉 샬롬 샤프링크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조셉 샬롬 샤프링크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수익보다 위험관리”…샤프링크에 옮긴 블랙록 공식=샤프링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더리움을 보유한 상장사다. 샤프링크의 이더리움 보유량은 89만1714ETH로, 샬롬 대표는 “전체 디지털자산재무기업(DAT) 가운데 다섯 번째로 큰 기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회사는 보유 자산을 스테이킹하거나 일부를 이더파이, 아이겐클라우드, 리도 등 디파이 프로토콜에 수년간 투입해 인센티브를 얻는다. 지난 8월에는 갤럭시디지털과 1억2500만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펀드도 조성했다. 신규 온체인 프로토콜에 초기 자금을 공급해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다.

운용의 전제는 철저한 실사다. 샬롬 대표는 “100개 넘는 투자 기회를 검토했지만 실제로 자금을 투입한 곳은 네 곳뿐”이라며 “기관처럼 신중하게 투자하되 문제가 보이면 주말에도 1분 안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투자와 별개로 기술과 인력을 통해 24시간 위험을 감시한다는 설명이다.

블랙록에서 익힌 공시와 감사 기준도 적용했다. KPMG를 감사인으로 선임하고 JP모건 등 대형 금융기관 출신으로 경영진을 꾸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요구하는 분기 공시에 앞서 웹사이트 대시보드로 투자자들에게 재무지표를 매일 공개한다. 샬롬 대표는 그 결과 지난해 6월 6%였던 기관 보유 비중이 올해 6월 말 60%로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세계에서 기관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DAT가 되는 데 1년이 걸렸다”며 “현재 9곳의 은행 리서치 조직이 샤프링크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며 고객들에게 우리 주식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샤프링크는 투자자와의 소통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더리움의 장기적인 기회와 변동성을 함께 설명하되 단기 가격 전망은 지양한다. 샬롬 대표는 “블랙록에서 배운 교훈은 투자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단기 가격을 예측하면 결국 개인 투자자를 실망시킬 수 있어 앞으로도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
[챗GPT를 이용해 제작]

▶“AI, 금융기업 아닌 소비자 위해 일해야”=샬롬 대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디파이, AI 에이전트가 결합하면 개인의 금융생활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프로그래머블한 스테이블코인과 24시간 운영되는 디파이 플랫폼에 AI에이전트를 더하면 자금 이동과 투자, 거래 실행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첫 변화는 계좌에 잠자고 있는 유휴자금을 관리하는 데서 나타날 것으로 봤다. 샬롬 대표는 “AI 에이전트는 계좌를 살펴보고 ‘왜 3%의 이자를 받지 않나’라고 물은 뒤 고객을 대신해 돈을 옮겨줄 것”이라며 이후에는 결혼자금 마련, 노후 준비 등 목돈 마련의 목적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뿐 아니라 부채와 지출도 관리 대상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조기 상환 또는 갈아타기를 제안하고 보험 갱신 시에는 보장과 보험료를 비교해 더 나은 조건을 찾는다. 신용카드 부채에 적용되는 금리를 낮추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회사 간 경쟁구도도 바꿀 수 있다. 샬롬 대표는 한국의 토스와 카카오페이, 미국의 로빈후드와 스트라이프, 코인베이스 등을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도전자로 꼽았다. 송금 또는 결제로 시작한 서비스가 증권 중개와 보험,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으로 확장하면서 금융생활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슈퍼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젊은 금융소비자들은 자신의 금융생활 전체를 한눈에 보고 월가에서 쓰는 것과 같은 도구를 활용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혜택과 별개로 AI에이전틱 금융에 대한 규제는 디지털자산 제도화보다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샬롬 대표는 “크립토 입법이 어렵다 느껴진다면 AI 규제는 어떨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AI 에이전트와 AI를 규제하는 일이 세계 각국 정부에 가장 어려운 규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뒤이어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는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소비자를 위해 일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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